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치동 학원가에서도 검증됐어요. 수능 국어의 비문학 지문은 문해력을 평가하는 겁니다. 다른 문제처럼 분야를 정해서 예상문제 풀어보는 방식으론 풀 수 있는 문제가 아닙니다. 문해력 평가는 평소 다양한 책을 읽는 수 밖에 없습니다. 한국출판문화상 책들이 그 출발점이 될 겁니다.”
지난 18일 제59회 한국출판문화상 예심 심사를 위해 서울 세종대로 한국일보 본사에서 모인 심사위원들이 한데 입을 모았다.
심사위원들의 화두는 얼마 전 화제가 됐던, 만유인력을 다룬 ‘수능 국어 31번 문제’였다. 문해력은 난생 처음 접하는 내용의 글이라 해도 차분히 읽어나가면서 이해하는 능력이다. 국어 시험에는 문해력 평가가 들어갈 수 밖에 없으며, 그렇다면 시ㆍ소설 같은 문학은 물론, 역사, 철학, 과학 등 다양한 분야의 글이 선택될 수 밖에 없다. 역사적ㆍ철학적ㆍ과학적 지식을 요구하는 게 아니다. 논리적 사고와 추론 능력을 보는 것이다. 물론, 모두가 관심을 보이는 수능 국어 문제였던 만큼 좀 더 좋은 문장으로 구성된 문제였다면 더 바랄 나위가 없었겠지만, 31번 같은 문제가 출제되는 경향 자체는 바람직하다는 의견들이었다.
사실 ‘꼰대’ 같아 보이지 않으려 다들 쉬쉬하지만 ‘요즘 아이들 문해력’에 대한 한숨은 오래됐다. 교양 과목의 기초적 수준 교재를 읽어오는 것조차 벅차하는 아이들도 많다. 책이나 논문 여럿 읽고 발표토록 했더니 주제 파악이 안돼 엉뚱한 이야기를 늘어놓는 경우도 많다. 부끄러워하기보다 어려운 건 무조건 싫다고만 한다. 이 벽을 뛰어넘게 해주는 건 결국 좋은 책뿐이다. 한해 출판계 농사를 마무리 짓는 한국출판문화상이 하나의 기준점이다.
한국일보가 주최하고 KT&G가 후원하는 제59회 한국출판문화상은 그 기대에 부응하기 위해 저술-학술, 저술-교양, 어린이ㆍ청소년, 번역, 편집 각 부문에서 10종씩, 모두 50종의 책을 골라냈다. 김경집(인문학자)ㆍ김지은(아동문학평론가)ㆍ백승종(한국기술교육대 대우교수)ㆍ이정모(서울시립과학관장)ㆍ이현우(서평가)ㆍ장은수(출판평론가)ㆍ한기호(한국출판마케팅연구소장) 심사위원(7명)이 자신 있게 권하는 올해의 책들이다.
조태성 기자 amorfati@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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