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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I★인터뷰] 김성오 “‘성난황소’ 찍으며 폭염과 싸웠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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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I★인터뷰] 김성오 “‘성난황소’ 찍으며 폭염과 싸웠죠”

입력
2018.11.22 16: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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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난황소’ 촬영장에서 땀을 흘리고 있는 김성오.
‘성난황소’ 촬영장에서 땀을 흘리고 있는 김성오.

배우 김성오를 만나 건넨 첫 인사는 "악역 할 때 너무 무섭다"였다. 멋쩍은 듯 웃던 그는 "많은 사람들이 그렇게 말한다"고 답했다. 사실, 김성오는 악역뿐만 아니라 코미디나 일상 연기에도 특출난 재주가 있다. 한마디로 연기력이 출중한 배우다. 그럼에도, 악역에 있어서는 분명히 특화된 무언가가 있다. 치아를 드러내고 웃을 때의 섬뜩함이나 상대를 위압하는 강렬한 눈빛, 반쯤 나사가 풀린 듯한 제스처 등 김성오가 표현하는 악역은 유독 소름 끼친다.

대중이 그의 존재를 강렬하게 인식하게 된 것도 악역이었다. 원빈과 함께 출연했던 영화 '아저씨'에서 깊은 인상을 남긴 그는 "당시엔 악역 제안만 받아 스트레스를 받았다"고 회상했다. 배우로서 다양한 역할에 도전하고 싶은데, 그럴 기회가 줄어든다는 건 당연히 속상할 만 했다.

"'왜 자꾸 비슷한 역할만 들어오지?' 하는 고민을 했어요. 비슷한 게 아니라, '아저씨' 속 역할을 그냥 주더라고요. 고민도 많았고 술도 많이 마셨고 나름 되게 슬픈 감정들이 많이 들었어요. 그런데 좀 지나다 보니까 배우라는 직업이 사실은 내가 뭔가를 하고 싶다고 할 수 있는 게 아니란 생각이 들더라고요. 선택을 받아야 할 수 있는 부분이죠. 특수성이 있는 부분에서 선택을 받는 거 또한 좋은 일인데, 그런 선택을 받기 위해서 노력하는 것도 의미가 있겠단 생각이 들었어요."

김성오는 신인 시절의 마음을 되새기며 생각을 고쳤다. 한때는 영화에 대사가 있든 없든 출연을 하고 싶다는 생각을 했고, (화면에) 얼굴이 잘 안 나오더라도 배우가 되겠다는 마음을 갖고 배우 생활을 시작했는데 스트레스를 받는 자신이 잘못됐다는 느낌이 들었다고.

"모든 시나리오에는 대부분 선이 있으면 안타고니스트 역할이 있죠. 기본적으로 선한 역을 괴롭히는 베이스는 똑같지만, 거기 나오는 인물이나 사람은 다 다를 거란 생각을 했어요. 향후 10년이든 20년이든 상업영화가 만들어지면 악당은 존재할 것이고, 설령 내가 죽을 때까지 악당 연기만 한다고 해도 나쁜 게 아니라는 결론을 지었죠."

평생 악역만 해도 괜찮다는 결심 안에는 그만큼의 자신감이 내재돼있었다. 다 같은 악역이 아니고 표현의 차이를 두면서 변주할 수 있기 때문에 가능한 결심이었다.

"제 얼굴을 바꿀 수도 없고 목소리를 바꿀 수도 없지만, 제가 표현해낼 수 있는 다양성을 악역에만 국한되어서 생각할지언정, 여러가지가 있을 수 있겠단 생각을 했어요. 시나리오가 대놓고 전작의 캐릭터를 그대로 옮겨온 게 아니라면, 분명히 다른 사람으로서 만들어갈 수 있는 부분이 있다면 평생 악역을 해도 배우로서 충분히 의미 있는 일인 거 같고 그 또한 즐거운 일이라고요."

진지하게 이야기를 이어나가던 김성오는 "원래 전문직이 돈도 잘 벌지 않나"라며 웃었다.

"예를 들어 성형외과 의사들도 '저 병원은 눈 하나는 기가 막혀' 하면 손님이 많을 거고, 어떤 병원은 코가 전문이고 그런 게 있잖아요. 그래야 영업도 잘되고. 그렇게 생각하니 좋더라고요."

새 영화 '성난황소'에서 김성오는 인신매매조직의 보스 기태 역을 맡았다. 큰 돈에 눈이 멀어 사랑하는 사람을 팔아넘기는 인간의 간사한 면을 보면서 즐거워하는 악랄한 인물이다. 상대에게 무조건 고통만을 안기는 것이 아니라, 인간을 시험한다는 점에서 일반적인 악역과 다른 지점이 있다.

마동석은 김성오가 연기한 기태를 '조커'에 비유하기도 했다. 조커는 DC 코믹스 역사상 가장 악랄하고 치명적인 악당이다. 변화무쌍한 표정 속에 진심을 숨긴다. 그는 "조커는 세계적으로 흥행한 할리우드 영화 속 인물 아닌가. 과찬이고 감사하지만 특별히 염두에 두진 않았다"고 말했다.

"마동석 형 자체가 좋은 형이에요. 영화라는 공간에서 같이 모였으니까, 현장을 큰 형으로서 누구보다 편하게 만들어줘요. 감독님도 그렇고 배우들도 다 어리고 어찌 보면 가장 후배들이 불편할 수도 있는데 동석이 형이 현장에서 그런 부분들을 배려해 편하게 대해준 거 같아요."

‘성난황소’ 스틸
‘성난황소’ 스틸

이번 작품을 촬영하며 가장 힘든 건 날씨였다. 폭염 속에서 촬영을 하며 생긴 에피소드도 있다. 김성오는 땀에 흠뻑 젖은 채 옷을 말리고 있는 촬영장 사진을 휴대폰에서 찾아 보여줬다.

"후반부에 자동차 신이 있는데, 한 테이크 갔다가 밖에 나오면 온몸이 땀으로 젖어있었어요. 찜질방에 30분 앉아있다 나온 것처럼. 옷에 땀이 줄줄 흐르는데, 선풍기로 말리고 다시 찍고 그랬죠. 일부러 그렇게 흘리라고 해도 못할 거에요. 자동차 추격신부터 해서, 촬영 중이다 보니 에어컨을 못 켜거든요. 진짜 더웠어요. 세트가 아니고 실제 도로에서 촬영했는데 태양을 피할 수 있는 방법이 없었죠. 하하."

마지막 액션신을 촬영하기 전에 김성오는 감독과 많은 대화를 했다. '기태가 싸움을 잘하나 못하나, 어느 정도 싸우나'에 대해 물었고, 결국 캐릭터에 맞는 지점을 찾아냈다.

"기태가 처음 등장신을 보면 어깨를 쫙 편다는 느낌이 있는데 점점 동철(마동석)의 압박에 조이면서 본성이 나오죠. 인간이 그렇잖아요. 더 센 상대를 만나면 본성이 나오니까요. 강력한 상대를 만나면서 기태도 본연의 모습들을 보여주게 되는 거죠. 죽기는 싫으니까."

김성오의 악역 연기가 빛난 '성난황소'는 오늘(22일) 개봉했다.

유수경 기자 uu84@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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