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트디부아르를 넘어 아프리카 대륙의 최고 공격수로 이름을 날린 디디에 드로그바(40)는 ‘축구영웅’ 또는 ‘드록신(神)’으로 불린다. 세계 최정상의 골잡이로 부와 명예를 쌓은 이유도 있지만, 자존심을 굽히고 부를 나누면서 조국에 평화와 희망을 안긴 업적에 대한 경의가 담긴 별명이기도 하다.
그가 태어난 코트디부아르는 1960년 프랑스로부터 독립한 뒤 부정선거와 군부 쿠테타 등에 따른 내전이 계속되며 수만 명이 목숨을 잃는 고통에 시달렸다. 코트디부아르가 처음 월드컵 본선행을 확정한 2005년에도 정부군과 반군 사이 내전으로 총성은 계속됐다. 월드컵 본선 진출 확정 뒤 드로그바는 자국에 생중계 되는 TV 카메라 앞에서 무릎을 꿇었다. 그리고는 “일주일 만이라도 무기를 내려놓고 전쟁을 멈춰달라”고 간곡히 부탁했다.
기적이 일어났다. 드로그바의 절절한 호소에 양쪽은 총부리를 거두기로 합의했고, 이를 계기로 2년 뒤 평화협정을 맺으며 내전을 중단했다. 세계적인 스타로 명성을 얻은 뒤엔 조국의 미래를 위해 선뜻 큰 돈을 내놓았다. 2009년엔 고향 아비잔에 종합병원을 설치하자며 펩시 광고 출연료 약 55억원을 쾌척한 뒤 이후 어린이 예방접종 지원을 위해 지속적인 기부도 이어갔다.
이처럼 축구를 통해 전 세계에 큰 울림을 전해 온 드로그바가 그라운드를 떠나기로 했다. 그는 22일(한국시간) 공개된 영국 BBC와 인터뷰에서 은퇴를 공식 발표했다. 1998년 프랑스 르망에서 프로선수로 데뷔한 지 20년 만이다. 데뷔 후 프랑스 갱강, 올랭피크 리옹을 거친 그는 2004년 EPL 명문 첼시로 이적해 2006-2007시즌, 2009-2010 시즌 득점왕에 오르는 등 세계 최고 공격수로 이름을 날렸다. A매치에도 102차례 출전해 65골을 넣었다.
자국민은 물론 전 세계 축구팬들에게 기쁨과 희열을 선사했지만, 정작 본인이 원하던 월드컵 16강의 꿈은 이루지 못한 채 은퇴했다. 2006년 독일월드컵, 2010년 남아공월드컵에서 ‘죽음의 조’에 편성되는 불운에 울었다. 부상을 안고 참가한 2014년 브라질월드컵에선 홍수에 신음하는 자국민들에게 희망을 주겠다며 고군분투했으나 일본과 1차전을 이기고도 콜롬비아, 그리스에 연달아 패하며 아쉬움을 삼켰다.
전성기가 끝나지 않았던 2012년 중국 슈퍼리그 상하이 선화로 이적해 세계 축구계를 놀라게 했던 그는 터키 갈라타사라이를 거쳤고, 2014-2015시즌엔 다시 첼시로 잠시 복귀했다가 미국 프로축구 피닉스 라이징으로 이적해 최근까지 활약했다. 드로그바는 “(프로선수로 지낸)지난 20년은 내게 엄청난 시간이었다”라며 소회를 전했다.
김형준 기자 mediaboy@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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