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느님 아버지…”로 시작하는 수많은 기도문을 이제는 고쳐야 할 지도 모르겠다. ‘왜 신이 남자여야만 하는가’라는 본질적이지만 갑작스러울 수도 있는 질문에 세계 성공회의 수장인 저스틴 웰비 영국 켄터베리 대주교는 “하느님은 성 중립적인 신”이라는 대답을 내놨다.
21일(현지시간) ‘가디언’에 따르면 웰비 대주교는 런던 세인트마틴인더필즈 교회에서 열린 강연에서 “신은 남성이나 여성이 아니다”라고 밝혔다. 그는 “하느님은 정의할 수 없다. 하느님에 관한 인간의 모든 언어는 불충분하고 어떤 면에선 은유적”이라고 말했다.
지난 7월 ‘하느님은 여자다(God is a woman)’라는 제목의 신곡을 발표해 화제를 넘어 신성모독 논란까지 일으켰던 미국 팝스타 아리아나 그란데 역시 틀린 셈이다.
가디언은 이어 기사를 통해 웰비 대주교가 설명하는 ‘성 중립적인 하느님의 프로필’(profile)을 다음과 같이 소개했다.
이름: 성 중립적인 ‘신’ (Gender-neutral God)
나이: 물론 영원하다.
외모: 긴 수염을 가진 남자(bloke)는 아니다.
직업: 세계를 창조한 후 세탁하기. 혼란 속에 힘들어하는 자손들의 손을 잡고 신비로운 방식으로 사랑에 인도하기.
사실 2000년 가까이 이어져 온 가부장제의 영향으로 신을 남자로 보는 경향이 생기긴 했지만 웰비 대주교가 신의 성 중립을 주장한 최초의 종교인은 아니다. 실제 1993년 가톨릭교회의 교리 문답서에도 “하느님은 인간의 성별 구분을 초월한다”, “하느님은 신일 뿐 남성도 여성도 아니다” 같은 문구가 이미 존재했다는 것이다.
여론조사기관 ‘유고브’에 따르면, 하느님의 성별에 관한 조사에서 영국 기독교인의 41%는 이미 하느님에게 성별은 없다고 생각하고 있었다. 그러나 ‘하느님이 남자’라고 생각한 비율은 36%인 반면 ‘여자’라고 생각한 이들은 1%에 불과했다. 19%의 사람들은 딱히 잘 모르겠다는 답을 내놨다.
조원일 기자 callme11@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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