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내달 1일 양국 정상 만찬회담서 對中 강경파 나바로 제외
내달 1일 미중 정상회담이 예정된 가운데 미국 내 대중 강경파의 핵심인물로 꼽히는 피터 나바로 백악관 무역ㆍ제조업 정책국장이 회담에서 배제됨에 따라 무역협상 타결 가능성이 높아졌다. 때마침 남중국해 등에서 미군과 신경전을 펴온 중국군 고위장성이 미 해군의 핵항모를 직접 시찰하기도 했다.
홍콩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는 22일 주요 20개국(G20) 정상회의를 계기로 다음달 1일 열리는 미중 정상 간 만찬회담에서 나바로 국장이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측 참모진 6명에 포함되지 않으면서 회담에 청신호가 켜졌다고 보도했다. 나바로 국장이 배제되면서 미국 측에선 존 볼턴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 마이크 폼페이오 국무장관, 스티븐 므누신 재무장관, 윌버 로스 상무장관, 로버트 라이트하이저 미국무역대표부(USTR) 대표, 래리 커들로 국가경제위원회 위원장이 참석할 것으로 보인다고 SCMP는 전했다.
나바로 국장은 중국과의 타협은 절대불가하다고 주장하는 미국 내 대표적인 대중 강경론자다. 그는 최근 한 간담회에서 뉴욕 월스트리트에서 일하는 은행가와 헤지펀드 매니저들을 ‘무보수로 일하는 미등록 외국인 로비스트’로 규정한 뒤 “이런 미등록 외국인 로비스트의 임무는 대통령을 압박해 중국과 모종의 합의를 이뤄내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중국 측에선 시진핑(習近平) 국가주석의 경제 책사이자 무역협상 책임자인 류허(劉鶴) 부총리, 딩쉐샹(丁薛祥) 공산당 중앙판공청 주임, 양제츠(楊潔篪) 외교담당 정치국원, 중산(鍾山) 상무부장 등이 배석자로 거론된다. 관영 환구시보는 이날 SCMP를 인용해 나바로 국장의 배제 소식을 전하며 “양측이 극단적인 대립을 피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고 평가했다.
실제 양국의 협상을 이끌고 있는 므누신 장관과 류 부총리는 정상회담 전에 G20 개최지인 아르헨티나에서 고위급회담을 열 계획이다. 당초 워싱턴으로 예고됐던 고위급회담 장소의 변경에 대해 전문가들은 “트럼프 대통령과 시 주석 간 회담에 무게를 싣기 위한 상징적인 조치”라고 의미를 부여했다.
이런 가운데 양국 간 유화 제스처도 잇따르고 있다. 남중국해에서 필리핀 해군과 연합훈련을 마친 미 해군 항공모함 로널드 레이건호는 지난 20일 인민해방군 홍콩 주둔부대 사령관인 탄번훙(譚本宏) 중장을 승선시켜 전투기의 이착륙을 지켜보게 했다. 그러자 중국은 이튿날 로널드 레이건호 항모전단의 홍콩 입항을 전격 허용했다.
베이징(北京)의 한 외교소식통은 “미중 양측에서 공히 전면적인 갈등 확산을 우려하는 목소리가 힘을 얻으면서 정상회담을 계기로 무역전쟁 타결 가능성이 높아지고 있다”면서 “설령 일시적인 ‘정전협정’ 수준이더라도 세계 경제의 어려운 상황을 감안할 때 양측이 숨 고르기에 나선 것 자체로도 의미를 부여할 만하다”고 말했다.
베이징=양정대 특파원 torch@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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