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일 EEZ 대화퇴 어장 주변서… 韓경비함 “日어선 이동을” 日순시선 “인정 못해”
대법원 강제징용 배상 판결과 일본군 위안부 재단 해산 등으로 한일관계가 급속히 얼어붙고 있는 가운데 동해 상 일본 측 배타적경제수역(EEZ) 대화퇴(大和堆) 어장 주변에서 한일 경비함이 한때 대치했던 사실이 뒤늦게 확인됐다.
22일 NHK와 지지(時事)통신 등 일본 언론에 따르면 한국 측 해경 경비함이 지난 20일 오후 8시30분쯤 해당 해역에서 조업 중이던 일본 오징어 어선에 접근해 “조업을 중단하고 다른 수역으로 이동하라”고 요구했다.
인근에 있던 일본 해상보안청 순시선이 이 같은 내용의 무선 교신을 수신, “이 곳은 한일어업협정에 따라 일본 어선이 조업할 수 있는 해역이다. 이동하라는 요구를 인정할 수 없다”고 한국 경비함에 수 차례 전달했으나 답변을 듣지 못했다. 이에 일본 측 순시선 2척이 한국 경비함과 일본 어선 사이로 이동했다. 자국 어선 보호 차원에서 한국 경비함의 접근을 차단한 것이다. 당시 한국 측 경비함과 일본 순시선은 최단거리 740m를 사이에 두고 대치했으며, 상황 발생 2시간20분 만인 밤 10시50분쯤 한국 측 경비함이 해당 지역에서 물러나면서 종료됐다.
일본 외무성은 이 같은 보고를 받은 뒤 그날 밤 한국에 항의 및 재발방지를 요구했다. 일본 측은 주일 한국대사관은 물론이고 주한 일본대사관을 통해 한국 외교부에 “한일 어업협정 위반 행위”라는 입장을 전달했다. 외무성도 이 같은 내용을 21일 홈페이지에 게시했다.
일본 제9관구 해상보안본부는 대화퇴 주변에서 과거 이런 전례가 없었다면서 한국 경비함이 일본 어선에 접근해 이동을 요구한 의도를 알 수 없다고 밝혔다. NHK에 따르면 나중에 한국 측에서 “익숙하지 않은 해역에서의 경비 활동을 벌여 현장에서 룰을 이해하지 못했다”는 취지로 설명했다.
이에 앞서 지난 15일에는 독도 북동쪽 333㎞(180해리) 인근 해상에서 48t급 연승어선 문창호(통영 선적)와 일본 국적 어선이 충돌, 문창호의 기관실이 침수하는 사고가 발생했다. 사고는 조업 중이던 문창호의 좌현 중간 지점을 일본 배가 들이받으면서 일어났다. 그러나 주변에서 조업 중이던 민간 어선 2척의 도움으로 문창호 선원 13명이 전원이 신속하게 구조됐다. 당시 사고가 발생한 곳은 한일 양국이 공동 관리하는 공해 성격 수역으로, 양국 어선 간 조업 경쟁으로 발생한 것이 아니냐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도쿄=김회경 특파원 hermes@hankookilbo.com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