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분기 가계 평균 106만5000원… 첫 20%대 증가
실질소비여력 급격 위축돼 내수회복 걸림돌 우려
한 달에 100만원을 버는 가구의 경우 이중 22만원은 세금이나 사회보험료, 이자 등으로 빠져나가는 것으로 조사됐다. 월급을 받아도 구경도 못하고 사라지는 이 같은 의무지출 부담이 가파르게 불어나며 가계의 실질 소비여력이 위축돼 내수회복도 더뎌질 것이란 우려가 나온다.
22일 통계청에 따르면 지난 7~9월 전국 가구의 세금, 이자비용 등 비(非)소비지출은 106만5,000원으로, 1년 전(86만3,700원)보다 23.3%나 폭증했다. 비소비지출 증가율이 20%대를 넘어선 것은 2003년 통계 작성이 시작된 후 처음이다. 평균 가계소득(474만7,900원)에서 비소비지출이 차지하는 비중도 22%로 역대 최고치를 기록했다. 100만원을 벌면 22만원은 세금과 각종 사회보험, 이자 등을 내는 데에 쓴다는 얘기다. 당초 지난해 3분기 3% 수준이던 비소비지출 증가율(전년 동기 대비)은 그 해 4분기 12.5%로 껑충 뛴 후 올해 1분기 19.2%, 2분기 16.5% 등 두 자릿수 증가세가 이어지고 있다.
이유는 복합적이다. 먼저 비소비지출 가운데 가장 큰 비중(25%)을 차지하는 가구간 이전지출(경조사비나 가족간 주고 받는 용돈ㆍ생활비)이 추석연휴(9월22~26일) 등의 영향으로 35.7%(작년 3분기 19만6,700→올해 3분기 26만7,000원)나 늘었다. 근로소득세 등 경상조세도 34.2%(18만8,100→25만2,500원) 급증했다. 소득 상위 20% 가구(5분위)를 중심으로 상용직(근로계약 1년 이상 일자리) 취업자가 늘며 근로소득세가 많이 걷혔기 때문이다. 이자비용도 30.9%(8만1,900→10만7,200원)나 늘며 역대 최고 증가율을 기록했다. 주택담보대출과 신용대출 규모가 계속 커지고 있는 가운데 금리마저 오른 결과다. 건강보험료 등 사회보험 지출도 13.5% 증가했다. 박상영 통계청 복지통계과장은 “직장가입자 기준 건강보험료율이 작년 6.12%에서 올해 6.24%로 인상된 영향”이라고 말했다.
문제는 최근 비소비지출이 소득보다 지나치게 가파르게 증가하고 있다는 데 있다. 3분기 비소비지출은 1년 전보다 23.3% 늘어난 반면 전체가계소득은 4.6% 증가하는 데 그쳤다. 이에 따라 가계가 실제 소비에 쓸 수 있는 처분가능소득(총소득-비소비지출)은 0.3% 늘어나는 데 그쳤다. 물가를 고려하면 실질 처분가능소득은 ‘마이너스’일 가능성이 높다. 더구나 소득 하위 20%의 소득은 오히려 줄어든 만큼 고통이 더 심하다.
김상봉 한성대 교수는 “비소비지출 증가에 따른 가처분소득 정체로 소득증가→소비확대→경제성장으로 이어지는 소득주도성장궤도가 작동하기 어려운 상황”이라고 말했다. 성태윤 연세대 교수는 “비소비지출의 가파른 증가세가 향후 내수회복의 걸림돌이 될 것”이라고 지적했다.
세종=박준석 기자 pjs@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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