증권업계 최연소이자 최장수 최고경영자(CEO)로 12년간 자리를 지켰던 유상호(58) 한국투자증권 대표이사 사장이 CEO직을 내려놓고 부회장으로 승진했다.
한국투자금융그룹은 23일 계열사별 이사회를 개최하고 유 사장을 한국투자증권 부회장으로 승진시키고 정일문 부사장을 후임 대표이사로 내정하는 최고경영진 인사를 발표했다. 이번 인사는 내년 3월 주주총회에서 최종 확정될 예정이다.
경북 안동 출신으로 연세대 경영학과를 졸업하고 한일은행에서 사회생활을 시작한 유 사장은 1988년 당시 증권업계 1위였던 옛 대우증권에 입사하며 증권맨의 길을 걷기 시작했다. 대우증권에서 런던 현지법인 부사장을 지냈고, 메리츠증권 전략사업본부장 겸 기획재경본부장 등을 거쳐 2002년 동원증권(현 한국투자증권)으로 자리를 옮겼다. 입사 5년 만인 2007년 47세의 나이로 한국투자증권 사장 자리에 오르며 ‘최연소 CEO’라는 타이틀을 얻었다. 그리고선 12년간 내리 연임하며 한국투자증권을 지휘했다. 다른 금융권에 비해 임원 임기가 짧은 편인 증권가에서는 전무후무한 진기록이다.
유 사장은 이날 “증권업계에 입문한 뒤 그 누구보다 행복한 30년을 보냈다”며 “증권업계 사상 최대 실적이 기대되는 올해가 후배들에게 자리를 물려줄 최적기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그는 재임기간을 돌아보며 “한국투자증권은 탄탄한 조직력과 영업력, 조직 구성원 간 응집력 등 모든 면에서 도약할 준비가 되어 있는 회사라 뿌듯하다”고 소회를 전했다.
실제로 유 사장 재임기간 동안 한국투자증권은 업계 최정상급 회사의 자리를 굳혔다. 올해 상반기엔 2,872억원의 당기순이익을 기록하며 역대 최대 실적을 거뒀고, 지난해에는 국내 증권사 최초로 단기금융업 인가를 받으며 존재감을 과시한 바 있다. 유 사장은 취임 이후 무려 138개의 기업을 상장시키는 등 자본시장 활성화에도 기여했다. 재임기간 동안 “인위적인 구조조정은 없다”는 철학을 고수하며 경쟁사보다 2~3배 많은 신입직원을 채용해 온 것으로도 유명하다.
한국투자증권 관계자는 “유 사장의 부회장 승진은 회사를 성장시킨 공로를 인정받았다는 의미”라며 “일선에서 퇴임하는 것은 아니기 때문에 부회장 직에서도 자본시장을 위해 여러 역할을 하실 것”이라고 말했다. 유 사장의 뒤를 이어 신임 대표로 내정된 정 부사장은 광주진흥고와 단국대 경영학과를 졸업하고 1988년 동원증권에 입사해 주식발행시장(ECM)부 상무, 투자은행(IB) 본부장, 퇴직연금 본부장 등을 역임했고 2016년부터 개인고객그룹장 및 부사장을 맡았다.
장재진 기자 blanc@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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