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극장 아니라 마치 '퀸' 공연장 온 듯...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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극장 아니라 마치 '퀸' 공연장 온 듯...

입력
2018.11.23 11:42
수정
2018.11.24 13:54
15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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극장 3개 면을 둘러싼 영상

60개 스피커가 360도 음향 구현

'보헤미안...' 열풍 뒤엔 특화관

‘보헤미안 랩소디’의 하이라이트인 ‘라이브 에이드’ 자선공연 장면. 이십세기폭스코리아 제공
‘보헤미안 랩소디’의 하이라이트인 ‘라이브 에이드’ 자선공연 장면. 이십세기폭스코리아 제공

“오늘 스크린X 3차 뛰러 갑니다.” “지난 주엔 스크린X로 보고 이번 주엔 MX로 또 봅니다.”

영화 ‘보헤미안 랩소디’를 본 관객들이 최근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서 활발하게 주고 받는 이야기들이다. 스크린X(CGV)와 MX(메가박스)는 물론이고 아이맥스(CGV)까지 모든 포맷을 섭렵했다는 후기도 자주 볼 수 있다. ‘보헤미안 랩소디’ 재관람율은 CGV 기준(10월 31일~11월 18일) 6.2%로, 같은 기간 상위 10위 영화 평균(2.6%)을 크게 웃돈다. 영화를 반복 관람한 관객들은 자신의 경험을 토대로 각 상영관의 장점을 비교 분석해 예비 관객에게 유용한 팁도 전한다. “요즘 어딜 가든 ‘보헤미안 랩소디’ 얘기뿐”이라는 우스개가 들릴 정도로 절정에 달한 영화의 인기에 멀티플렉스 극장 특화관까지 인기가 치솟은 셈이다. 덕분에 ‘보헤미안 랩소디’와 주인공인 ‘록의 전설’ 퀸에 흠뻑 빠진 관객은 어느새 400만명에 육박한다. 24일은 프레디 머큐리의 사망 27주기다.

라이브 에이드 공연 장면을 스크린X로 관람하면 정면 스크린과 좌우 벽면 영상이 관객을 둘러싸 마치 공연장 한가운데 있는 듯한 감흥을 선사한다. CGV 제공
라이브 에이드 공연 장면을 스크린X로 관람하면 정면 스크린과 좌우 벽면 영상이 관객을 둘러싸 마치 공연장 한가운데 있는 듯한 감흥을 선사한다. CGV 제공

극장 인프라 잠재력 폭발…포맷별 순례 관람도

스크린X는 CGV가 개발한 다면상영시스템이다. 정면 스크린뿐 아니라 좌우 벽면까지 3면을 영상으로 둘러 싸 영화 속 공간에 들어와 있는 듯한 기분을 느낄 수 있다. ‘보헤미안 랩소디’의 감동은 스크린X에서 더욱 극대화됐다. 20분간 끊김 없이 270도 입체 영상으로 구현된 마지막 ‘라이브 에이드’ 자선공연 장면은 압권이다. 프레디 머큐리가 무대에 오르는 순간, 극장 안이 순식간에 7만 관중으로 가득 찬 영국 런던 웸블리 스타디움으로 변신한다. 영화 개봉 초기 뜨거운 입소문의 진원지도 스크린X였다.

음악 영화인 만큼 사운드 특화관에도 발길이 이어지고 있다. 메가박스가 자랑하는 MX가 바로 사운드 특화관이다. 60개 넘는 스피커가 개별적으로 작동해 전후, 좌우, 상하에서 360도 입체 음향을 구현하는 돌비 애트모스 시스템이 적용됐다. 퀸의 음악에 집중하고 싶어하는 관객들 사이에서 특히 만족도가 높다. 롯데시네마도 돌비 애트모스 시스템이 갖춰진 상영관에 ‘보헤미안 랩소디’를 집중 배정했고, CGV는 영화 속 사물의 움직임에 맞춰 음원이 상하 좌우에서 함께 이동하면서 생생한 현장감을 전달하는 사운드X 상영관으로 관객을 불러모으고 있다.

◆ ‘보헤미안 랩소디’ 스크린X 상영관 및 유형별 좌석 점유율

구분 좌석 점유율
전체 유형 31.4%
2D 30.0%
스크린X 37.1%
스크린X 싱어롱 74.3%
※자료: CGV리서치센터(10월 31일~11월 18일)

◆ ‘보헤미안 랩소디’ 사운드X 상영관 좌석 점유율

구분 좌석 점유율
전체 사운드X 54.2%
CGV여의도 사운드X 75.8%
CGV여의도 사운드X 스크린X 81.9%
CGV여의도 사운드X 스크린X 싱어롱 91.6%
※자료: CGV리서치센터(10월 31일~11월 18일)

특화관은 그간 그 장점을 아는 일부 마니아들의 전유물이었다. 특화관에서 영화를 봐도 특화관이라는 걸 인지하지 못하는 관객이 많았다. 하지만 ‘보헤미안 랩소디’를 다양한 포맷에서 다채롭게 즐기려는 관객이 늘면서 특화관의 잠재력이 새로 발견됐고 한층 대중화되고 있다. 덕분에 특화관은 연일 매진이다. 배급사 이십세기폭스코리아 관계자는 “‘보헤미안 랩소디’ 열풍에는 최적의 관람 환경을 제공한 극장 인프라도 중요한 역할을 했다”고 짚었다.

좌석 점유율에서도 확연한 차이가 드러난다. CGV리서치센터에 따르면 개봉일부터 이 달18일까지 CGV에서 ‘보헤미안 랩소디’의 전체 좌석 점유율은 31.4%인 데 반해 스크린X는 37.1%로 더 높았다. 스크린X에서 관객이 노래를 따라 부르는 싱어롱 버전은 점유율이 74.3%까지 치솟는다. 사운드 특화관까지 결합될 경우 폭발력은 더 커진다. 전체 상영관이 사운드X인 CGV여의도점에서 같은 기간 ‘보헤미안 랩소디’의 전체 좌석 점유율은 75.8%였다. 사운드X와 스크린X가 합쳐진 상영관의 점유율은 81.9%였고, 싱어롱 버전까지 더해졌을 경우엔 무려 91.6%에 달했다.

메가박스에서도 특화관은 효자 상품이다. 개봉 이후 3주간 주말 관객만 따졌을 때 일반관 평균 좌석 점유율은 40%에 그쳤지만, MX관 전체 평균은 69%, 코엑스점 MX관은 85%로 나타났다. 메가박스 관계자는 “‘보헤미안 랩소디’의 흥행으로 일반 관객들도 사운드의 중요성을 체감하게 됐다”며 “관객 연령층도 한층 다양해져 가족 동반 관객이 늘어나는 추세”라고 전했다.

◆ ‘보헤미안 랩소디’ MX 상영관 좌석 점유율

구분 좌석 점유율
전체 일반관 40%
전체 MX관 69%
코엑스점 일반관 72%
코엑스점 MX관 85%
※자료: 메가박스(개봉 3주간 주말 평균)

극장 기술은 영화의 감동을 극대화한다. 이십세기폭스코리아 제공
극장 기술은 영화의 감동을 극대화한다. 이십세기폭스코리아 제공
스크린X 상영관의 경우 정면 스크린에서는 영화 본편을 상영하고 좌우 벽면에는 본편과 매끄럽게 이어지는 부가 영상을 연결해 극장을 270도 입체 영상으로 둘러싼다. CGV 제공
스크린X 상영관의 경우 정면 스크린에서는 영화 본편을 상영하고 좌우 벽면에는 본편과 매끄럽게 이어지는 부가 영상을 연결해 극장을 270도 입체 영상으로 둘러싼다. CGV 제공

콘텐츠와 플랫폼의 결합 가속화 전망

영화 관계자들은 ‘보헤미안 랩소디’ 열풍에서 관객 성향의 변화를 읽는다. 콘텐츠 못지않게 극장에서만 얻을 수 있는 영화적 체험을 중요시하고 있다는 분석이다. 김형석 영화평론가는 “프레디 머큐리의 성 정체성 혼란 같은 심각한 내용을 깊게 다루지 않고 싱크로율 높은 배우들로 퍼포먼스를 완벽하게 재현하는 데 집중한 스토리텔링 전략이 퀸을 실제로 ‘체험’하는 듯한 감흥으로 이어졌다”며 “극장 테크놀로지는 이러한 체험을 감각적으로 전달하면서 흥행에 촉매제 역할을 했다”고 평했다.

‘보헤미안 랩소디’는 콘텐츠와 플랫폼의 모범적인 결합 방식도 제시한다. 콘텐츠를 플랫폼에 끼워 맞추는 단순 변형으로는 부족하고, 창작 역량이 ‘재제작’ 수준으로 투입돼야 성공할 수 있다는 선례가 됐다. 스크린X는 영화 촬영 당시 보조 카메라들이 다양한 각도에서 찍어 놓은 B컷, C컷 영상들을 CGV 제작팀이 런던 제작사에서 직접 가져다 본편의 각 장면에 맞게 좌우 벽면 영상을 새로 제작했다. 정면 스크린을 중심으로 좌우 벽면 영상이 하나의 이미지로 연결되는 화면은, 본편과 B컷에도 없는 장면을 컴퓨터그래픽(CG)으로 만들어 붙인 것이다. 이를테면 프레디 머큐리가 본편에서 노래를 할 때 벽면에 비춰지는 멤버들의 클로즈업 장면은 B컷이고, 마이크와 기타가 벽면 영상에도 걸쳐 있다면 그건 CG다.

실제 퀸 멤버들과 배우들의 닮은꼴 외모도 화제다. 이십세기폭스코리아 제공
실제 퀸 멤버들과 배우들의 닮은꼴 외모도 화제다. 이십세기폭스코리아 제공

때문에 스크린X로 구현된 40분간의 벽면 영상은 본편에선 절대 볼 수 없는 장면들이다. 퀸이 BBC 방송 스튜디오에서 공연하는 장면에 퀸의 멤버 로저 테일러와 브라이언 메이, 매니저 짐 비치가 카메오로 등장하는데, 이 또한 본편엔 담기지 않았다. 본편과는 또 다른 감흥을 줄 수 있느냐가 플랫폼의 성공을 좌우하는 핵심 요소다. 최승용 스크린X 스튜디오 팀장은 “극장이라는 걸 잊게 만들자는 목표를 세우고 감독의 연출 의도와 스토리텔링을 존중하면서 최대한 창의력을 발휘했다”고 말했다.

온라인 플랫폼과 경쟁해야 하는 극장들은 영상ㆍ사운드 특화관 같은 새로운 플랫폼에 극장산업의 미래가 있다고 전망한다. 기획 단계부터 극장이 참여해 플랫폼에 맞게 콘텐츠를 제작하는 시도도 활발하다. ‘부산행’(2016) 연상호 감독이 제작하고 ‘마리 이야기’(2002) 이성강 감독이 연출하는 애니메이션 영화 ‘태양의 공주’는 전체 분량을 스크린X로 만들고 있다. 그룹 트와이스의 월드투어를 담은 ‘트와이스랜드’도 다음달 스크린X에서 개봉한다. 새 플랫폼은 이미 효과가 검증된 음악 영화 외에도 공포 영화, 전쟁 영화처럼 현실감 재현이 필요한 장르에서 특히 각광받고 있다. 우려가 없는 건 아니다. 김형석 평론가는 “기술 개발보다 기술에 맞는 콘텐츠 개발이 훨씬 어렵다”며 “포맷 변형은 늘 시도돼 왔지만 일부만이 성공했듯 어설픈 답습은 오히려 역효과가 날 수 있다”고 말했다.

김표향 기자 suzak@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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