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명 경기지사, 계륵에서 버려야 할 카드로 전락
박원순 서울시장, 일부서 편들며 반발… 리더십 부각 기회 될 수도
‘혜경궁 김씨’ 사건으로 이재명 경기지사가 정치인생 최대의 위기를 맞고 있다. 경찰이 문재인 대통령을 원색적으로 비난한 트위터 계정 주인으로 이 지사의 부인을 지목하면서 사태가 여권 내 암투 또는 대통령 레임덕까지 부추기는 이슈로 비화할 조짐이다. 혜경궁 김씨 사건의 당초 고발자인 친문 핵심 전해철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당내 갈등을 유발할 수 있다”며 고발을 취하했음에도 경찰은 제3자의 추가고발을 이유로 강도 높은 수사를 해 왔다. 또 다른 친문 핵심인 김경수 경남지사의 드루킹 댓글 공작 연루 혐의 수사와는 판이하게 다르다는 비판이 나온 이유다. 반면 이 지사가 “경찰이 수사가 아닌 정치를 하고 있다”고 반발한 것을 두고 그가 과오를 인정하기는커녕 차기 대권전략상 위기 탈출과 지지층 결집만 꾀한다는 비판이 동시에 쏟아지고 있다. 공교롭게 여야가 공공기관 채용비리 의혹 국정조사를 합의하자 “야당의 ‘박원순 죽이기’에 여당이 손잡았다”는 말도 튀어나왔다. 정치권 이슈를 짚기 위해 본보 국회팀이 카톡방에 모였다.
광화문 불나방(불나방)=혜경궁 김씨 사건이 불거진 경위와 쟁점이 무엇인가요.
사이다 말고 탄산수=6ㆍ13 지방선거 민주당 경기지사 경선 과정에서 문재인 대통령, 전해철 의원 등을 비방해온 트위터 계정 ‘정의를 위하여(08_hkkim)’의 소유주가 이 지사의 부인 김혜경씨라는 의혹이 불거졌죠. 당시 전 의원은 해당 아이디를 고발했고, 경찰이 지난 19일 김씨를 기소의견으로 검찰에 송치하면서 지금의 사태가 된 겁니다. 이 지사는 정치적 수사라는 음모론을 제시하면서 부인의 결백을 주장하고 있죠.
21세기소년백서=2013년부터 혜경궁 김씨 계정을 통해 문 대통령뿐 아니라 노무현 전 대통령까지 싸잡아 비하하는 글 수만건이 올라왔죠. 문 대통령을 노 전 대통령 서거와 연결 짓는 비난 글까지 올리며 친노·친문 지지자들을 심하게 자극했습니다. 특히 친노 진영은 노 전 대통령을 지키지 못했다며 자신들을 스스로 자책하고 있고, 문 대통령을 지켜야 한다는 절박감이 있습니다. 혜경궁 김씨가 건드려서는 안 될 부분을 건드렸다고 볼 수 있습니다.
불나방=공교롭게 문 대통령과 대선후보 경선에서 맞선 인사들의 불명예가 이어지고 있죠. 정치권에선 이를 어떻게 받아들이고 있나요.
임금님 귀는 당나귀 귀(당나귀)=문 대통령과 가까운 주류와 그렇지 않은 여러 비주류 그룹 간의 권력투쟁 성격이 없지 않습니다. 달리 보면 차기 대권주자에 대한 혹독한 검증이 이미 시작됐다고 보는 의견도 있습니다. 강자가 살아남는 게 아니라, 살아남은 자가 강자가 되는 시절이라는 거죠.
여당탐구생활(탐구생활)=‘포스트 문재인’ 제거 일환이라는 음모론적 시각이 있는 건 사실입니다. 다만 대선과 지방선거를 거치면서 친 문재인 대 반문진영의 감정 대립이 돌아올 수 없는 강을 건넜다는 평가가 많았죠. 대선 경선 중간에 기권한 박원순 시장과 달리 안희정, 이재명 후보 모두 당시 문재인 후보와 끝까지 각을 세우며 지지자들 사이에 상당한 앙금이 남았고 이 지사의 경우 이때 쌓인 감정이 언제 터져도 터질 시한폭탄이 돼 버린 거죠.
불나방=이 지사의 각종 추문과 잡음이 한두 가지가 아니죠. 과연 차기 대선까지 살아남을 수 있을까요.
탐구생활=얼마 전까지만 해도 이 지사가 민주당에 계륵 같은 존재였다면 이제는 버려야 할 카드가 됐습니다. 공론화 하기 힘들었던 탈당 문제를 소속 의원 한 두 명이 내놓고 이야기하기 시작했고 물밑에선 당과 대통령 모두에 부담을 주지 않으려면 이 지사 스스로 결단을 해야 한다는 주장이 대세가 됐어요. 유력 대선 후보로서의 지위를 상실했다고 보는 것이고 당으로서 더 이상 보호할 이유가 없는 셈이죠.
당나귀=추문과 잡음 못지않게 이 지사를 위협하는 건 정체성 문제라는 의견도 있습니다. 이 지사의 주요 지지그룹은 사실 현재의 민주당 지지그룹과는 차이를 보인다는 게 대체적인 평가입니다. 2007년 대선 당시 정동영 후보를 후원했던 그룹과 진보정당을 지지했던 그룹이 주축이라는 거죠. 정체성에 대한 근본적 의문을 품고 있는 이들이 적지 않다는 뜻이죠.
불나방=사실상 이 지사의 후원자 역할을 하거나 연대를 해온 이해찬 대표에게 미칠 정치적 파장은 없을까요.
당나귀=혜경궁 김씨 사건이 어떻게 마무리 되느냐에 달렸다고 봅니다. 대표로 선출 된 이후 ‘버럭 해찬’이라는 이미지를 차근히 지워가던 이 대표가, 이번 사건 이후 입장 표명을 요구 받으면서 다시 ‘버럭 해찬’ 이미지가 덧씌워지고 있다는 것부터가 이 대표에게는 좋을 게 없는 상황입니다.
탐구생활=이 대표는 혜경궁 김씨 국면에서 말을 극도로 아끼는 모습입니다. 당권 경쟁 과정에서 이 지사 측의 연대가 알려진 상황이니 만큼 정치적 부담이 상당하지만 양측이 진실공방을 벌이는 상황에서 대표가 나서 입장을 내기는 조심스러운 측면이 있는 거죠. 검찰이 기소를 할 경우에도 당 대표의 입장 표명은 없을 것으로 보입니다. 뉘앙스에 따라서 수사 가이드 라인을 주는 것 아니냐는 비판이 나올 수 있고 반이재명 세력을 자극해 책임론에 휩싸일 수 있기 때문입니다. 만약 경찰 기소시점에 당에 부담을 주는 결과가 나온다면 밖으로 입장표명을 하기보다는 내부적으로 이 지사 스스로의 결단을 요구할 수 있을 것으로 보입니다.
불나방=여야가 공공기관 채용비리 국정조사에 합의하자 여당 내 친박(원순) 의원들이 강력 반발했습니다. 이 지사 때와는 사뭇 다른 분위긴데, 어째서 이런 차이가 나는 건가요.
당나귀=당내 지지기반이 있냐, 없냐의 차이에서 비롯됐다고 봅니다. 박 시장은 기동민ㆍ박홍근 의원 등 당내 주류층에 지지그룹이 적지 않습니다. 반면 지난 대선 경선에서 이 지사를 도왔던 이들은 정성호ㆍ이종걸ㆍ유승희 의원 등 비주류 일색입니다.
불나방=채용비리 국조가 오히려 박 시장의 존재감을 키우는 계기가 될 것이란 평가도 나옵니다. 당내 기류는 어떻나요.
당나귀=박 시장 입장에선 나쁘지 않은 국면으로 보입니다. 우선 호위무사를 자처하는 당내 그룹의 존재를 대내외적으로 확인시켜줬습니다. 국정감사가 시작되면 야당과 맞서는 박 시장의 모습이 부각될 기회를 얻을 수도 있습니다. 강한 리더십을 증명할 기회죠. 야권은 서울교통공사 고용세습 의혹을 주장하고 있지만, 정작 이를 뒷받침할 만한 증거는 내놓지 못하고 있는 탓입니다. 정치권에선 서울교통공사 내 양대 노조 세력 간의 주도권 다툼 탓에 이번 논란이 불거졌다고 보는 게 정설입니다.
탐구생활=권력형 비리인 강원랜드 국정조사가 시작되면 파장이 현재의 예측을 뛰어 넘고 그렇게 되면 고용세습 이슈 자체가 실종될 것으로 전망하기도 해요. 다만 어떤 식으로 전개되든 시정에 무한책임을 져야 하는 박 시장의 입장에선 크고 작은 압박이 작용할 수밖에 없죠. 내부적으로 상당한 긴장감이 감돌고 있다는 전언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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