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획 여파 어획량 급감… ‘꿩 대신 닭’ 홍게도 폭등
대게 맛보기가 갈수록 어려워지고 있다. 남획으로 어획량이 줄면서 ‘금값’이 되고 있기 때문이다. 대체재로 홍게를 찾곤 하지만 이마저 천정부지로 치솟고 있다. 지속적인 불법어로 단속과 강력한 처벌이 절실하다는 지적이다.
경북 동해안 수협과 대게 전문판매점에 따르면 지난 1일 대게 대게 금어기가 풀리면서 수산시장에 국내산 대게가 나오고 있지만 수협위판가는 지난해보다 20~50%, 소매가도 평균 10%이상 올랐다.
25일 구룡포수협 대게 위판가는 체장 9㎝짜리 한 마리가 평균 5,300~8,200원으로 지난해 같은 날 3,800~4,800원과 비교하면 최고 70%나 폭등했다.
울진 영덕 포항 등 대게 전문판매점에선 체장 9㎝ 기준 한 마리가 1만원(쪄서 판매만 하는 경우)~2만 원에 팔린다. 대게는 동경 131도 동쪽 먼바다에선 11월 1일부터, 그 서쪽 연안은 12월 1일부터 이듬해 5월 31일까지 잡을 수 있다.
울진지역 한 대게판매상은 “대게는 아직 다리살은 대략 70%, 몸통은 50% 정도밖에 차지 않았는데도 수협 위판가가 9㎝ 가장 작은 것이 8,500원 내외로 지난해보다 20~30%는 오른 것 같다”며 “살이 차는 2월쯤이면 한 마리당 지역에 따라 3만~5만원은 할 것”이라고 우려했다. 특히 지난해 강구항 대게전문점에서 1마리 25만~30만원까지 팔린 박달대게는 올해는 더 오를 전망이다.
경북 동해안 대게잡이 어선의 60%가 드나드는 포항 남구 구룡포읍 구룡포항 일대 식당들도 울상이다. 체장 12㎝짜리 제법 큰 것은 1마리에 5만 원이나 한다. 이 지역 식육식당의 한우 등심 1인분의 2배가 넘는다. 이 지역 상인들은 “대게가 너무 비싸 홍게를 권하는데, 이마저 지난해보다 20~30%는 올라 손님에게 권하기가 미안해진다”고 말했다. 90%이상 살이 찬 홍게는 가장 작은 9㎝ 짜리가 1마리에 1만원(상차림 별도)이나 한다.
이는 대게 어획량이 급감한 때문이다. 경북도에 따르면 경북 지역 대게 어획량은 2007년 4,129톤(전국 4,817톤)에서 이듬해 2,554톤, 2016년 1,386톤으로 쪼그라들었다가 지난해 1,626톤으로 다소 늘었지만 10여 년 전과 비교하면 절반도 되지 않는다.
홍게도 2014년 2만3,288톤이던 것이 지난해 1만6,830톤까지 떨어졌고 올해는 더 부진한 것으로 예상된다.
이는 남획과 불법조업 때문이다. 2007년 대일본 홍게 수출이 6개월간 중단될 당시 먼바다에서 주로 조업하던 통발어선들이 연안으로 몰려와 싹쓸이 조업한 후유증이 계속되고, 체장미달 대게, 암게(빵게) 불법조업이 근절되지 않고 있다. 대게는 산란 후 어획이 가능한 9㎝까지 자라는 데 적어도 6, 7년이 걸린다.
경북도에 따르면 지난해 경북도 특별기동단속반이 단속한 대게사범만 13건에 달한다. 지난 6월엔 불법 대게잡이 일당 6명이 올해 초 넉 달간 경북 동해안에서 암컷대게를 무려 5만1,000마리나 잡았다가 해경에 적발됐다. 최근 6년간 해경이 불법조업으로 적발한 1만9,233건 중 대게암컷 불법포획이 501건으로 무허가 조업(9,480건)과 불법어구적재(2,650건), 조업구역 위반(1,017건)에 이어 4번째다.
경북도 관계자는 “불법 대게잡이 어선들이 최근에는 한밤 중 불법조업을 많이 해 민간 감시선까지 이용해 감독하고 있다”며 “암컷대게 산란장, 어린 대게 성육장 조성과 대게 치게 방류 등 대게자원 확보 노력과 함께 불법어획 단속을 강화하겠다”고 말했다.
김정혜 기자 kjh@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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