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중 은행들이 최근 개인사업자(자영업자) 경영 컨설팅을 확대하고 있다. 전문적인 도움으로 이들의 사업ㆍ재무 구조를 튼튼히 해 준다는 의미도 있지만 경기 하강 국면 진입이 분명해 지면서 잠재적인 대출 부실을 막아 리스크를 선제적으로 관리하기 위한 목적이 더 크다.
25일 금융권에 따르면 KB국민은행은 지난 2016년부터 시작한 자영업자 경영 컨설팅을 올해 전국의 KB소호창업지원센터로 확대ㆍ개편했다. 서울 5곳 외에 주요 광역시 5곳(부산 대구 인천 광주 대전)에도 추가 개소했다.
지난해부터 자영업자 종합 컨설팅 프로그램 ‘성공두드림아카데미’를 운영하고 있는 신한은행도 다음달 소상공인시장진흥공단과 손잡고 ‘소상공인성공지원컨설팅센터’를 연다.
우리은행도 2017년부터 서울 명동 사옥에서 매년 6차례 예비창업자와 소상공인 등을 대상으로 상권분석 노무관리 창업세무 등의 컨설팅을 제공해온 ‘창업아카데미’를 내년부터 지방으로 확대하는 방안을 검토 중이다.
KEB하나은행도 지난 2월부터 전 영업점에 소상공인 담당 직원과 상담창구를 마련해 운영하고 있다. 소상공인들이 원할 경우에는 본사의 전문 컨설팅팀이 세무ㆍ노무ㆍ회계 관련 정보도 제공한다.
은행들이 주요 고객인 개인사업자들에게 사업자금 대출 등 금융지원뿐 아니라 경영컨설팅을 강화하고 나선 것은 창업 초기 도움을 받은 이들을 안정적인 고객으로 확보하는 효과가 크기 때문이다. 은행 대출이 많은 자영업자들의 경우 보다 체계적인 자금ㆍ재무 관리가 가능해지면 은행 건전성과 추가 사업 대출 가능성이 함께 높아지기도 한다. 시중은행 관계자는 “임금 상승과 4대 보험 및 퇴직금 지급 등의 문제로 경영이 어려워지거나 건물주와 갈등이 발생해도 관련 법규나 지원 제도를 모르는 사업주가 많다”며 “주먹구구식으로 시작한 자영업자들에게 노무사 회계사 세무사 등 전문가가 사례 위주로 알기 쉽게 설명해주면 체계적인 운영이나 사업 지속 가능성이 높아진다”고 말했다.
그러나 내년 경기 전망이 암울해지면서 은행들이 먼저 움직이기 시작한 측면도 강하다. 특히 무한경쟁으로 몰린 자영업자들의 어려움이 커지면서 은행 입장에선 대출 관리에 빨간불이 켜졌다. 한국은행에 따르면 지난해 말 549조2,000억원이었던 자영업자 대출 규모는 올해 2분기 말 590조7,000억원까지 불어나 600조원 돌파를 앞두고 있다. 더구나 자영업자의 소득 대비 부채 규모(LTI)는 지난해 말 기준 189%로, 상용근로자(128%) 보다 높다. 오는 30일 한은 금융통화위원회의 기준금리 인상이 유력한 상황이라 자영업자의 대출 건전성이 급속도로 나빠질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
실제로 통계청에 따르면 3분기 60세 이상 가구주의 사업소득은 60만1,000원으로, 1년 전 같은 기간보다 10만8,000원(15.3%)이나 감소했다. 60세 이상 사업소득이 10만원 넘게 감소한 것은 가계동향 조사가 시작된 2003년 이후 처음이다. 감소율 기준으로도 최대 폭이다. 60세 이상 가구주에는 직장에서 정년을 마치고 자영업 등으로 제2의 인생을 시작하는 은퇴 세대가 상당수 포함돼 있다.
현대경제연구원도 이날 ‘2019년 산업경기의 10대 특징과 시사점‘ 보고서를 통해 "2019년은 경기 하강이라는 단기적 위험과 산업경쟁력 고갈이라는 중장기적 위험이 동시에 작용할 것“이라며 “건설업의 공급과잉으로 건설물량이 감소하는 가운데 미분양은 증가하고 저생산성 서비스 업종의 과당경쟁과 구조조정이 확산되면서 고용 불안도 지속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박민식 기자 bemyself@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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