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5월 두바이 공항에서 돌연 체포
가족들 “거짓 자백 강요” 억울함 호소
메이 총리 “매우 실망스럽다” 문제제기
영국 박사과정 재학생이 아랍에미리트(UAE)에서 스파이 혐의로 종신형을 선고 받으면서 영국이 발칵 뒤집혔다.
21일(현지시간) BBC 등 영국 언론에 따르면 더럼 대학 박사과정에 재학 중인 매슈 헤지스(31)는 이날 UAE의 연방 항소법원에서 열린 재판에서 종신형 선고를 받았다.
UAE에서 종신형이 선고되면 최장 25년간 실형을 살아야 한다. 헤지스의 가족들은 거짓 자백에 의한 판결이라고 억울함을 호소했다.
그는 지난 5월 두바이 공항에서 출국하려다 돌연 스파이 혐의로 체포됐다. 그는 아랍의 봄 이후 안보 정책에 관한 박사 논문 연구차 UAE를 찾았다고 했지만, 사실은 영국 정부 기관을 위한 감시 활동을 위장하기 위한 것이었다고 UAE는 주장했다.
가족들은 헤지스가 거짓 자백을 강요당했다고 반발했다. 헤지스가 아랍어로 된 문서에 서명을 했는데, 나중에 알고 보니 범죄 혐의를 자백하는 내용이었다고 분개했다. 가족들은 헤지스가 아랍어를 읽지도, 말하지도 못한다고 주장했다.
헤지스의 아내는 이날 재판이 5분도 안 돼 끝났다고 전했다. 또 헤지스가 그 동안 알려지지 않은 장소의 독방에 감금된 채 가족과의 만남은 물론 영사관과 변호사의 조력도 제대로 받지 못한 채 조사를 받았다고 주장했다. 수감 기간 헤지스는 정신적 고통을 호소한 것으로 전해졌다.
영국 정부는 당혹감을 감추지 못한 가운데 대책 마련에 나섰다.
테리사 메이 영국 총리는 이날 헤지스의 유죄 선고 소식이 전해지자 “매우 실망스럽다”면서 “UAE 최고위층에 문제를 제기하고 있다”고 밝혔다.
앞서 제러미 헌트 외무장관은 이달 중순 UAE를 방문해 헤지스 문제를 논의했다. 헌트 장관은 “이날 판결은 매우 충격적이다”면서 “이는 영국의 친구이자 신뢰할만한 파트너로부터 예상했던 것이 아니다”고 UAE 정부에 대한 불만을 표출했다. 그는 “영사가 헤지스 및 가족과 긴밀히 접촉하고 있다”면서 “그를 지원하기 위해 가능한 모든 일을 계속해 나갈 것”이라고 밝혔다. 강윤주 기자 kkang@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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