겸업 금지 어긴 사립유치원들, 사교육 유발에 회계 부정 악용도

경기 성남의 뽀뽀뽀 유치원 건물엔 외국어학원과 보습학원, 음악학원이 입주해있다. 유치원 설립자 겸 원장 A씨가 유치원과 3개 학원을 동시에 운영해왔기 때문이다. 유치원은 학원을 ‘자매교육기관’이라 홍보하며 유아를 대상으로 영어ㆍ수학 수준별 지도는 물론 미술ㆍ발레 등 다양한 선행교육을 해 왔다. 경기도교육청은 2016년 감사에서 A씨가 유치원과 학원은 물론 영리업체까지 동시에 운영한 것을 적발해 경고 처분을 내렸다.
사립유치원 원장의 학원 겸업 등이 만연해 유아 사교육을 부추기고 있다는 지적이 나왔다. 교육단체 사교육걱정없는세상(사걱세)은 22일 서울시교육청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서울ㆍ경기ㆍ인천 등 3개 교육청의 유치원 감사결과 중 학원 겸업 및 교육과정 운영지침 위반 사례 분석 결과를 발표했다.
현행법상 사립유치원의 원장은 학원 등 영리업체를 운영해서는 안 된다. 사립학교법에 따라 사립유치원 교원에도 국ㆍ공립교원의 겸직금지 규정이 준용되기 때문이다. 그러나 사걱세의 분석에 따르면 경기에서만 12개 유치원이 학원을 동시에 운영해 적발됐다.
학원은 사립유치원의 수익창구 겸 회계부정수단으로 쓰였다. 경기 수원의 성민유치원은 정규 교육시간에 설립자의 아들이 운영하는 학원에 원아 전원을 위탁해 영어교육을 시킨 것이 적발돼 경고 처분을 받았다. ‘유치원 교육과정 편성 및 운영 지침’에 따르면 특성화 교육은 방과후 시간에만 실시해야 하며, 신청자에 한해서만 진행해야 하지만 모두 어긴 것이다. 성민유치원 설립자는 또한 딸이 운영하는 학원 등 3개 업체에서 체험활동을 한 뒤 비용을 집행하면서, 학원 대표계좌가 아닌 본인이나 아들, 아내의 개인 계좌로 돈을 이체해 지적을 받았다.
양신영 사걱세 선임연구원은 “유치원 정규교육시간에 외부교사를 초빙해 영어교육을 하거나 유아 한 명당 1일 1개만 실시해야 하는 방과후 프로그램을 2~3개씩 운영하는 등 다양한 사교육 행태가 드러났다”며 “교육부와 각 시도교육청이 유치원과 사교육업체의 불법적 위탁 및 교육과정 지침 위반을 적발할 통일된 점검표를 마련해 전수조사를 해야 한다”고 말했다.
신혜정 기자 arete@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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