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핵ㆍ남중국해 갈등 조율도 촉각
내년 지구촌 미래 가늠자 될 듯
‘무역전쟁’을 비롯한 전방위 갈등을 조정할 미중 정상회담이 가시권에 들어섰다. 미중 양국 정상이 마주앉는 건 그 자체로 초미의 관심사다. 두 나라 통상 갈등에 세계 경제가 휘청이고 양국 간 군사적 긴장은 냉전에 버금가는 진영 싸움으로 번질 수 있기 때문이다. 한반도 비핵화와 평화체제 구축 문제의 향배도 마찬가지다. 이번 정상회담에서 어떤 결론이 나오느냐에 따라 2019년 지구촌의 미래가 좌우될 것이란 얘기가 나오는 이유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시진핑(習近平) 중국 국가주석은 내달 1일 아르헨티나에서 주요 20개국(G20) 정상회의를 계기로 만찬회담을 갖는다. 다자회담 무대에서 만나는 만큼 양측은 이미 우호세력 확보를 위한 총력전에 돌입했다. 미국무역대표부(USTR)는 최근 보고서에서 “중국의 기술 도둑질로 일본ㆍ호주ㆍ유럽연합(EU)ㆍ한국도 피해를 보고 있다”며 공동 대응을 촉구했다. 시 주석은 트럼프 대통령과의 회동 직전 유럽 내 일대일로(一帶一路ㆍ육상 및 해상 실크로드) 우호국가인 스페인ㆍ포르투갈을 방문한다.
미중 정상회담의 핵심 의제는 단연 통상이다. 미국의 ‘관세폭탄’ 투하로 시작된 무역전쟁은 전면전으로 격화한 상태다. 양측 모두 상대국 소비재까지 겨냥하면서 중국은 물론 미국조차 최근 기술주 급락에서 보듯 내부 동요가 시작됐다. 결과적으로 미국과 중국 모두 위기의식이 커짐에 따라 대화와 타협을 촉구하는 분위기가 형성됐다는 해석이 가능하다.
일단 분위기는 우호적이다. 중국은 지식재산권 보호 강화와 농산물 수입 확대 등을 담은 양보안을 제출했고, 미국은 대중국 강경파인 피터 나바로 백악관 무역ㆍ제조업정책국장을 협상팀에서 배제했다. 양측의 협상 책임자인 스티븐 므누신 미국 재무장관과 류허(劉鶴) 중국 부총리는 정상회담에 앞서 아르헨티나 현지에서 회동할 예정이다. 현재로선 미중 양국이 각각 추가관세 유보, 미국산 제품 수입 확대 등을 골자로 한 합의에 도달할 가능성이 높아 보인다.
다만 합의문이 나오더라도 갈 길이 멀다는 게 중론이다. 투자은행 모건스탠리는 “미국과 중국이 무역갈등 기조에서 잠시 숨 고르기를 한 것”이라고 분석했다. 트럼프 행정부가 핵심 문제로 여기는 중국의 첨단산업 육성책 ‘중국제조 2025’에 대한 이견도 전혀 해소되지 않은 상태다. 스탠다드차타드은행은 “트럼프 대통령이 재선에 도전할 2020년까지 무역전쟁이 지속될 것”이라고 내다보기도 한다.
북핵 문제는 우리 입장에선 사활이 걸린 문제다. 미국은 이미 중국의 종전선언 참여는 묵인하되 실질적 비핵화 협상 과정에선 배제시키겠다는 뜻을 수 차례 내비쳤다. 반면 중국은 과거 6자회담에서의 중재자 역할을 포기할 의사가 없다. 외견상 유엔 안전보장이사회의 대북제재 이행에 의기투합할 가능성이 높지만, 실제로는 비핵화 논의 진전 과정에서 중국의 참여 문제를 두고 힘겨루기가 진행될 공산이 크다. 베이징(北京)의 한 외교소식통은 “미중 양국은 북핵 해법에 대한 접근법에서부터 입장이 다르다”고 말했다.
남중국해 영유권 문제는 군사ㆍ외교 문제를 포괄하는 현안이다. 최근 미 해군이 핵추진 항공모함 로널드 레이건호에 중국군 고위인사 승선을 허용하고 중국도 레이건호의 홍콩 입항을 허용하는 등 유화 국면이기는 하지만, 근본적 해결은 어려운 상황이다. 이 문제는 동남아 국가들의 이해관계도 걸려 있어 미중 간 동아시아 패권 경쟁의 소재이기도 하다. 언제라도 미국이 ‘항행의 자유’ 작전을 재개하면 일시에 군사적 긴장이 고조될 수 있다.
미국이 중국 신장(新疆)위구르자치구 내 비밀수용소 문제 등 중국 인권 문제를 도마에 올릴지도 지켜볼 대목이다. 중국은 대만ㆍ홍콩ㆍ마카오ㆍ티벳ㆍ신장 지역 등을 ‘하나의 중국’ 원칙과 연계해 영토주권 문제로 받아들이고 있다. 트럼프 대통령이 서방 측 여론을 의식해 이를 언급하더라도 어느 수준이냐에 따라 정상회담 결과가 직접적인 영향을 받을 수 있는 것이다.
베이징=양정대 특파원 torch@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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