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0세 이상 여성이 46% 차지
앞다퉈 육아 여성 취업 지원
보험사들이 육아를 병행하거나 그로 인해 경력 단절을 겪은 여성들이 일하기에 맞춤한 보험설계 영업채널을 앞다퉈 운영하고 있다. 모성보호라는 가치경영을 실천하는 동시에, 젊은 육아맘 고용을 늘려 고령화하는 설계사 조직에 활력을 불어넣으려는 노력으로 풀이된다.
22일 보험업계에 따르면 한화생명은 지난 19일 오프라인 지점의 대면관리를 받지 않고 태블릿PC로만 활동하는 설계사 영업 채널 ‘스마트 재무설계사(Smart FP)’를 도입했다. 설계사가 되기 위한 자격시험 준비부터 자격증 취득 이후 영업 및 고객 계약관리 등 모든 과정이 태블릿PC로 이뤄진다. 설계사가 된 뒤에도 사무실로 출퇴근할 필요가 없고 정례 회의 때마다 실적에 대한 압박을 받을 일도 없다. 황승준 한화생명 CPC전략실장은 “집이나 카페 등 어디에서든 업무를 볼 수 있어 육아맘들이 틈새시간을 활용해 원하는 만큼만 영업을 할 수 있다”고 말했다. 한화생명 측은 금융권 근무 경험이 없는 구직자를 위해 보험, 세무업무의 기본지식도 온라인을 통해 무료 교육할 계획이다.
삼성생명도 비슷한 취지의 제도를 운영하고 있다. 삼성생명이 2016년 1월 도입한 ‘리젤(LIfe-anGEL)’ 지점은 30~45세 워킹맘으로 구성된 설계사 조직이다. 자녀의 유치원ㆍ어린이집 등원 등 오전 육아 일정을 감안해 지점으로 출근하는 시간을 오전 10시로 늦추는 식으로 다양한 배려를 하고 있다. 리젤 지점은 전국에 10곳 운영되고 있고, 소속 설계사 수는 지난해 대비 2.5배가량 늘어난 322명(10월 기준)이다. 이들이 올해 거둔 계약 실적은 월납초회보험료 기준 4억4,000여만원 수준으로 매년 성장세에 있다.
교보생명도 2016년 10월부터 ‘퀸(K-Win)FP’라는 모성보호 조직을 운영 중이다. 경력단절여성이 직장에 제대로 적응할 수 있도록 기존 설계사 교육기간보다 넉넉한 2년의 특화 교육을 실시하고 있다. 정착 초기에는 판매 실적에 관계없이 일정액의 수수료를 지급하면서 영업에 부담을 느끼지 않도록 지원한다. 현재 서울지역에서 30, 40대 워킹맘 20여명이 활동하고 있다.
보험사들의 이런 노력은 매출의 큰 비중을 차지하는 ‘영업의 꽃’ 설계사 조직이 고령화하고 있는 현실과 무관치 않다. 보험연구원이 4월 발표한 보고서에 따르면 2016년 기준 생명보험 설계사 평균연령은 46.4세로, 금융권(39세)은 물론이고 산업 전체(41.5세)보다도 높았다. 특히 50세 이상 여성 설계사가 전체의 45.6%를 차지하는 실정이다. 안철경 보험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설계사 연령이 올라갈수록 활동량이 줄어들 수밖에 없고, 복잡한 구조의 보험상품을 판매하기가 쉽지 않아 생산성이 떨어질 수 있다”고 지적했다. 대형 생명보험사 관계자는 “젊은 여성들이 보험사로 들어오면 잠재고객 연령층의 폭을 넓힐 수 있고 조직 분위기를 전환하는 효과가 있다”고 말했다.
장재진 기자 blanc@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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