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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9회 한국출판문화상 예심 아동-청소년] 독자에 이야기 조립 맡기고, 청소년 연애 담고… 여느 때보다 개성 강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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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9회 한국출판문화상 예심 아동-청소년] 독자에 이야기 조립 맡기고, 청소년 연애 담고… 여느 때보다 개성 강해

입력
2018.11.23 04:40
23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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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성 강한 책들의 향연이었다. 별로 어려워 보이지 않는, 간단한 동시를 통해 동시란 무엇인가를 보여준 창비의 ‘손바닥 동시’는 동시에 대한 좋은 시도라는 호평을 받았다. “최근 동시 작품도 늘고 시장도 커지고 있는 흐름에 잘 맞아떨어질 뿐 아니라 완성도도 높다”는 평이었다. ‘와우의 첫 책’도 올해의 화제작으로 꼽혔다. 이야기인데, 그 이야기를 독자들이 마음대로 조립할 수 있도록 했다. ‘빨간 열매’는 부정적 감정의 문제를 다뤘다면, ‘사랑이 훅!’은 거꾸로 요즘 오히려 드물어진 청소년의 연애담론을 다뤘다는 점에서 높은 점수를 받았다. 그림책이라기보다는 그래픽 노블 수준의 이야기가 되어버린 안녕달 작가의 신작 ‘안녕’도 새로운 시도였다. ‘걸 페미니즘’은 우리나라 여자아이가, ‘2미터 그리고 48시간’은 희귀병을 겪은 이가 직접 발언한다는 점에서 눈길을 끌었다. 과학책의 도약도 눈에 띄었다. 거론된 책은 많았으나 정보성, 재미, 책 자체의 완성도에서 ‘어서와, 여기는 꾸룩새 연구소야’로 결정됐다.

손바닥 동시

유강희 지음ㆍ정가애 그림ㆍ창비 발행

시인이 정립한 새로운 시 형식인 ‘손바닥 동시’ 100편을 담은 동시집으로, 기발한 상상력을 바탕으로 간결한 3행 안에 다양한 풍경을 담아냈다. 시를 효과적으로 현대화하려는 문제의식을 바탕으로 오랫동안 새로운 형식을 탐구해온 결과다. 낮과 밤이 바뀌는 모습을 ‘빠알간 해 딱지’와 ‘노오란 달 딱지’가 딱지 치듯 넘어가는 모습으로 그리고, 어둠 속에 가려져 있다가 아침이 되면 환하게 드러나는 거리의 모습은 태양이 ‘연필’처럼 쓱쓱 그려 놓은 것으로 발랄하게 표현한다. 밀접한 연관성을 가진 제목과 본문을 통해 압축적인 이미지를 제시한다.

내가 더 커!

경혜원 지음ㆍ경혜원 그림ㆍ한림출판사 발행

꼬마 티라노사우루스와 친구들의 이야기를 담은 ‘한 입만’을 잇는 공룡 그림책이다. 다양한 공룡의 모습을 보여주는 동시에 무게의 차이에 대해서도 알려준다. 어느 날, 디메트로돈이 둥글넓적한 돌 위에 놓인 굵은 나무를 발견한다. 시소를 닮은 나무의 한쪽 끝에 올라탄 디메트로돈에게 민미가 다가와 반대쪽 끝에 올라간다. 민미는 “내가 더 커!”라고 소리친다. 테리지노사우르스부터 티라노, 브라키오사우르스까지 공룡들이 나타나 차례로 시소에 올라타고 누가 더 큰지 겨루고 있는데 그 뒤로 거대한 그림자가 나타난다. 이번에 나타난 공룡은 누구일까?

털이 좋아

김규정 지음ㆍ김규정 그림ㆍ바람의아이들 발행

아이들은 엄마 아빠가 부럽다. 엄마는 깊은 물에서도 멋지게 수영하고 김이 모락모락 나는 맛있는 빵을 만들 줄 안다. 아빠는 강아지 사료를 번쩍 들어 올릴 수도 있고 커다란 트럭도 손쉽게 운전한다. 그런데 나는? 강아지가 탄 자전거를 끌기 힘들고 튜브가 있어도 물이 무섭다. 이렇게 나는 어려운 것 투성인데 엄마 아빠는 어쩜 저렇게 척척 해내는 걸까? 그런데 혹시 아빠가 힘이 센 건 고릴라를 닮은 털 때문이고, 엄마가 날쌘 건 오리를 닮은 털 때문 아닐까? 털에서 시작된 탐구를 통해 엄마와 아빠의 몸 곳곳에서 다양한 동물들을 만난다.

와우의 첫 책

주미경 지음ㆍ김규택 그림ㆍ문학동네 발행

한 작가가 열 권 넘게 책을 낼 수 없는 숲법 때문에 더 이상 작품을 출간할 수 없게 된 작가 구렝씨의 이야기를 읽고 뒤를 잇기 시작하는 개구리 와우의 이야기를 포함해 여섯 편의 짧은 이야기를 담았다. 각 이야기는 인물과 공간을 공유하면서 슬그머니 이어진다. 작가가 된 와우의 책을 출간한 출판사 대표 도야씨는 ‘당깨 씨와 산딸기 아파트’에서 2층 주민으로 등장한다. ‘고민 상담사 오소리’의 내담자인 뱀은 ‘어느 날 뱀이 되었어’에 등장했던 몇몇 뱀 가운데 하나다. 여기에 운문과 산문을 맛 좋게 버무린 작가의 문체가 더해져 인물과 사건을 완성한다.

걸 페미니즘

호야 등 지음ㆍ교육공동체벗 발행

청소년인권과 페미니즘의 렌즈로 청소년의 삶을 들여다본다. 우리는 태어나면서부터 성별에 따라 다른 몸가짐과 태도를 요구 받고, 가족 안에서 폭력과 위계에 노출되며, 생리와 자신의 몸을 부끄러워하라고 배운다. 특히 여성 청소년은 성적 대상화와 외모주의를 겪는 동시에 순결을 강요받으며 자신을 부정하게 된다. 이처럼 청소년의 삶 속에서 성차별과 청소년 억압은 동시에 작동한다. 오래 전부터 청소년인권을 이야기해 온 활동가들, 그리고 새롭게 청소년 페미니스트로 나선 이들이 자신들의 생존기를 전하며 이 사회의 문제점을 고발한다.

빨간 열매

이지은 지음ㆍ이지은 그림ㆍ사계절 발행

혼자 일찍 일어난 아기 곰 한 마리의 머리 위로 빨간 열매가 톡 떨어진다. 맛을 본 아기 곰은 더 많은 빨간 열매를 찾아 열심히 나무를 오르기 시작한다. 곰에게 빨간색의 무언가는 전부 열매 같기만 하다. 그때마다 곰은 실망하거나 포기하기는커녕 오히려 애벌레와 다람쥐, 그리고 벌집을 향해 인사를 건넨다. 마치 그 순간들까지도 즐기는 것처럼 말이다. 곰에게 빨간 열매를 찾아 나무를 오르고 또 오르는 여정은 그 자체만으로도 충분히 의미가 있다. 꿈꾸는 것을 찾아가는 과정들이 즐겁기 때문이다. 그리고 독자는 아기 곰을 응원하지 않을 수 없다.

어서 와, 여기는 꾸룩새 연구소야

정다미 지음ㆍ이장미 그림ㆍ한겨레출판사 발행

새와 관련된 것이라면 뭐든지 수집하는 주인공 다미는 ‘꾸룩새 연구소’를 만든다. 꾸룩새는 다미가 좋아하는 올빼미과 새들을 부르는 별명이다. 새가 먹이를 소화하고 입으로 게워낸 것을 뜻하는 ‘펠릿’은 그 새가 무얼 먹었는지 알 수 있고, 나아가 지역 생태 환경과 먹이사슬까지 밝힐 수 있는 좋은 분석 재료다. 다미는 직접 만든 펠릿 표본과 집쥐 머리뼈, 멧토끼 다리 등을 공개한다. 그 밖에도 집 주변 동물을 탐구하는 방법을 구체적으로 소개한다. 다미가 던지는 질문에 답하다 보면 자연스레 각자가 살고 있는 지역의 생태에도 관심 가질 수 있을 것이다.

안녕

안녕달 지음ㆍ안녕달 그림ㆍ창비 발행

소시지 할아버지가 사는 별은 오래된 사물들이 살아가는 곳이다. 거리에서는 엄마와 아이처럼 보이는 찻주전자와 찻잔, 늙은 부부 같은 다이얼 전화기, 손잡고 다니는 초등학생이 떠오르는 크레용들을 만날 수 있다. 다양한 사물은 저마다 사연을 갖고 살아간다. 어느 날, 소시지 할아버지는 스쿠터를 타고 다니다가 반려동물 가게 ‘지구별 강아지 나라’ 앞에서 버림받은 개를 만나게 되는데∙∙∙ 작품 속 주인공이 모두 편안하고 행복한 시간을 보내진 못하지만, 그들은 삶과 죽음의 경계를 넘어 서로를 생각하고 그리워하며 조용히 안부를 나눈다.

사랑이 훅!

진형민 지음ㆍ최민호 그림ㆍ창비 발행

어린이들의 학교생활을 담아내 온 작가의 ‘학교 5부작’ 마지막 작품으로, 어린이들의 연애를 본격적으로 다뤘다. 단짝 친구 박담, 신지은, 엄선정 세 사람은 5학년이 되고부터 조금씩 연애 감정을 알아 간다. 박담은 오랫동안 친하게 지내던 김호태가 갑자기 좋아지는데, 아뿔싸! 신지은도 남몰래 김호태를 마음에 두고 있었다. 삼각관계에 놓인 세 사람은 때로는 행복하고 때로는 마음이 아프다. 모범생 엄선정은 운동을 잘하는 이종수와 사귄다. 그런데 서로에게 바라는 점이 달라 자꾸 부딪히는 일이 생겨난다. 도대체 사랑은 어떻게 하는 걸까?

2미터 그리고 48시간

유은실 지음ㆍ반디울 그림ㆍ낮은산 발행

열여덟 살 정음은 이혼 후 부품 공장에서 일하는 엄마, 남동생과 함께 산다. 그리고 그레이브스병 환자다. 그레이브스병 때문에 생기는 갑상선 기능 항진증은 4년 동안 정음이를 괴롭힌다. 눈이 튀어나오고 몸은 살이 찐다. 오래 달리기를 한 것처럼 피곤한 상태인데 매일 학교에 가야 한다. 그레이브스병을 발견했다는 그레이브스씨에게 애원도 하고 부탁도 하고 욕도 하면서 병이 얼른 몸에서 떠나기를 바라지만, 그런 행운은 오지 않는다. 에너지 넘치는 또래 틈에서 정음이는 매일 약을 먹으며 아픈 몸으로 살아가야 하는 삶에 대해 담담하게 이야기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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