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른바 '혜경궁 김씨' 트위터 계정주가 이재명 경기지사의 아내 김혜경 씨로 의심되는 정황이 속속 드러나는 가운데 "사고를 치면 전화기를 뺏기면 안 된다"라는 이 지사의 과거 발언이 재조명받고 있다.
이 지사측 입장에선 "웃자고 한 얘기인데 죽자고 달려드느냐"고 반론을 펼만한데, 공교롭게도 이번 사건을 풀 열쇠 중 하나인 김씨의 첫번째 아이폰 행방이 묘연해 과거 발언이 자연스럽게 오버랩 되는 상황이기는 하다.
2016년 11월 박근혜 전 대통령 탄핵 정국 당시 성남시장이던 이 지사는 서울 광진구 청소년수련관에서 열린 시국 강연회에 참석해 청중들을 상대로 한 가지 농담을 던진다.
이 지사는 "제가 하나 재미있는 거 하나 알려 드릴게요. 여러분은 절대로 사고를 치면 전화기를 빼앗기면 안 됩니다"라고 운을 뗐다.
이어 "이 전화기에는 여러분의 인생 기록이 다 들어 있습니다. 어디서 전화했는지 언제 몇시에 어디서 무엇을 했는지 어디서 뭔 사진을 찍었는지 싹 다 봅니다"라고 말했다.
또 "이거 하나만 분석하면요. 여러분들이 이 전화기를 산 이후로 어디서 무슨 짓을 몇시에 뭘 했는지 다 알 수 있어요. 그래서 이걸 절대 빼앗기면 안 돼요"라고 덧붙였다.
이 지사의 발언은 당시 청중들의 웃음을 자아냈으나, 2년이 지난 지금 상당히 '뼈 있는' 말로 부메랑된 모양새다.
정치권을 요동치게 하는 '혜경궁 김씨' 사건을 풀 핵심 열쇠 중 하나인 김씨 아이폰의 행방이 묘연해진 상태이기 때문이다.
네티즌 수사대에 의해 '혜경궁 김씨'로 지목받은 김씨 측은 지난 4월 수사가 시작되자 번호를 바꿔 원래 쓰던 아이폰 말고 새로운 아이폰 단말기를 구매해 사용했다.
김씨가 문제의 아이폰을 사용한 시점이 2016년 중순부터 수사가 시작된 지난 4월까지인 점에 미뤄볼 때 전해철 전 더불어민주당 경기지사 예비후보에 대한 허위사실 유포 혐의(2018년 4월), 문재인 대통령 아들 준용씨 취업 특혜와 관련한 명예훼손 혐의(2016년 12월) 등은 모두 해당 아이폰에서 벌어졌으리란 추론이 가능하다.
수사로 인해 나중에야 이 같은 사실이 알려지자 일각에서는 증거인멸 시도가 아니냐는 날 선 지적까지 제기했다.
그러나 김씨 측은 이번 사건이 수면 위로 떠 오르면서 이 아이폰의 번호가 공개돼 이상한 전화나 욕설 메시지가 쇄도, 어쩔 수 없이 단말기를 바꿨다고 설명했다. 또 해당 아이폰은 선거운동용으로 사용하다가 지금은 어디 있는지 알 수 없다는 것이다.
각종 커뮤니티 등에서는 많은 누리꾼이 과거 이 지사의 발언에 대해 단순히 웃어넘길 만한 사안이 아니라며 비판을 가하고 있다.
한편 '혜경궁 김씨' 트위터 계정에 등록된 g메일 아이디 'khk631000'과 똑같은 포털 다음(daum) 아이디가 수사 착수 직후 탈퇴 처리됐으며, 마지막 접속지를 조사해봤더니 이 지사 자택으로 확인되는 등 이 사건과 관련해 이 지사와 김씨에게 불리한 정황이 속속 나오고 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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