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 매출이 5억원을 넘어 최대 2.3%의 수수료율을 적용 받는 신용카드 가맹점의 부담이 내년부터 확 줄어든다. 당정이 자영업자 수수료 부담을 덜어준다는 취지로 이들 가맹점 중 연 매출액 10억원을 넘지 않는 점포에 대해선 카드 수수료율을 사실상 0%에 가깝게 줄이는 방안을 추진하기로 했다. 당정은 26일 카드 수수료 개편안을 확정 발표한다.
이해찬 더불어민주당 대표는 23일 국회에서 열린 민생경제 연석회의에서 “연석회의가 가장 먼저 착수한 게 카드 수수료 인하 문제였고, 회의에서 논의한 원안에 가깝게 수수료 인하가 이뤄졌다”며 이같이 밝혔다. 그는 “(일반가맹점 수수료율은) 2.3%에서 1.5%로 0.8%포인트 내리되 구간별로 차이가 좀 있다”며 “다만 매출액 10억원 이하 사업자의 수수료율은 세제 지원까지 감안하면 0%에 가깝게 합의가 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번 대책에 따라 내년부터 연 매출 5억원 초과 일반가맹점의 수수료율 부담이 확 내려갈 것으로 보인다. 현행 카드 수수료율 체계는 매출액에 따라 우대수수료율을 적용 받는 △영세가맹점(연 매출 3억원 이하, 수수료율 0.8%) △중소가맹점(3억원 초과~5억원 이하, 1.3%)과 일반 수수료율이 적용되는 △일반가맹점(5억원 초과, 1.5~2.3%)로 설정돼 있다. 이 대표의 설명에 따르면 당정은 일반가맹점 수수료율 상한을 2.3%에서 1.5%로 낮추는 한편, 이들 점포를 △매출액 5억원 초과~10억원 이하와 △매출액 10억원 초과로 나눠 전자에 대해선 실질적 수수료율을 0%대로 낮추는 방안을 마련한 것으로 보인다. 사실상 연 매출 10억원 이하 가맹점 모두에 우대수수료율을 적용하는 것으로, 전체 가맹점의 87% 수준인 우대가맹점 비율도 확대될 전망이다.
구체적으로 중소가맹점의 카드 수수료율은 1.3%에서 0%대 초중반, 연 매출 5억~10억원 구간 가맹점은 0%대 후반~1%대 초반으로 내려갈 것으로 보인다. 가맹점이 아무리 소액이라도 카드 결제를 거부하지 못하도록 하는 ‘의무수납제’를 부분 폐지하는 내용도 대책에 포함될 걸로 보인다.
이번 대책은 최근 문재인 대통령이 자영업자들이 체감할 수 있는 수수료 절감 방안을 내놓으라고 주문한 데 따른 후속조치다. 특히 매출 5억~10억원 구간 가맹점을 우대수수료 적용 대상에 새로 편입한 것은 자영업계의 불만을 반영했다는 분석이다. 그간 매출액 기준으로 우대 가맹점을 정하다 보니 편의점처럼 영세가맹점과 사정이 다르지 않은 가맹점주의 부담이 높아지는 모순이 생겼다는 지적이 업계에서 꾸준히 제기돼왔다.
수수료율 절감 수단으로는 카드 매출액에 대한 부가가치세 세액공제 한도를 확대해주는 방법이 동원될 전망이다. 문재인 대통령은 전날 금융위에 연간 카드 매출이 10억원 이하인 자영업자에 대해 카드매출 세액공제 한도를 확대할 것을 지시한 바 있다. 이들 사업자는 현행법에 따라 500만원 한도에서 납부세액의 1.3%를 공제 받고 있는데 이 한도를 더 올리라는 것이다. 앞서 당정은 8월 소상공인 지원 대책에서 이 세액공제 한도를 700만원으로 증액했는데 이번 대통령 지시로 한도는 1,200만원 선까지 높아질 것으로 예상된다. 이럴 경우 연 매출 10억원 이하 가맹점은 연간 최대 700만원의 세금 부담을 덜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최종 개편안은 26일 주무부처인 금융위원회가 발표한다. 최종구 금융위원장은 이날 카드사 사장단과 간담회를 열고 자영업자에 대한 수수료 인하 필요성을 설명하고 정책 협조를 요청했다.
그러나 수수료 수익 의존도가 절대적인 카드사들은 불만을 쏟아내고 있다. 카드사 노조는 당정의 방침에 반대하며 지난 12일부터 서울 여의도 민주당 당사 앞 천막농성을 진행 중이다. 자영업계 위기에 대한 근본적 해법 없이 카드 수수료 인하만 강요하고 있다는 주장으로, 노조는 일괄 인하 대신 대형 가맹점에 대해선 수수료를 인상하는 차등 조정을 주장하고 있다.
김동욱 기자 kdw1280@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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