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달 개막 앞둔 뮤지컬 ‘팬텀’
드레스 리허설 티켓 첫 유료판매
“미완성 공연에…” “색다른 경험”
드레스 리허설은 의상과 분장을 모두 갖춘 배우들이 실제 공연처럼 행하는 최종 무대 연습이다. 조명과 무대 장치까지 완벽하게 합을 맞춰 보는 이 미완의 공연을 돈을 받고 관객에게 공개한다면? 비판받을 가능성이 큰 이 일이 국내 공연계에서 추진되고 있다.
뮤지컬 ‘팬텀’은 다음달 1일 공연 개막에 앞서 전날인 30일 오후 3시, 8시 2회에 걸쳐 열리는 드레스 리허설의 티켓을 판매한다. 최종 단계 리허설이 관객에게 공개되는 건 처음이 아니지만 드레스 리허설 티켓까지 팔기는 매우 드문 경우다. 티켓 가격은 정가보다 30~50% 할인된 3만5,000~10만5,000원이다. ‘팬텀’ 제작사인 EMK뮤지컬컴퍼니는 “관객들에게 특별한 경험을 선사하기 위해 드레스 리허설을 공개한다”며 “관객들이 바로 앞에서 작품이 완성돼 가는 과정을 지켜본다면 뮤지컬에 더 큰 애정이 생길 것이라 생각한다”고 밝혔다.
드레스 리허설 도중에 연출가에 의해 수정되는 부분이 생길 수도 있고, 무대 위에 스태프가 등장할 수도 있다. 개막 하루 전 이뤄지는 연습이라 본 공연과 완성도 차이가 크지 않다 하여도 어디까지나 미완성을 염두에 둔 연습이다. 유료 티켓 판매에 대해 비판적인 시선이 많은 이유다. 뮤지컬평론가인 원종원 순천향대 교수는 “공연예술은 완성된 무대를 통해 제작진의 수준과 노력이 응집된 결과를 보여주는 데 묘미가 있다”며 “유료로 드레스 리허설을 공개한다는 건 앞뒤가 맞지 않는다”고 지적했다. 정수연 공연평론가는 “리허설 공개는 공연 마니아나 뮤지컬을 공부하는 사람들에게는 잠재관객 개발, 후속 창작진 양성 등의 효과를 낳을 수도 있다”며 “이런 공익성 측면에서 봤을 때 리허설 티켓 판매는 어불성설”이라고 주장했다.
국내에서 드레스 리허설을 공개했던 경우는 무료 이벤트이거나 기부 형식이었다. ‘브로드웨이 42번가’는 지난 6월 최종 리허설 현장을 무료로 공개했다. 생애 첫 뮤지컬을 관람하는 관객을 대상으로 한 이벤트였다. ‘핫파티’라는 이름으로 드레스 리허설을 세 차례 공개한 ‘시카고’의 경우 관객 1명당 2만5,000원 정도의 티켓 값을 받았다. 판매 수익은 비정부기구(NGO) 단체에 전액 기부했다.
참신한 이벤트로 발전할 수 있다고 긍정 평가하는 목소리도 있다. 박병성 공연 칼럼니스트는 “연출가의 코멘트를 현장에서 들으며 공연을 본다는 경험 자체가 특별한 것은 맞다”며 “관객 서비스 차원에서 저렴한 가격으로 제공한다면 새로운 재미를 주는 상품이 될 수도 있다”고 봤다.
‘팬텀’은 앤드루 로이드 웨버의 작품으로 유명한 뮤지컬 ‘오페라의 유령’ 원작이기도 한 가스통 트루의 소설 ‘오페라의 유령’을 다르게 해석한 뮤지컬이다. 흉측한 얼굴을 가면으로 가린 채 오페라극장 지하에 숨어 사는 팬텀의 인간적인 면에 집중한 작품이다. 한국에서는 2015년 초연한 후 흥행에 성공했다. 세 번째 시즌인 이번 공연에는 뮤지컬 배우 임태경, 정성화, 카이가 팬텀을 맡는다.
양진하 기자 realha@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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