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3>부산시 장노년일자리 워킹파트너사업, 지난해 전국 첫 시작, 2년째 성과
시, 국세청 출신 등 10명 참여…취약계층 집수리 등 시책 지원
“퇴직 후 제 능력을 발휘할 수 있는 공간이 있다는 게 얼마나 행복한 일인지 모릅니다.”
지난 21일 부산 연제구 거제동 연제시니어클럽 지하1층 실버마을작업장에서 만난 김종환(62)씨는 관내 70세 이상 어르신 16명과 종이가방(쇼핑백) 만들기에 여념이 없었다.
2015년 12월 부산시 환경수사팀장을 끝으로 36년간의 공직생활을 마감한 김씨는 올해 2월부터 이 작업장의 자문위원으로 활동하고 있다.
김씨는 “불량품 검수, 쇼핑백 포장, 거래처 관리 등 작업장의 모든 일을 총괄하고 있다”며 “작업하시는 어르신들보다 제가 조금 젊어 무거운 짐을 옮긴다든지 저만이 할 수 있는 일이 있어 기쁜 마음으로 활동하고 있다”고 흐뭇해했다.
주변에서도 김씨에 대해선 칭찬 일색이다. 김씨 옆에서 작업 중이던 한 할아버지는 “김 위원이 저렇게 말을 쉽게 하지만 그가 작업장에 오고부터 불량품이 많이 준 반면 일감이 늘어나 우리가 더 많이 일을 할 수 있게 됐다”며 엄지손가락을 치켜세웠다.
실제 자문위원이 없었던 지난해에는 1인당 하루 평균 103개의 쇼핑백을 만들었지만 올해는 평균 184개를 만들면서 생산성이 전년대비 78.9%나 늘었다. 소화 물량이 많아지면서 작업자 수도 지난해 8명에서 올해 16명으로 늘었다.
이에 대해 김씨는 “원래 시니어클럽이 작업장을 직영하는데, 인력 부족 등 여건상 상주 직원이 없었다”면서 “공무원으로 일했던 경험에서 불량품 검수시스템과 성과급 제도를 도입하고 체계를 잡아가다 보니 성과도 좀 올라가는 것 같다”고 전했다.
김씨처럼 부산에서 본인의 노하우를 펼치고 있는 퇴직공무원은 10명으로, 모두 부산시의 ‘장노년 일자리 워킹파트너사업’에 참여하고 있다. 이 사업은 인사혁신처에서 진행 중인 퇴직공무원 사회공헌사업 중 하나다. 퇴직한 공무원들이 현직공무원이나 민간에선 대신하기 힘든 분야에서 도움을 주는 프로그램이다. 퇴직 공무원들의 전문성과 경험을 살리자는 취지에서 마련됐다.
부산시는 지난해에 이어 올해도 전국에선 유일하게 인사혁신처로부터 프로그램 성과를 인정받고 2년 연속 사업을 진행 중이다. 효과는 사회적인 문제로 대두된 고독사 예방과 노인 일자리 창출 효과 등에서 나타나고 있다.
동구 자성대 노인복지관에 파견된 부산시청 출신 성환채(62) 위원은 관내 500여 단독가구를 어르신들과 함께 방문 점검하고, 10여 가구의 집수리도 도왔다. 사람들의 왕래가 잦아지고 동네가 정비되면서 지난해 3건의 고독사가 발생했던 이 지역은 올해 들어 단 한 건도 발생하지 않았다.
연제구 주민복지국장으로 퇴임한 수영시니어클럽의 이재생(63) 위원의 경우엔 택배사업과 공동작업장, 민간기업 인력파견 등의 부문에 참여, 효율적인 현장 운영으로 지난해 316명이던 노인일자리를 올해는 509명으로 60% 이상 확대하는 성과를 가져왔다.
강서시니어클럽의 국세청 출신 이병석(61) 위원은 공익법인 출연재산 보고서 제출, 부가가치세 매입세액 공제 등 다양한 세금 업무를 지원하면서 호평을 받고 있다.
최근 벡스코에서 개최된 ‘시니어 일자리 한마당’에서도 위원들이 적극 나서 구직 희망자들의 이력서 작성과 기업 연계 등을 도와 350명이 채용되는 성과를 내기도 했다.
박종현 부산시 노인복지과 주무관은 “지난해 7명의 퇴직공무원으로 처음 사업을 시작했는데, 반응이 좋아 올해는 3명을 늘려 총 10명이 자문위원으로 활동하고 있다”면서 “갚진 성과를 거둬 많은 퇴직공무원들이 참여할 수 있도록 사업을 계속 확대해 나가겠다”고 말했다.
부산=글ㆍ사진 전혜원 기자 iamjhw@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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