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역현안, 정치 아닌 객관적 접근
구포가축시장, 오명 벗고 새 명소로
새 브랜드의 구청 명칭 변경 추진
‘구청사 이전’, 임기 내 착공 노력
“취임 이후 눈을 떴을 때부터 잠들 때까지 어떻게 하면 구민이 편안하게 생활할 수 있을지 고민하고 있습니다.” 지난 19일 부산 북구청 집무실에서 만난 정명희(52) 북구청장. “구청장은 지역민의 생활에 실질적 변화를 가져올 수 있는 자리”라면서 “현장이 좋게 바뀌는 모습을 보니 더 열심히 하고, 제3의, 제4의 일거리를 찾아 내기 위해 더 바쁘다”고 말했다.
정 구청장은 “과거 표만 생각해 정치적으로 해결하려다 보니 그 동안 지역의 현안들이 제대로 해결되지 못했다”면서 “(북구에 거주 기간이 길지 않아) 지역 현안을 더 객관적으로 잘 볼 수 있다”면서 “만나는 분마다 ‘학연, 지연이 없어 훨씬 업무를 객관적으로 추진할 수 있겠다’는 말씀들을 한다”고 했다. 실제로 수십 년 동안 민원이 끊이지 않고 해결되지 않았던 북구 구포가축시장 정비도 지금 급물살을 타고 있다. 그는 “당선 후 구청장으로는 처음으로 구포가축시장 상인들과 간담회를 갖고 허심탄회하게 대화를 나누며 해결방안을 모색하기 시작했다”면서 “가장 큰 난제였던 상인들의 생계보장 방안에 대해서도 대화의 물꼬가 트였다”고 말했다.
이를 위해 지난 8월 전담조직인 ‘동물보호팀’을 신설했고, 부산시장 및 지역 국회의원과 원팀 체제를 구축해 구포가축시장 부지를 주차장, 소공원, 문화시설로 활용하는 공간구조 개선사업안을 마련했다. 이후 구포가축시장에 120면의 주차장을 설치하는 주차장 확충사업이 부산시 재정투자심사를 마치는 결과로 이어졌다. 정 구청장은 “앞으로 부산시와 함께 폐업 보상, 소상공인 특별자금 지원 등 각종 지원책을 마련해 상인들을 설득할 것”이라며 “199억원 규모의 정비사업이 원활하게 진행되면 2020년 말쯤에는 동물학대의 온상이라는 오명을 벗고 관광객이 즐겨 찾는 새로운 명소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지역의 복지비용 부담을 덜기 위한 노력도 진행 중이다. 정 구청장은 “우리 구는 성장 가도에 있는 지역인 동시에 부산에서 가장 많은 영구임대아파트가 밀집, 기초생활수급자가 7,000세대에 달하는 양면성을 가지고 있다”면서 “전체 예산 중 복지예산 비율이 70%에 달하는 등 예산이 절대적으로 부족해 구정 운영에 어려움이 크다”고 말했다. 그는 “관광특구가 있듯 복지특구를 만들어 정부의 지원을 받을 수 있도록 할 것”이라며 “이와 관련한 법령 개정 등을 위해 최근 기획재정부를 찾아갔고, 사정이 비슷한 전국의 다른 지역과도 연대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또 “관행적으로 해온 행사를 폐지하는 등 불요불급한 예산을 아끼면서 예산이 많이 필요한 사업 재원은 각종 공모사업을 통해 마련하고 있다”면서 “예산이 많이 들지 않는 대신 주민들에게 꼭 필요하고 만족도가 높은 사업들을 많이 추진 할 것”이라고 말했다. 북구는 그늘막 설치, 라돈측정기 무료대여, 불법카메라 탐지장치 무료대여 등의 사업을 추진해 주민들에게 폭발적인 호응을 얻기도 했다. 그는 “부족한 예산 마련을 위해 시에 정말 자주 가고, 인적 네트워크 등 가능한 모든 수단을 동원하고 있다”면서 “구청장으로서 돈(예산)도 만들어내고, 일도 해야 하는 이중고를 겪고 있다”면서 웃었다.
북구의 새로운 도시 브랜드를 만들 필요성에 대해서도 강조했다. ‘구 명칭 개정’과 ‘청사 이전’이 대표적이다. 정 구청장은 “’북구’ 하면 왠지 낙후된 이미지가 떠오르기 때문에 새로운 중심 도시로 거듭나는 차원에서 구 명칭을 바꿔야 하고, 이를 위해 주민 공모를 실시할 계획”이라며 “일제 때 관청 중심으로 행정구역을 정하는 과정에서 ‘북구’라고 정해졌는데 이는 부산의 동서남북 방위와도 맞지 않고 지역의 특성이나 역사성 등도 반영하지 못하고 있다”고 말했다. 인천 남구는 지난 7월 방위개념의 자치구 명칭을 탈피하고 명칭에 지역 정체성을 반영한 ‘미추홀구’로 변경했다.
40년이 넘은 노후 북구 청사 이전에 대해서는 “1,000억원 가량의 사업비가 예상되는 대규모 사업으로 북구 발전을 위해 반드시 필요하고 지역민 모두가 만족할 수 있는 입지를 선정할 것”이라며 “가장 빨리 가능하고, 적합한 장소를 선정해 임기 내에 착공까지 할 수 있도록 할 것이며, 착공이 안되면 후보지라도 확정할 것”이라고 말했다.
정 구청장은 “취임 이후 지금까지 분, 초를 쪼개야 할 정도로 바쁘지만 모두 구민 여러분들의 지지와 신뢰 덕분에 어려운 일도 잘 헤쳐나가고 있다”면서 “’구민들의 삶에 힘이 되는 북구’를 만들기 위해 열심히 뛰겠다”고 말했다.
권경훈 기자 werther@hankookilbo.com
◆정명희 구청장은 누구
경남 진해 출신으로 진해여고와 부산대 약대를 졸업했다. 약사 시절 시민들에게 정확한 약에 대한 정보를 제공하고, 약물 오ㆍ남용을 막기 위한 약사들의 모임인 약바르게알기운동본부를 만드는 등 다양한 활동을 해왔다. 더불어민주당 부산시당 대변인을 지냈고, 제7대 부산시의회 47명의 시의원 중 유일하게 민주당 소속으로 활약했다. 특히 부산시의원 시절 일본 영사관 앞 소녀상을 보호할 수 있는 ‘소녀상 조례’를 비롯해 대학생 학자금 이자 지원 조례, 생활 임금 조례 등을 만드는데 기여했다. 이 같은 의정 활동으로 여의도정책연구원이 주관하는 ‘2017 지방자치평가 의정대상’에서 최고상인 대상을 받기도 했다.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