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정렬 변호사가 사임계 제출을 철회했다. 25일 오전 고발 대리인에서 물러나겠다고 밝힌 지 13시간 만이다.
이 변호사는 이날 오후 10시 20분쯤 자신의 트위터에 “다시 신발 끈을 동여매야 할 것 같다”며 법률 대리인 자격을 이어갈 것임을 밝혔다.
이어 “실무자가 존재하지 않으니 소통창구가 정해질 때까지는 최초에 저희 법인에 사건을 맡겨 주실 때의 취지에 따라 전 혼자서라도 업무를 잘 진행하겠다”고 덧붙였다.
그가 물러나겠다는 입장을 번복한 것은 ‘혜경궁 김씨를 찾는 사람들 국민소송단’(궁찾사) 회원들의 공식 사과와 100% 신뢰, 사건을 계속 맡아 달라고 요청한 데 따른 것으로 보인다.
이 변호사는 “궁찾사의 사과문을 봤다”며 “제게 사과하신다는 내용이 있던데, 저는 사과를 받을 자격이 없다. 제가 오히려 사과 드린다”고 했다. 그러면서 “오늘 하루 힘들었을 트친님들께도 머리 숙여 깊은 사죄의 말씀 올린다”고 썼다.
그는 “궁찾사 첫 출범 때 실무를 맡으셨던 분들로부터 광범위하게 말씀을 들은 결과 해임과 관련된 소송인단의 의사결정 절차는 없었다”며 “유효한 해임 통보를 받지 못한 이상, 저희 법인이 보유한 소송 대리인의 지위는 그대로 유지된다”고 밝혔다.
이 변호사는 “해임 통고는 궁찾사라는 단체의 중요 활동에 해당하므로 단체 소속원 과반수 이상의 동의를 얻어야 하는데, 그 절차를 거치지 않았으므로 무효인 법률 행위에 해당한다”고 설명했다.
그는 글 마지막에서 “저와 궁찾사 사이에 이간계가 사용되고 있다는 말씀을 하는 분들이 있는데, 제가 그런 이간계에 넘어갈 사람 아니다”며 “그런 이야기가 어떻게 나오게 된 것인지 궁금하다. 그 이야기를 한 분들이 이간계를 쓰고자 한 것은 아닌지, 앞으로 경계해야 할 일”이라고 말했다.
앞서 이 변호사는 이날 오전 자신의 트위터에 글을 올려 법률 대리인에서 물러나겠다고 밝힌 바 있다.
그는 “(궁찾사 대표께서) 제 행위에 대해 서울변호사회에 문의한다고 하는데 변호사법 제74조에 따른 분쟁조정신청을 하려는 것으로 생각된다”며 “분쟁조정신청을 하겠다는 것은 서로의 신뢰가 깨졌다는 뜻으로 제가 궁찾사를 대리하는 것은 위임계약의 본질에 어긋나는 부적당한 행위”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더 반박하지 않고 깔끔하게 물러서고자 한다”고 덧붙였다.
이에 궁찾사 측은 공식 트위터 계정에 “사실무근, 이 변호사를 100% 신뢰한다”고 사태 수습에 나섰다.
이들은 “이 변호사를 해임 통보한 적 없으며 그만 두시는 건 생각해 본 적 없다”며 “궁찾사 실무진은 이 변호사를 100% 신뢰한다”고 했다. 그러면서 “이 변호사 외 다른 법률 대리인을 생각해 본 적 없다”고 잘라 말했다.
판사 출신인 이 변호사는 지난 6월 시민 3,345명과 함께 혜경궁 김씨의 계정 소유주로 김혜경씨를 지목, 공직선거법 위반 및 명예훼손 등 혐의로 고발했다. 지난 23일 수원지검에 출석해 고발 대리인 신분으로 검찰 조사를 받았다.
앞서 이 변호사는 지난 20일 “혜경궁 김씨 사건 경찰 수사가 지지부진하게 이뤄진다”는 등의 이유로 담당 경찰관들을 직무유기 등 혐의로 고발한 사건의 고발인 신분으로 검찰 조사를 받기도 했다.
임명수 기자 sol@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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