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미 워킹그룹 첫 회의]
이도훈 본부장 “美 독자제재 문제 협의해 연내 공동조사ㆍ착공식 계속 추진”
폼페이오는, “北 비핵화, 남북관계 증진보다 뒤처지지 않도록 보장하길 원해”
한미가 20일 오후(현지시간) 미 워싱턴에서 대북문제 조율을 위한 워킹그룹 첫 협의를 마쳤다. 이 자리에서 미 정부가 남북 철도 공동조사에 대한 강력한 지지 의사를 밝혀 남북 철도연결 사전준비 작업이 가속화할 전망이다. 다만 마이크 폼페이오 미 국무장관은워킹그룹 목적이 ‘양국의 단독행동 방지’에 있다는 취지의 발언을 하며 비핵화 상황을 앞지르는 남북관계 개선 속도에 대한 경계를 늦추지 않았다.
우리측 워킹그룹 의장 격인 이도훈 외교부 한반도평화교섭본부장은 이날 카운터파트인 스티븐 비건 미 국무부 대북정책특별대표 등과 1차 회의를 마친 뒤 특파원들을 만나 “미국 측이 남북 철도 공동조사 사업에 대해 전폭적이고 강력한 지지(strong support)를 표명했다”고 밝혔다. 앞서 남북은 4ㆍ27 판문점선언에서 철도ㆍ도로 연결 및 현대화, 9월 평양공동선언에서 이를 위한 착공식을 올해 안에 열기로 합의했으나 대북제재 문제로 속도를 내지 못해 왔다. 하지만 이번 회의를 통해 유엔 안전보장이사회 대북제재 결의와 미국 독자제재 문제를 협의했으며당초 목표인철도 공동조사 및 착공식의 연내 시행도 계속 추진하겠다는 게 이 본부장의 설명이다.
워킹그룹 회의에 정통한 정부 고위 관계자는 “철도 사업부분은 본질이 아닌 사소한 기술적 문제만 남아 곧 해결될 것으로 기대한다”며 “제재 문제는 깔끔하게 해소하는 게 좋으니 (미국과) 최대한 협의할 뿐 심각한 문제는 아니다”고 회의 분위기를 전했다. 그는 이어 “논의가 지연되면 미국이 (남북협력을) 차단 또는 거부하는 인상을 줄까봐 그쪽에서 이렇게(지지 표명) 얘기해주길 원했다”고도 했다. 철도 공동조사와 착공식을 위한 대북 반출 물자 중 원유, 장비 등 제재위반 소지가 큰 자원에 대해 안보리 대북제재위원회의 면제승인 거부가 없도록 미국이 사실상 협력을 약속한 것으로 풀이된다.
합의 소식이 들려오자 주무부처인 통일부도 남북 합의 이행 목표를 재확인했다. 백태현 통일부 대변인은 21일 브리핑에서 “한미가 워킹그룹 회의 등을 통해 남북협력에 있어 긴밀히 공조하고 있다”며 “남북 철도 공동조사나 착공식도 착실히 이행될 수 있도록 미국 등 관련국과 협의하면서 차분히 준비해나가겠다”고 말했다.
워킹그룹에서는 철도 문제를 비롯해 산림협력, 이산가족 상봉 등 남북 교류협력 사업도 논의한 것으로 알려졌다. 또 △한반도의 완전한 비핵화와 항구적 평화 △유엔 안보리 결의 이행 △남북협력 등 북핵 및 북한 관련 현안을 논의했다고 외교부는 밝혔다. 1차 회의에는 이도훈 본부장과 함께 이동렬 평화외교기획단장, 정연두 북핵외교기획단장, 통일부 및 청와대 관계자 등이 참석했다. 정부는 향후 워킹그룹 회의를 정례화하면서도 대표단은 이슈에 따라 신축적으로 운영한다는 방침이다.
한편 폼페이오 장관은 20일 언론 브리핑에서 워킹그룹 출범 목적을 “우리가 서로 다른 소리를 하지 않고, 우리나 한국이나 상대방이 알지 못하거나 의견 표명 기회를 갖지 못한 조치를 취하지 않는다는 점을 분명히 하기 위한 것”이라고 밝혀 우리측 발표와 온도차를 드러냈다.
폼페이오 장관은 “한국에 북한의 비핵화가 남북관계 증진에 뒤처지지 않도록 보장하길 원한다고 분명히 말했다”라며 “우리는 그것들이 나란히 나아가는, 중요한 병행(parallel) 과정이라고 간주한다. 워킹그룹은 그런 방식으로 계속되게끔 고안됐다”고 덧붙였다. 이에 미국과의 대북제재 관련 협력을 강조한 우리 정부와 여전히 인식 차이가 큰 것 아니냐는 우려도 나오고 있다.
김정원 기자 gardenk@hankookilbo.com
워싱턴=송용창 특파원 hermeet@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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