회심의 반격인가 물타기인가.
친형 강제입원 및 직권 남용 등 혐의로 24일 검찰출석을 앞둔 이재명 경기지사 측근 인사가 23일 이 지사 담당 수사 책임자 2명을 뇌물수수혐의로 고발, 논란이 일고 있다.
혜경궁 김씨 트위터 계정 사건으로 정치적 위기에 내몰린 이 지사가 자신의 무죄를 입증하기 위한 적극적인 방어수단은 외면한 채 수사경찰을 압박, 상황을 역전시키려는 의도라는 비난의 목소리도 나온다. 이를 두고 여론전 물타기 의혹까지 제기된다.
일명 ‘함바집(공사장 밥집) 비리’ 사건의 핵심인 유상봉(72)씨는 23일 백종덕 변호사를 통해 허경렬 경기남부경찰청장과 유현철 분당경찰서장을 뇌물수수 혐의로 수원지검에 고발했다.
유씨의 고발 대리인으로 나선 백 변호사는 6월 경기지사 선거 때 이재명 후보 캠프 대변인으로 활동한 이 지사 측 인사다.
백 변호사은 고발장을 내면서 “비리사건 수사 무마와 함바 식당 수주를 대가로 허 청장은 2005년부터 2010년까지 1억4,000만원을, 유 서장은 2009년부터 2010년까지 1억2,000만원을 각각 유씨로부터 수수했다”고 밝혔다. 그는 “허 청장 등이 일부 받은 돈을 반환한 내역서가 있다”고 관련 주장을 뒷받침했다. 허 청장과 유 서장은 일련의 이 지사 관련 의혹 수사를 직접적으로 지휘하고 있는 인물들이다.
백 변호사는 “이번 고발은 부패 경찰에 대한 진실규명과 응징 차원”이라며 이 지사와는 무관한 것임을 밝히고 있다. 하지만 고발이 경찰 수사로 곤경에 빠진 이 지사가 검찰 소환 조사를 하루 앞둔 시점에 이뤄진 탓에 우연의 일치가 아닌 ‘망신주기내지는 사건 물타기’일 가능성이 높다는 게 경찰측 시각이다.
허 청장과 유 서장은 즉각 “전혀 사실무근”이라며 법적 대응에 나서기로 했다. 이들은 “이미 2011년 본청의 대대적인 감사에서 ‘문제없다’는 검증을 받았다”고 반박했다.
일각에서는 “이 지사 측이 결백하다면 김혜경 씨를 고발한 이정렬 변호사를 무고나 명예훼손 등의 혐의로 고발해야 하는데, 그런 조치는 하지 않고 오히려 경찰 간부를 고발한 것은 상식적이지 않다“는 반응을 보이고 있다. 자신의 무죄를 입증하기 위해 상대방 고소 고발에 적극적이던 이 지사의 평소 모습과는 다른 행보를 보이고 있다는 것이다.
한 법조계 인사는 “김혜경씨가 계정 주인, 글을 쓴 사람이 아니라는 걸 입증하기 사장 손 쉬운 휴대폰을 ‘버렸다’며 제출하지 않는데다, 트위터 본사에 적극적으로 계정 확인서 제출 요구도 하지 않고 있는 것도 쉽게 이해하기 어렵다”고 전했다.
‘바른미래당 이재명ㆍ은수미 진실은폐진상조사위원회’의 전 위원장인 장영하 변호사는 “왜 하필 이 지사가 검찰 조사를 받는 하루 전에 경찰들을 고발했는지 납득하기 어렵다”며 “시점 상 여론 물 타기 의혹이 농후하다”고 지적했다.
앞서 분당경찰서는 1일 이 지사를 친형 강제입원 등에 따른 직권남용 및 공직선거법 위반(허위사실 공표) 등 3개 혐의로, 경기남부경찰청은 19일 ‘혜경궁 김씨’ 트위터 계정 소유주로 결론 내 김씨를 공직선거법 위반 등 혐의로 각각 검찰에 송치했다.
이 지사는 24일 수원지검 성남지청에 출석해 조사를 받는다. 검찰은 이 지사에 대한 추가 및 보강 조사를 벌인 뒤 기소 여부 판단할 방침이다.
이종구 기자 minjung@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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