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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 속의 어제] 프랑스, 영국의 EEC 가입 연달아 거부권... 51년 전 유럽의 의심, 결국 현실로

입력
2018.11.25 22:00
16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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드골 퇴임 후인 1973년에 英 합류

내년 3월 브렉시트... 英 EU 탈퇴

1967년 1월 24일 프랑스 파리 대통령궁에서 샤를 드골(오른쪽) 프랑스 대통령과 해럴드 맥밀란 영국 총리가 정상회담을 갖고 있다. 10개월 후인 같은 해 11월 27일, 드골 대통령은 영국의 유럽경제공동체(EEC) 가입 신청에 대해 1963년에 이어 또다시 거부권을 행사했다. AP 연합뉴스 자료사진
1967년 1월 24일 프랑스 파리 대통령궁에서 샤를 드골(오른쪽) 프랑스 대통령과 해럴드 맥밀란 영국 총리가 정상회담을 갖고 있다. 10개월 후인 같은 해 11월 27일, 드골 대통령은 영국의 유럽경제공동체(EEC) 가입 신청에 대해 1963년에 이어 또다시 거부권을 행사했다. AP 연합뉴스 자료사진

“영국은 미국의 유럽 내 영향력 확보를 위한 ‘트로이의 목마’다.”

1967년 11월 27일 샤를 드골 프랑스 대통령은 영국의 유럽경제공동체(EEC) 가입 신청에 대해 이 같은 이유를 들어 거부권(veto)을 행사했다. 1963년에 이어 두 번째로 놓은 퇴짜였다. 이만하면 ‘영국은 유럽 문제에 끼어들 꿈도 꾸지 말라’고 대못을 박은 셈이었다.

영국으로선 짙은 배신감을 느낄 수밖에 없었다. 2차 대전 때 나치 독일에 점령된 프랑스의 독립을 위해 대규모 병력과 물자를 지원, 독일군에 맞서 함께 싸운 우방국의 간청을 매몰차게 뿌리친 격이기 때문이다. 더구나 드골은 당시 ‘영국 런던’으로 망명해 항독 투쟁을 전개했던 군인 출신 아니었던가. 하지만 영국은 별다른 도리가 없었고, 결국 ‘배은망덕한 드골’의 퇴임 이후인 1973년에야 ‘2전 3기’ 만에 EEC 합류가 가능해졌다.

드골이 영국을 믿지 못한 데에는 그럴 만한 배경이 있다. 역사적으로 볼 때 영국의 대(對)유럽 외교 노선은 ‘영예로운 고립’이었다. 대륙과 떨어진 섬나라 영국은 유럽 문제에 항상 일정한 거리를 뒀고, 자신들이 필요한 경우에만 개입했다. 1951년 유럽석탄철강공동체(ECSC) 창설에도, 1957년 EEC 출범에도 영국은 동참하지 않았다. 그러다 영국 경제가 침체에 빠진 반면, 다른 서유럽 국가들은 번영하기 시작하자 EEC 가입을 추진했다. 영국과 관련해 ‘주저하는 유럽인’, ‘믿지 못할 영국놈들’이라는 표현이 만들어진 이유다.

사실 유럽 통합에 대한 영국의 회의적 시선은 사라진 적이 없다. 1975년 EEC 탈퇴 여부를 묻는 국민투표 실시가 대표적이다. ‘잔류 희망 67%’로 부결됐다 해도, 가입한 지 불과 2년 만에 이런 일이 벌어졌다는 건 꽤 상징적이다. 1993년 EEC의 후신인 유럽연합(EU)의 공식 출범 때에도 영국은 ‘유로화’라는 단일통화에 참여하지 않고 파운드화를 계속 쓰기로 했다. 그리고 2016년 6월 국민투표(찬성 52%)로 브렉시트(영국의 EU 탈퇴)는 내년 3월 29일 실제 현실이 된다.

난항을 거듭하던 브렉시트 협상이 최근 마무리됐다. 영국과 EU는 25일(현지시간) 합의문 에 공식 서명 했다. 양측 의회의 비준 동의라는 큰 산이 남아 있긴 하지만, 어떤 결과가 나오든 영국은 ‘가장 먼저 EU를 탈퇴한 국가’로 역사에 기록되게 됐다. 50여년 전에 이미 드골은 어차피 이런 결과가 나올 것이라고 예감했던 것일까. 영국이 ‘하나의 유럽’ 대열에서 이탈하고, 유럽을 이끌었던 앙겔라 메르켈 독일 총리의 힘도 빠지는 사이, ‘유럽의 차기 지도자’를 자처하고 나선 이는 바로 ‘드골의 이념적 계승자’임을 내세웠던 에마뉘엘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이다. 가디언은 “마크롱은 드골처럼 ‘양자택일’의 접근을 취하고 있다”면서 “유럽의 기존 정치질서가 깨지는 현 시기에 이런 접근은 극단적 대립을 초래할 수 있다”고 분석했다.

김정우 기자 wookim@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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