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쿠바 의료진 철수… 브라질 공공보건 ‘구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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쿠바 의료진 철수… 브라질 공공보건 ‘구멍’

입력
2018.12.30 15:12
수정
2018.12.30 18:47
16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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브라질에서 쿠바로 파견된 의사들이 11월 22일 브라질리아 공항에서 출국 전 브라질 국기와 쿠바 국기를 동시에 든 채 휴대폰으로 셀프카메라를 직고 있다. 양국 관계가 경색됐음에도 파견 의사 대부분은 브라질에 대한 애정을 잃지 않았다고 말했다. 브라질리아=AP 연합뉴스
브라질에서 쿠바로 파견된 의사들이 11월 22일 브라질리아 공항에서 출국 전 브라질 국기와 쿠바 국기를 동시에 든 채 휴대폰으로 셀프카메라를 직고 있다. 양국 관계가 경색됐음에도 파견 의사 대부분은 브라질에 대한 애정을 잃지 않았다고 말했다. 브라질리아=AP 연합뉴스

내년 1월 1일 새 브라질 대통령으로 취임하는 자이르 보우소나루 당선인은 남미 지역에 ‘우파 연대’로 새 판을 짜면서 영향력을 확대하려는 야심을 공공연히 드러내고 있다. 이런 그에게 가장 먼저 떠오른 표적이 쿠바다. 그런데 이 과정에서 2013년부터 ‘마이스 메디쿠스’ 프로그램을 통해 브라질 빈민ㆍ원주민 지역의 공공 의료를 책임져 온 쿠바 의료진 8,000여명이 브라질을 떠나게 됐다. 보우소나루 당선인의 야심이 쿠바 정권과 충돌하면서 의료 혜택을 받지 못하게 된 브라질 빈민이 피해를 봤다.

쿠바 정부는 브라질로 파견된 의사 8,471명을 순차 귀국시켜 이달 21일(현지시간) 기준으로 총 7,635명이 귀국했다고 공식 발표했다. 잔여 인력도 브라질에서 철수할 예정이다. 브라질 정부는 신규 인력 8,411명을 채용해 의료 공백의 90%를 막을 것이라고 발표했지만, 이 가운데 대략 3분의 1에 해당하는 2,439명이 출근 시한인 이달 18일까지 현장에 나타나지 않아 추가 채용에 나섰다.

쿠바 정부가 의료진 철수를 결행한 것은 보우소나루 당선인이 11월 초 브라질 언론과 인터뷰에서 “쿠바 의사의 수입 가운데 25%만 의사에게 돌아가고 나머지는 쿠바 독재정권 유지에 쓰인다”라며 “노예 상태”라고 비난했기 때문이다. 보우소나루 당선인은 “쿠바 정부가 일방적으로 파견하는 의사들 중 일부는 아예 진찰 경험이 없다”라고 지적하며 브라질 정부에서 파견 의사를 검증할 수 있어야 한다고 주장하기도 했다. 이에 쿠바 정부는 “경멸적이고 위협적”이라며 선제 철수 방침을 내놨다.

보우소나루 당선인 발언에 근거가 전혀 없는 것은 아니다. 브라질 정부가 지급한 금액 중 75%가 국고로 돌아가는데, 쿠바 국내의 저렴한 의사 급여와 균형을 맞추기 위한 것이다. 의사들은 해외 근무 때는 가족을 동반할 수 없는데, 이는 의사의 현지 망명을 우려해 내린 조치라는 게 정설이다. 인권단체 휴먼라이츠워치의 케네스 로스 대표는 “보우소나루가 끔찍한 정치인이긴 하지만 쿠바 의사의 처지에 대해서는 옳은 주장을 하고 있다”라고 지적했다.

하지만 쿠바 정부를 공격한 보우소나루 당선인 움직임이 정치적인 의도가 짙다는 지적도 있다. ‘마이스 메디쿠스’는 좌파 노동자당(PT) 출신 지우마 호세프 전 대통령 집권기 정책이기 때문에 의도적으로 이를 무너뜨렸다는 것이다. 나아가 쿠바의 영향력을 줄이고 미국에 손짓해 ‘우파 연대’를 강화하겠다는 의도도 엿보인다. 실제 그는 다분히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입맛에 맞는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외교장관으로 내정한 에르네스투 아라우주도 반중ㆍ반국제주의 성향으로 트럼프 대통령을 “서방을 구할 자”로 칭하며 선망하고 있다. 미국이 ‘좌파 독재’로 규정하고 있는 쿠바의 미겔 디아스카넬 국가평의회 의장, 베네수엘라의 니콜라스 마두로 대통령, 니카라과의 다니엘 오르테가 대통령은 다음달 1일로 예정된 보우소나루의 대통령 취임식에 초청받지 못했다.

놀라운 건 이 가운데서도 빛난 쿠바인 의사들의 봉사정신과 인도주의다. 정치적 이유 때문에 양국 관계가 엇갈렸지만 의사들은 진심으로 자신을 환영해 준 브라질 공동체에 감사를 표하며 아쉬움 속에 브라질을 떠났다. 남부 히우그란두지술주 소도시 차파다에서 근무하던 리켈 콜라조는 “진료하던 이들을 저버리고 쿠바로 돌아갈 수 없다”며 잔류 의사를 밝히기도 했다. 브라질 보건부는 쿠바 출신 의료진 가운데 브라질 내에서 학위를 증명하는 이들에 한해 정부와 개인이 직접 계약하는 방법을 추진 중이다.

인현우 기자 inhyw@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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