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취감 유도하며 목돈 마련 도와
목돈 마련의 대명사인 적금이 변하고 있다. 쌈짓돈을 차곡차곡 모아 불린다는 기존의 취지는 그대로지만 가입 부담은 줄이고 재미와 참여는 더하면서 금융상품 가입에 소극적이던 젊은 소비자들의 눈길을 사로잡고 있다.
지난 6월 출시된 한국카카오은행(카카오뱅크)의 ‘26주 적금’이 대표적인 예다. 1,000원, 2,000원, 3,000원, 5,000원, 1만원 가운데 하나를 첫 주 납입금액으로 선택한 뒤 매주 그 금액만큼 증액해 돈을 모으는 방식이다. 만약 첫 주 월요일에 1,000원을 선택하면 다음주 월요일에는 2,000원, 셋째 주에는 3,000원, 마지막 주인 26일차 월요일에는 2만6,000원을 납입하게 된다. 매주 납입에 성공하면 보유할 수 있는 카카오프렌즈 캐릭터가 하나씩 늘어나고, 도전 현황을 사회관계망서비스(SNS)를 통해 공유할 수도 있다.
NH농협은행이 지난 12일 출시한 ‘NH올원해봄적금’은 고객이 금연, 다이어트, 커피 안마시기 등 자신만의 도전 목표를 설정한 뒤 매일 성공할 때마다 모바일 애플리케이션(앱) 올원뱅크에 마련된 버튼을 누르면 입금이 가능하도록 했다. 목표 달성률 등에 따라 최대 1%포인트의 우대금리가 더해져 성취감과 금리혜택을 모두 잡을 수 있다.
신한은행도 19일 ‘쏠편한 작심 3일 적금’을 출시했다. 고객이 최대 3개 요일을 지정해 자동이체를 할 수 있는데다 이체 등록 요일 수에 따라 우대금리가 0.1%포인트씩 붙는다. 또 적금 경과 일수에 따라 웹툰을 제공해, 만기까지 웹툰을 보며 재미있게 돈을 납입할 수 있다. 신한은행 관계자는 “요일별 소액 이체로 부담 없이 적립할 수 있도록 했고 웹툰과 결합해 재미까지 더했다”고 말했다. 이밖에 아이돌그룹 데뷔일이나 멤버 생일에 우대금리를 제공하는 적금(KB X BTS적금)이나 적금통장의 잔액 현황이 가상의 농장으로 표현돼 게임하듯 돈을 모을 수 있는 적금(KB SMART★폰 적금)도 인기다.
적금은 서민들의 대표적인 목돈 마련 수단으로 여겨졌지만 오랜 저금리로 매력이 반감된데다 장기간 일정금액을 내야 하는 방식도 부담이 돼 점점 외면받고 있는 상품이다. ‘욜로(YOLOㆍ인생은 한 번뿐)’ 열풍으로 젊은층이 미래를 위한 저축보다 현재의 행복을 중시하는 분위기도 무관심에 한몫 했다. 한국은행 경제통계시스템에 따르면 지난 2014년 9월 38조3,795억원이었던 은행 정기적금 잔액은 올해 9월 기준 33조669억원으로 줄었다. 적금 중도해지도 꾸준히 늘어 지난 6월 기준(2017년 7월~2018년 6월) 해지금액이 14조원(556만건)에 달했다.
그러나 등 돌리는 소비자를 잡기 위해 은행들이 이 같은 ‘펀 세이빙(fun savingㆍ재미있는 저축)' 전략에 나서면서 관련 적금 상품에 가입자가 다시 몰리는 추세다. 실제 카카오뱅크 26주 적금은 출시 5개월이 채 안된 지난 18일 기준 가입좌수 58만5,109좌, 가입잔액 1,475억원을 달성했다. 통상 은행에서 출시하는 적금 상품의 연간 가입 좌수가 10만좌 이상이면 대박으로 평가된다. 특히 20대(34%)와 30대(39%)의 가입 비율이 70%를 넘었다.
이재완 하나금융경영연구소 수석연구원은 “앞으로 금융회사들이 밀레니얼 세대를 주 타깃으로 설정하고 이들의 세부 속성을 이해해 새로운 사업전략을 갖추지 못한다면 시장에서 도태될 수 있다”고 지적했다.
허경주 기자 fairyhkj@hankookilbo.com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