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티스 장관, 한미 공식발표 앞서 발언
제임스 매티스 미국 국방장관은 21일(현지시간) 내년 3~4월 실시될 예정이었던 한미 합동군사훈련인 ‘독수리(FE)훈련’을 축소하겠다고 밝혔다. 같은 날 마이크 폼페이오 미 국무장관은 북핵 협상과 관련 “시간표를 정해두고 가지 않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북미 고위급 회담 재개를 둔 양국 간 첨예한 기싸움 속에서도 대화의 불씨를 꺼트리지 않겠다는 뜻을 분명히 함과 동시에 그렇다고 북한에 끌려가는 협상은 하지 않겠다는 메시지를 내보낸 것이다.
매티스 장관은 이날 국방부 청사에서 기자들에게 “독수리훈련이 재조정(reorganized)되고 있다”며 “(북핵 협상과 관련한) 외교에 나쁜 영향을 주지 않을 만큼의 수준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매티스 장관은 “(훈련) 범위가 축소될 것”이라고 했지만 구체적인 축소 범위에 대해 설명하진 않았다.
독수리훈련은 키리졸브(KR)연습이나 을지프리덤가디언(UFG) 같은 시뮬레이션 훈련이 아닌 실기동 훈련이다. 미 본토 증원 전력과 전략자산까지 대거 투입돼 왔기 때문에 북한이 특히 예민하게 반응해 왔다.
한국 국방부도 독수리훈련 축소 가능성을 부정하지 않았다. 최현수 국방부 대변인은 22일 정례브리핑에서 “한미는 북한 비핵화 진전을 위해 외교적 노력을 뒷받침하기 위한 군사적 노력을 긴밀히 협의하고 있다”며 한미훈련이 북한을 자극하지 않는 방향으로 조정되고 있음을 시사했다.
한미는 올해 들어 을지프리덤가디언과 대규모 연합 공군훈련인 비질런트에이스 일정 등을 순연시켜 왔다. 매티스 장관의 이날 발언도 비핵화 협상이 지속되는 한 북한을 자극할 수 있는 연합훈련을 실시하지 않는다는 기존 방침의 연장선으로 풀이된다.
주목되는 것은 매티스 장관 발언의 타이밍이다. 당초 한미 군 당국은 지난달 워싱턴에서 열린 한미 안보협의회의(SCM)에서 내년 예정된 한미훈련 일정을 이달 중 조정해 12월 1일쯤 공식 발표키로 협의한 바 있다. 한미 간 공식발표에 앞서 매티스 장관이 먼저 훈련 축소 가능성을 밝히고 나온 것으로 북미 대화 추동력을 키우려는 의지를 드러내고자 한 것이다. 신범철 아산정책연구원 안보통일센터장은 “미국이 속으론 조급하면서 겉으로 (북미 간) 대화가 잘 되고 있다는 시그널을 주고 있는 것”이라며 “다만 내년 초까지도 핵시설 검증 등 북한이 의미 있는 비핵화 조치를 내놓지 않을 경우 한미훈련 규모를 다시 키우는 식으로 북한을 압박할 수 있다”고 내다봤다.
북미 고위급 회담 당사자인 폼페이오 장관은 같은 날 “갈 길이 멀지만 (비핵화) 시간표를 정해놓고 가진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캔자스주 위치타에 있는 지역 라디오방송과의 전화인터뷰에서 폼페이오 장관은 “북한의 비핵화는 긴 논의를 요하는 복합적인 문제지만 진전이 이뤄지고 있다”면서 “국무부의 임무는 명확하며 그것은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과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했던 약속이 이행되도록 하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시간에 쫓겨 미국에 불리한 협상을 하진 않겠다는 기존 입장을 되풀이한 것이다.
반면 폼페이오 장관의 이 같은 발언에도 내심 다급한 미국의 속내가 묻어난다는 평가다. 임을출 경남대 교수는 “지금으로서는 비핵화 진전이 없는데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의) 정치적 입지가 좁아지니 북미 고위급 회담과 정상회담에 대한 기대치만 높이고 있는 것”이라고 평가했다.
조영빈 기자 peoplepeople@hankookilbo.com
김정원 기자 gardenk@hankookilbo.com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