900만 달러(약 101억원)가 걸린 미국 골프 라이벌간 ‘세기의 대결’은 필 미켈슨(48)의 승리로 끝났다. 타이거 우즈(43)는 비록 패했지만 환상적인 칩샷을 성공하는 등 끈질긴 승부근성으로 승부를 연장 4번째 홀까지 끌고 가며 세계 골프 팬들을 열광케 했다. 재주는 호랑이(우즈)가 부리고 거액의 돈은 미켈슨이 챙겼지만, 우즈는 후회 없는 승부를 펼친 탓인지 경기 후 아쉬움보다 후련한 모습이었다.
미켈슨이 24일(한국시간) 미국 네바다주 라스베이거스 섀도 크리스 골프코스(파72ㆍ7,200야드)에서 열린 일대일 매치플레이 대결 ‘캐피털 원스 더 매치 : 타이거 VS 필’에서 승리했다. 미켈슨은 ‘승자독식’ 규칙에 따라 이 대회에 걸린 900만 달러의 상금을 모두 품었다.
미국프로골프(PGA) 투어 통산 상금 1,2위이자 현역 PGA 투어 선수 가운데 최다승 1,2위를 달리는 최고 맞수 대결다운 명승부였다. 첫 홀(파4)부터 나란히 파를 기록한 뒤 줄곧 엎치락뒤치락 하던 승부를 벌였지만, 후반 들어 승부는 미켈슨으로 기울었다. 우즈는 그러나 쉽게 물러나지 않았다. 2개 홀을 남기고 1홀이 뒤져 패배 위기에 몰린 우즈는 마법 같은 칩 인 버디를 성공시키며 승부사다운 면모를 유감없이 발휘했다. 미국 골프전문 매체 골프닷컴도 이 장면을 대회 최고 명장면으로 꼽았다.
정규 18홀에서 승부를 가리지 못한 두 사람은 연장 3차전까지도 승부를 내지 못했다. 해가 떨어져 어둑어둑해진 대회장의 긴장감은 갈수록 높아졌다. 길고 길었던 자존심 대결 승부는 연장 4번째 홀인 22번째 홀에서 갈렸다. 우즈가 약 2.4m 버디퍼트를 성공하지 못했고, 미켈슨은 1.2m 버디퍼트에 성공하며 길고 긴 승부에 마침표를 찍었다.
미켈슨은 이날 900만 달러의 상금 말고도 사비를 건 내기에서도 판정승을 거둬 두 배의 기쁨을 맛봤다. 미켈슨은 ‘1번 홀에서 버디를 낚겠다’며 20만 달러 내기를 걸었지만, 파를 기록하며 우즈에 20만 달러를 내줬다. 그러나 이후 핀에 공을 가깝게 붙이는 쪽이 각각 10만 달러(5번홀), 20만 달러(8번홀), 30만 달러(13번홀)를 가져가기로 한 내기는 모두 미켈슨의 승리로 돌아갔다. 서로의 주머니에서 빼간 상금은 모두 자선단체 등에 기부하기로 했다.
미켈슨과 우즈는 경기 후 등장한 900만 달러 현금뭉치 앞에서 파안대소했다. 미켈슨은 자신의 허리둘레에 맞지 않는 챔피언 벨트를 두고 “우즈가 우승할 것을 예상하고 벨트를 만든 것 같다”며 농담을 던지기도 했다. 그는 “오늘 같은 하루 승부가 우즈의 위대함을 깎아 내릴 수 없다”며 “우즈는 역사상 가장 위대한 선수”라고 치켜세웠다. 우즈 역시 패배에도 “엎치락뒤치락 한 최고의 승부였다”라며 “이보다 더 좋을 수 없을 정도로 대회가 잘 진행됐다”고 했다.
한편 미국 미디어회사 터너는 이번 대회 시청료를 19.99달러(약 2만2,600원)으로 정했으나 결재 페이지에 기술적 문제가 발생해 무료중계로 전환했다. 터너는 성명서에서 “시청권을 구매한 팬들에게 환불해줄 예정”이라고 했다.
김형준 기자 mediaboy@hankookilibo.com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