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관이 일감 부족을 겪는 중소 조선사에 액화천연가스(LNG) 연료선 140척을 발주한다. 중소 조선사와 기자재업계가 겪는 신규 투자자본 확보, 대출 만기 상환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1조7,000억원의 금융 혜택도 지원한다. 수소를 에너지원으로 삼는 수소 선박과 자율주행선박 등 고부가가치 선박 개발도 돕는다.
산업통상자원부 등 관계부처는 22일 국정현안조정점검회의를 열어 이 같은 내용을 골자로 한 ‘조선 산업 활력제고 방안’을 발표했다. 지난 4월 내놓은 ‘조선 산업 발전전략’이 중대형 조선사에 초점을 맞췄다면, 이번 방안은 대형 조선사의 수주량은 증가했지만 여전히 일감 부족에 신음하는 중소 조선사와 기자재 업계를 대상으로 했다.
정부는 친환경 선박 시장 확대ㆍ기술 확보를 위해 내년 중소 조선사에 LNG연료선 2척을 발주한다. 이를 시작으로 2025년까지 총 140척(40척 공공ㆍ100척 민간)의 LNG연료선을 발주하기로 했다. 윤성혁 산업부 조선해양플랜트과장은 “중소 조선사에 1조원 규모의 새 시장이 열리게 될 것”이라며 “LNG연료선에 적합한 관공선은 2020년부터 LNG연료선 발주를 의무화하는 방안도 검토할 방침”이라고 말했다. 지난해 국내 78개 중소 조선사의 총매출(6,012억원)을 고려하면 시장 규모가 많이 늘어나는 셈이다. 민관은 또 LNG연료선 운영에 필요한 연료공급 인프라 구축에도 2025년까지 2조8,000억원을 투입한다.
이번 대책의 또 다른 축은 금융지원이다. 자금조달에 어려움을 겪는 중소 조선사에 7,000억원의 신규 금융과 1조원 규모의 만기연장을 지원한다. 이번 금융지원은 대형 조선사와 지방자치단체, 정부가 함께 조달한 금액이다. 일감을 수주했지만 자금이 부족한 기자재업체에 1,000억원(업체당 최대 30억원)의 금융을 보조한다. 국제해사기구(IMO)의 황산화물 규제 강화에 따라 급성장하는 탈황설비 등 친환경 기자재 제작 업체는 무역보험공사 보증을 통해 2,000억원 규모의 제작금융을 지원받을 수 있다. 중소 조선사 선수금환급보증(RG) 규모도 기존 1,000억원에서 2,000억원으로 늘린다.
윤 과장은 “이번 대책은 세계무역기구(WTO) 규정 안에서 이뤄지기 때문에 통상 문제로 확대될 가능성은 매우 낮다”고 설명했다. 앞서 지난 13일 일본 정부는 조선업계에 공적 자금을 투입한 한국 정부가 수주 시장을 왜곡한다며 WTO에 제소했다.
정부는 이날 서울 강남구 코엑스에서 조선 산업 활력제고 방안을 효율적으로 추진하기 위한 상생협약식도 맺었다. 협약식에는 대형 조선사 3사와 조선공업협동조합, 조선기자재협동조합, 조선사가 있는 부산ㆍ울산 등 5개 지자체 관계자들이 참석했다. 성윤모 산업부 장관은 “올해 수주물량이 건조에 투입되는 내년 하반기 이후 국내 조선 시황이 본격적으로 회복될 것”이라며 “국내 조선 산업의 재도약 기회가 될 친환경 선박 분야에서 세계 최고가 될 수 있도록 전폭적으로 지원하겠다”고 말했다.
변태섭기자 libertas@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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