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소득층 근로소득 월 50만원선 붕괴, 23% 감소
분배 격차 보여주는 5분위 배율 5.52배 최악
저소득층 소득을 높여 경제를 성장시키겠다는 ‘소득주도성장’이 ‘소득감소역성장’을 거듭하고 있다. 저소득층 소득은 갈수록 줄어가고 고소득층 소득은 견조하게 증가하는 최악의 빈익빈 부익부 상황이 점점 더 심해지고 있다.
22일 통계청의 ‘3분기 소득부문 가계동향조사’에 따르면 지난 7~9월 소득 하위 20%(1분위) 가구 소득은 월 131만7,600원으로, 1년 전 대비 7% 줄었다. 3분기 기준으로는 2003년 통계 작성이 시작된 이후 가장 큰 낙폭이다. 1분위 가구의 소득은 1분기 -8.0%, 2분기 -7.6%에 이어 3분기 연속 하락세다.
특히 1분위 가구의 근로소득은 1년 전보다 무려 22.6%나 감소한 47만8,900원에 불과했다. 근로소득 감소폭은 2003년 이래 역대 최대치다. 3분기 기준 1분위 가구 근로소득이 50만원 밑으로 떨어진 것은 2010년 이후 8년만이다. 1분위 가구의 사업소득(자영업자)도 1년 전보다 13.4%나 감소한 월 21만5,900원에 그쳤다. 무엇보다 세금 등을 제하고 마음대로 쓸 수 있는 월평균 처분가능소득이 1년 전보다 10.1%나 감소한 101만200원에 그친 것은 가난한 사람들이 더욱 가난해졌다는 대표적 지표다. 최저임금 인상과 아동수당, 노인연금 확대 등 저소득층 소득을 높여 소비 진작과 경기 활성화가 이뤄질 것이라는 소득주도성장이 실제로는 정반대의 결과를 낳은 셈이다.
이에 반해 3분기 소득 최상위 20%(5분위) 소득은 한달 평균 973만5,700원에 달해 작년 같은 기간보다 8.8% 증가했다. 5분위 가구의 근로소득은 월평균 730만2,300원으로 1년 전보다 11.3%나 뛰었다. 5분위 가구의 월평균 처분가능소득도 1년 전보다 2.5% 증가한 740만7,200원에 달했다.
상ㆍ하위 가구 소득격차가 더욱 커지면서 소득분배 지표도 사상 최악을 기록했다. 상위 20%의 월 처분 가능소득을 하위 20%의 처분 가능소득으로 나눈 소득 5분위 배율은 5.52배로 집계됐다. 1년 전 5.18배보다 0.34포인트가 증가했고, 역대 3분기 기준으로 역대 최대치인 2007년과 같다. 1분위 가구뿐 아니라 2분위(소득 하위 20%~40%) 가구의 소득도 1년 전보다 0.5% 감소했다. 반면 4분위(소득 상위 20~40%) 가구의 소득은 1년 전보다 5.8% 증가했다. ‘부익부 빈익빈’ 현상이 문재인 정부 들어 더욱 심해지고 있다는 얘기다.
소득격차가 확대된 것은 일자리 숫자와 질이 큰 영향을 미친 것으로 분석된다. 통계청에 따르면 1분위 가구의 경우 작년 3분기 취업인원수는 0.83명이었던 반면, 올해 3분기는 0.69명으로 16.8% 감소했다. 이에 반해 5분위 가구의 경우 취업인원수는 지난해 2.0명에서 올해 2.07명으로 3.4% 증가했다. 또 1분위 가구의 사무직 비율은 작년 3분기 8.2%였던 반면 올해는 5.1%까지 떨어졌다. 상용직 비중이 저소득층 중심으로 더욱 많이 줄었다는 얘기로, 소득 안정성이 떨어진 저소득층의 근로소득이 20% 넘게 줄어든 배경이다. 박상영 통계청 복지통계과장은 “저소득층 소득이 갈수록 안 좋아지는 반면 고소득층의 경우 상용근로자 수가 꾸준히 증가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한편 3분기 전체 가구당 월평균 소득은 474만8,000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4.6%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세종=이대혁 기자 selected@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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