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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 대통령에 싸늘해진 이ㆍ영ㆍ자… “일자리 기대했는데 알바 구하기도 힘들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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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 대통령에 싸늘해진 이ㆍ영ㆍ자… “일자리 기대했는데 알바 구하기도 힘들어”

입력
2018.11.26 04:40
4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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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 문제에만 매달려” PK 지지율 40% 수준 급락

“통계용 일자리 늘리기 급급” 20대ㆍ취준생 불만 커져

25일 오후 미국 일간지 뉴욕타임스가 '2017년 꼭 가봐야 할 여행지' 중 하나로 꼽은 부산의 번화가, 부산진구 전포카페거리가 주말인데도 불구하고 예전과는 달리 한산한 모습을 보이고 있다. 부산=전혜원 기자
25일 오후 미국 일간지 뉴욕타임스가 '2017년 꼭 가봐야 할 여행지' 중 하나로 꼽은 부산의 번화가, 부산진구 전포카페거리가 주말인데도 불구하고 예전과는 달리 한산한 모습을 보이고 있다. 부산=전혜원 기자

“저짜(저기) 주방 안에 식기세척기 보이지예? 최저임금이 올라 인건비 줄일라꼬 설치했다 아입니꺼.”

지난 22일 오후 7시쯤 부산 최대 번화가 중 한 곳인 동래구의 한 일본식 꼬치구이 전문점에서 만난 가게 주인 윤모(46)씨의 말이다. 5년째 가게를 운영하고 있는 윤씨는 “정부에서 최저임금을 올리는 바람에 사람을 줄일 수 밖에 없었다”면서 “경제 문제 해결을 잘 할 줄 알고 문재인 대통령을 지지했는데 문 대통령이 현실에 대해 너무 모르는 것 같다”고 말했다. 그는 “쯔쯔” 혀를 차며 비어 있는 가게 안 테이블들만 바라봤다. 인근에서 초밥집을 하고 있는 한 사장은 “몇 년 전만 하더라도 이맘때면 연말에 단체 예약 손님이 많았는데 경기가 어려워 지금은 아예 없다”면서 “대통령과 민주당이 민생이 아닌 북한 문제에만 지나치게 매달리고 있는 것 같아 정말 실망스럽다”고 말했다.

‘이영자’를 중심으로 한 민심 이반 현상이 확산되고 있다. '이'는 20대 젊은층, '영'은 영남 지역을, '자'는 자영업자를 일컫는 말이다. 최근 대통령의 국정 운영에 대한 20대, 영남, 자영업층 지지율이 흔들린다고 해서 머릿글자를 따서 ‘이영자’ 현상이란 말이 나오고 있다.

 ◇문 대통령 지지율 부산울산경남서 급락 

실제로 여론조사기관인 리얼미터가 지난 19~21일 실시한 여론조사에서 부산울산경남(PK) 지역 문재인 대통령 국정지지도는 40.0%를 기록했다. 리얼미터가 1차 남북정상회담 직후인 4월30일과 5월2일 이틀 동안 실시한 조사에서 72.2%를 기록한 것과 비교하면 문 대통령에 대한 PK 지지도가 급락한 셈이다. 이와 연동해 문 대통령의 지지도에 의존해 오던 PK 지역 더불어민주당 정치권도 타격이 심하다. 이번 조사에서 민주당 PK 지지도는 33.6%로 떨어져 31.9%를 기록한 한국당과 불과 1.7% 포인트 차이로 좁혀졌다.

25일 오후 미국 일간지 뉴욕타임스가 '2017년 꼭 가봐야 할 여행지' 중 하나로 꼽은 부산의 번화가, 부산진구 전포카페거리의 한 공인중개업소 벽면에 상가 임대 정보들이 줄지어 붙어 있다. 부산=전혜원 기자
25일 오후 미국 일간지 뉴욕타임스가 '2017년 꼭 가봐야 할 여행지' 중 하나로 꼽은 부산의 번화가, 부산진구 전포카페거리의 한 공인중개업소 벽면에 상가 임대 정보들이 줄지어 붙어 있다. 부산=전혜원 기자

민심 이반의 목소리는 곳곳에서 나오고 있다. 부산 부산진구에서 제조업체를 운영하고 있는 김모(45)씨는 “임금을 올리는 방식의 소득주도 성장이라는 것에 기본적으로 동의해 왔지만 이 정책이 대기업 같은 데는 견딜 수 있는지 모르지만 중소기업은 버티기 힘든 정책”이라며 “대통령이 추구하는 정책의 실책성이 짙어 보이고, 많은 중소업체들이 어려움을 겪고 있는 데 현장의 목소리에 귀를 기울이지 않는 것 같다”고 말했다.

조선업체가 몰려 있는 울산 동구에서 만난 회사원 서모(40)씨는 지지율 이야기가 나오자 대뜸 “문재인 대통령이 최근 국무회의에서 조선과 자동차 업황을 들어 ‘물들어올 때 노 저어야 한다’고 말했다는데 이런 엉터리 인식을 갖고 무슨 제대로 된 경제정책을 펴겠느냐”고 화를 냈다. 그는 “자동차는 전분기 휴가와 추석연휴 등에 따른 기저효과에 불과한 것이고, 조선업도 플랜트는 아예 수주가 끓긴 상태고 조선도 아직 물량수주가 제대로 이뤄지지 않고 있는 걸로 알고 있는데 어떻게 그런 안이하고 그릇된 경제관이 나왔는지 모르겠다”고 혀를 찼다.

 ◇20대, 대통령 고향 경남도 민심 싸늘 

대학가도 사정은 다르지 않았다. 울산 중심가인 삼산동에서 만난 대학생 장모(22)씨는 “문재인 정권 출범 초기에는 주변에 대략 70%가 넘는 친구들이 새로운 일자리가 많이 생길 줄 알고 지지를 보냈던 것으로 알고 있으나, 지금은 비난하는 친구들이 더 많아 지지율은 절반 이하로 준 것 같다”고 말했다. 그는 “일자리가 생기기는커녕 최저임금 인상으로 오히려 아르바이트 자리조차 구하기 힘든 상황이 벌어지고 있다”면서 “반성할 줄 모르는 소득주도성장정책과 세금부담으로 닥칠 지나친 공무원 증원, 현실을 고려하지 않은 주 52시간 근무 등 일방통행식 경제정책 운용이 큰 실망으로 이어지고 있다”고 덧붙였다.

문재인 대통령의 고향(거제)이자 사저(양산)가 있는 경남도 상황은 비슷하다. 지난 지방선거에서 ‘문재인 효과’를 앞세워 전통적인 보수 텃밭에서 단숨에 문 대통령과 더불어민주당의 든든한 지지기반으로 변신했지만 문 대통령과 정부를 향한 민심이 하루가 다르게 싸늘해지고 있다.

지난 2월 대학을 졸업한 문모(28)씨는 “모든 경제지표가 악화하고 있고 특히 청년층 고용률은 바닥을 헤어날 줄 모르는데 정부는 고용률을 올리기 위한 ‘통계용 단기일자리’ 늘리기 등에 매달리고 있다”며 불만을 쏟아냈다. 정부의 경제 부양 정책이 제대로 작동하지 않아 지역경제에 짙게 드리운 불황의 그림자가 가뜩이나 힘든 지방대 취업준비생들의 불만을 키우고 있는 것이다.

정부의 부동산 대책에 대한 지역의 반발도 심하다. 경남 창원은 지난 9월까지 9개월 연속 미분양주택 전국 1위를 기록하고, 거제는 2년 넘게 아파트 전셋값이 떨어지고 있다. 거제시 고현동의 한 공인중개사(63)는 “서울 등 수도권 아파트 값을 잡으려던 정부의 부동산정책이 결과적으로 지방 아파트 값만 떨어뜨려 놓은 꼴이 됐다”며 분통을 터트렸다.

울산=김창배 기자 kimcb@hankookilbo.com

창원=이동렬 기자 dylee@hankookilbo.com

부산=권경훈 기자 werther@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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