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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일 축하” 한강에 대형 인형… “혹사” 공연 일정 조정 압박… K팝 팬덤의 진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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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일 축하” 한강에 대형 인형… “혹사” 공연 일정 조정 압박… K팝 팬덤의 진화

입력
2018.11.25 15:54
수정
2018.11.25 19:00
22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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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5일 서울 한강변에 떠 있던 대형 고무 인형. 아이돌그룹 엑소 멤버인 찬열의 생일(27일) 축하를 위해 중국 팬들이 벌인 이벤트였다. 양승준 기자
25일 서울 한강변에 떠 있던 대형 고무 인형. 아이돌그룹 엑소 멤버인 찬열의 생일(27일) 축하를 위해 중국 팬들이 벌인 이벤트였다. 양승준 기자

"저거 뭐야?" 25일 서울 한강공원 잠원지구. 한남대교 쪽으로 산책을 하던 두 시민이 한강에 뜬 대형 고무 인형을 보고 신기한 듯 말을 주고받는다. 선상 레스토랑 인근에 떠 있는 이 인형은 ‘앉은키’가 5~6m 정도 돼 보였다. 레스토랑 2층 높이로 ‘덩치’는 크지만 노란색 유치원 모자를 쓰고 양 볼에 홍조를 띤 아이 형상이라 절로 눈이 간다.

정체가 궁금해 한강변에 뜬 인형 앞으로 가보니 가슴에 ‘박찬열 1127 생일 축하’란 문구가 적혀 있다. 이 생일 선물의 주인공은 아이돌그룹 엑소 멤버인 찬열. 그의 중국 팬 모임인 ‘바이두(중국 최대 포털 사이트)찬 바’에서 찬열의 생일을 맞아 준비한 이벤트였다. 이들은 인형의 이름을 ‘러버찬’이라 불렀다. 2014년 잠실 석촌호수에 둥둥 떠다니며 수많은 인파를 웃게 한 대형 고무 오리 인형 ‘러버덕’이 자연스럽게 떠오른다. K팝 아이돌의 중국 팬들이 한국의 젖줄인 한강에 이벤트를 꾸려 자신들이 좋아하는 K팝 스타와 한국 시민 사이에 다리를 놓았다는 점이 흥미롭다.

아이돌그룹 엑소 멤버인 찬열. 한국일보 자료사진
아이돌그룹 엑소 멤버인 찬열. 한국일보 자료사진

K팝 아이돌을 향한 해외 팬들의 응원은 국내 팬들 못지않게 적극적이다. 그들은 ‘음지’로 숨지 않는다. 지하철과 한강 등 공공 장소에서 공개적으로 팬덤을 전시한다. 팬들이 스타의 평판을 자신의 위신과 동일하게 여기며 스타의 이미지 메이킹에 발 벗고 나선 결과다.

중국 팬들은 K팝 아이돌 광고의 ‘큰 손’이다. 9월 25일 미국 뉴욕 타임스스퀘어 고층 빌딩 숲은 방탄소년단 멤버인 지민의 사진으로 도배가 됐다. 지민의 중국 팬 모임인 ‘바이두 지민 바’가 옥외 광고 단가 높기로 소문난 ‘세계의 교차로’에서 나스닥과 톰슨 로이터 스크린 12곳에 지민 광고를 동시에 띄워서다. 방탄소년단의 ABC ‘굿모닝 아메리카’ 생방송 출연 응원을 위해 벌인 이벤트였다. 나스닥 옥외 디지털 광고비는 매시간 15초 노출에 3만 달러(일주일 기준) 수준이다.

아이돌 그룹 마마무 팬들이 낸 ‘공연 연기 촉구 성명서’.
아이돌 그룹 마마무 팬들이 낸 ‘공연 연기 촉구 성명서’.

팬덤의 영향력은 날로 커지고 있다. 팬들은 K팝 아이돌의 ‘인권 수호자’가 되기도 한다. 아이돌 그룹 마마무 소속사인 RBW는 다음달 15~16일 예정됐던 공연을 최근 취소했다. 마마무 팬들이 "과도한 스케줄로 아티스트의 부상 악화 및 컨디션 저하가 염려된다"며 공연 연기 촉구 성명서를 내 RBW를 압박한 뒤였다. 팬들이 K팝 아이돌의 혹사와 공연 준비 부실 등의 우려를 제기해 기획사로부터 공연 연기 결정을 끌어 내기는 이례적이다.

하재근 대중문화평론가는 “팬들이 ‘빠순이’란 낙인에서 벗어나 사회적으로 스스로 의미를 찾고 주체적 소비자로서 가수와 함께 성장해나가는 과정을 즐기는 식으로 팬덤이 변하면서 생긴 문화적 변동"이라며 의미를 뒀다.

양승준 기자 comeon@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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