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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9회 한국출판문화상 예심 교양] “우리의 상황을 우리 입으로 말한다” 현장성이 돋보여

입력
2018.11.23 04:40
22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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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상황을 우리 입으로 발언하는 현장성 강한 책들이 주목받았다. 직접 취직해 일을 진행한 과정이 포함된 ‘고기로 태어나서’, 외상환자들과 부대낀 현장기록물 ‘골든 아워 1ㆍ2’, 자신의 감옥 체험을 엮은 ‘감옥 몽상’, 한국 사회에서 장애를 가지고 살아간다는 것이 어떤 의미인지를 조명한 ‘실격당한 자들을 위한 변론’, 여성의 격한 육체 운동을 다룬 ‘우아하고 호쾌한 여자 축구’ 같은 경우가 그렇다. 세부적 분야의 전문서, 혹은 사람과 삶의 의미를 다루는 가벼운 에세이 종류 책 사이에서 중간 영역을 만들어내는 기획이자 도전이라는 점에서 후한 평가를 받았다. 동시대성은 다른 책도 매한가지였다. ‘말이 칼이 될 때’는 요즘 한국 사회의 화두 ‘혐오’를 응시한 책이다. ‘세상을 만드는 글자 코딩’ 또한 4차산업혁명 바람과 코딩 교육 열풍 와중에 코딩 또한 하나의 사회적 언어임을 강조했다는 점에서 눈길을 끌었다. ‘송기원의 포스트 게놈 시대’, ‘번역전쟁’은 과학과 번역의 문제를 우리 사회 문제로 돋을새김했다는 점에서 좋은 평을 받았다.

골든 아워 1ㆍ2

이국종 지음ㆍ흐름출판 발행

이국종 교수가 써내려간 대한민국 중증외상 의료 현실의 냉정한 보고서. 시스템이 기능하지 않는 현실 속에서 생명을 지키려 애써온 사람들의 분투를 날 것 그대로 담아냈다. 생사가 갈리는 위중한 상황에서 의료진과 환자, 보호자의 통렬한 심정 등 우리네 세상의 다양한 면면이 펼쳐진다. 아덴만 여명 작전에서 부상당한 석해균 선장을 구출하고 소생시킨 프로젝트의 전말과 국민적 관심 속에 중증외상 치료시스템의 획기적인 전기를 마련하고도 소중한 기회를 날린 대한민국의 의료 현실을 담담한 어조로 묘사한다.

고기로 태어나서

한승태 지음ㆍ시대의창 발행

노동하는 인간의 삶을 그린 담담한 에세이이자 ‘맛있는’ 고기(닭, 돼지, 개)와 ‘힘쓰는’ 고기(사람)의 경계에 놓인 한국 사회의 비망록. 전작 ‘인간의 조건’에서 꽃게잡이 배에서 편의점까지 여러 일터에서 체험한 워킹 푸어 잔혹사를 기록했던 저자가 이번엔 식용동물 농장 10곳에서 직접 일하며 경험한 이야기를 담았다. 자연에 대한 인간의 권리를 어디까지 인정할 수 있을 것인가에 대한 철학적 고찰부터 한국 식용고기 산업 생태계의 단면에 대한 사회적 성찰까지 다양한 화두를 제기한다.

말이 칼이 될 때

홍성수 지음ㆍ어크로스 발행

혐오의 시대를 조망하고 변화의 가능성을 모색한다. 법과 인권, 표현의 자유에 관한 쟁점들을 연구하고 한국 사회의 첨예한 이슈들에 대해 적극적으로 실천해 온 저자는 스스로 혐오표현이 난무하는 현장에 뛰어들어 소수자들과 함께 혐오표현을 얻어맞으면서, 말이 칼이 될 수 있다는 사실을 알아가게 된 성찰의 과정을 서술한다. 혐오라는 감정의 정체부터 시작해 혐오표현, 증오범죄까지 우리 모두에게 위협이 되고 공존을 파괴하는 혐오의 문제와 정면으로 마주하며 공존을 위한 시민의 교양을 이야기한다.

실격당한 자들을 위한 변론

김원영 지음ㆍ사계절 발행

1급 지체장애인인 변호사가 우리 사회에서 잘못된 삶, 실격당한 인생이라 낙인찍힌 이들의 삶을 변론한다. 소수자들이 삶에서 만나는 연극적인 순간, 즉 차별과 배제, 수치와 모욕 앞에서 아무렇지 않은 듯 노련하게 맞받아치고 우아하게 대응하는 태도가 놓인 딜레마에서 논의를 시작한다. 홀로 고통을 감내하던 개인이 타인과의 만남을 통해 존엄한 인간으로 일어설 수 있는 가능성을 제시하면서, 부모, 형제자매, 친구, 연인과의 상호작용 속에서 자신이 존엄한 인간임을 확인한 소수자들이 세상으로 나아갈 수 있음을 보여준다.

감옥의 몽상

현민 지음ㆍ돌베개 발행

군대 대신 감옥행을 선택하고 2010년 3월부터 476일간 영등포교도소에 수감됐던 당시의 기록을 모두 담아냈다. 자신의 결심과 사회의 시선, 담장 안팎의 간극을 깊게 이해하기 위해 글쓰기에 몰두한 저자는 수인의 몸으로 경험한 감옥의 일상, 구조, 관계망을 문화인류학적 시각에서 써내려갔다. 다른 재소자들과 서열화를 맺는 과정, 감옥의 경제 논리와 빈궁한 상황에서 필요한 물품을 만들고 자신을 지키려는 재소자들의 다양한 생존방식 등 감옥생활의 면면이 흥미롭게 전개되며 글을 따라 읽는 독자들에게도 감옥 체험의 기회를 제공한다.

우아하고 호쾌한 여자 축구

김혼비 지음ㆍ민음사 발행

축구를 좋아하고, 축구를 직접 하는 것은 미치도록 좋아하는 여자들의 이야기. ‘피버 피치’로 알려진 영국의 축구 전문 작가 닉 혼비를 연상시키는 이름의 신인 작가 김혼비가 본격 생활 체육 에세이를 펴냈다. 덜컥 쓰기 시작한 축구 일기 때문에 여기까지 오고 말았다는 저자. 축구를 잘하고 싶어서 근육을 키우고, 축구하는 데 거추장스러워 머리를 짧게 치는 이들의 기록을 차곡차곡 기록했다. 로빙슛처럼 우아하고, 오버래핑처럼 호쾌한 문장을 만나는 순간 누구라도 운동장을 달리고 싶어질 것이다.

세상을 만드는 글자, 코딩

박준석 지음ㆍ동아시아 발행

4차 산업혁명 시대를 맞이할 지금 꼭 읽어야 할 ‘최초의 코딩 교양서’. 프로그래밍 언어를 배운다고 코딩에 대해 다 안다고 말할 수 없다. 체계적이면서도 친절하게 코딩이란 무엇이고 우리에게 왜 코딩이 필요한지 역설한다. 소프트웨어 회사에서의 실전 경험을 바탕으로 저자는 코딩 전문 지식을 넘어 디지털, 컴퓨터, 통신 등 전반적인 4차 산업혁명 배경 지식을 훑는다. 방법론을 설명하는 여타 실용서 및 기술서와는 달리 0과 1, 즉 비트(bit)로 구성되어 있는 세상 만물에 대한 이해로 서술의 폭을 넓히는 것은 덤.

유라시아 견문 1ㆍ2

이병한 지음ㆍ서해문집 발행

젊은 역사학자가 3년간 유라시아 곳곳을 직접 누비며 목도한 유라시아 중심의 세계 재통합을 조명한다. 패권적 세계체제가 끝나고 거대한 유라시아망이 다시 복원되는 지각변동의 시대, 동아시아부터 지중해까지 유라시아 전체의 과거와 현재, 미래를 조망하며 역사사회학적인 시선으로 포스트근대 세계를 그린다. 아울러 자본주의와 민주주의 이후를 고민하며 좌우, 동서, 고금의 합작을 통해 한국 사회가 나아가야 할 새로운 ‘다른 백 년’의 길을 모색한다. ‘유라시아 재통합’ 현장 견문록 3부작 중 1, 2권.

송기원의 포스트 게놈 시대

송기원 지음ㆍ사이언스북스 발행

합성 생물학, 크리스퍼 가위, 세포 치료제 등 생명과학의 최전선에 있는 지식을 체계적이고 밀도 높게 담아냄과 동시에 사회·윤리학적 쟁점도 짚는다. 저자가 과학자인 만큼 생명과학의 빠른 발전이 인간 사회의 윤리적 틀을 너무 빨리 앞질러 나갈 것을 우려하면서도, 인류의 역사에서 과학이 논쟁과 윤리적 쟁점 때문에 나아가기를 멈춘 적이 없었다는 입장을 견지한다. 과학의 진보를 막을 수는 없지만 그 진보가 이루어지는 속도만큼 사회·윤리적인 논의가 그 속도를 따라가야 한다는 의견을 개진한다.

번역전쟁

이희재 지음ㆍ궁리 발행

진보와 보수 할 것 없이 한국 사회 전체가 오역하기 쉬운 다원주의, 포퓰리즘, 민영화, 인턴, 음모론, 모병제 등의 키워드를 통해 세상 자체가 제대로 옮겨지고 있는지 살펴본다. 지난 20년 간 ‘반자본 발전 사전’ ‘몰입의 즐거움’ ‘소유의 종말’ 등 수많은 작품을 우리말로 옮겨온 저자가 성찰한 언어와 해석, 그리고 현실에 대한 이야기. 세계 곳곳에서 벌어지는 마약전쟁, 평생직장과 인턴의 이면, 정치인의 빛과 그림자 등 다양한 자료를 바탕으로 타인의 프레임이 아닌 ‘나’만의 독립적인 시야를 견지하며 살아갈 수 있는 힘을 길러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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