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직지를 세상 가장 높은 곳에 올려놓고 히말라야의 별이 된 두 대원을 청주시민들과 함께 영원히 기억하겠습니다.”
9년 전 히말라야에 직지 이름을 딴 신루트를 개척하려다 실종된 직지원정대 박종성(실종당시 43세)·민준영(37)대원을 기리는 추모조형물과 추모비가 청주 고인쇄박물관내 직지교 입구에 세워졌다. 21일 가는 비가 흩뿌리는 가운데 거행된 제막식은 박연수 전 직지원정대장과 유족 대표의 추모사, 두 대원을 위한 묵념 순으로 진행됐다.
박 전 직지원정대장은 “알피니즘을 추구하며 직지에 담긴 창조정신을 전 세계에 알리려 했던 종성이와 준영이의 꿈과 개척정신을 지역 산악인들은 물론 전 시민이 가슴속에 되새길 것”이라고 추모했다. 당시 히말라야 신루트 도전을 지휘했던 그는 “내년 1월 1일 실종 현장을 찾아 ‘고향에 너희들을 위한 공간이 생겼다'고 꼭 전하겠다”며 눈시울을 붉혔다.
박종성씨의 형 종훈씨는 “동생의 도전 정신이 청주시민과 함께 기억될 수 있다는 사실에 그 동안 먹먹했던 가슴이 조금은 뚫리는 것 같다”며 “설산에 새겨진 직지원정대의 피켈 자국이 직지 세계화의 밑거름이 되길 희망한다”고 말했다.
추모조형물과 추모비는 지역 작가들이 제작했다. 도예가 김만수씨가 두 대원이 도전했던 히운출리 북벽을 그대로 본 떠 자연석으로 형상화했고, 추모 시는 류정환씨가 썼다. 2,000여 만원의 제작비는 청주고인쇄박물관이 지원했다.
직지원정대는 세계 최고(最古)금속활자본인 직지를 세계에 널리 알리기 위해 충북지역 산악인들이 2006년 결성한 등반대다.
이 원정대 일원인 박종성·민준영 대원은 2008년 6월 파키스탄 북부 카라코람 산군에 있는 무명봉(해발 6,235m)에 올라 ‘직지봉’으로 명명한 주역이다. 파키스탄 정부는 같은 해 7월 이 봉우리의 이름을 직지봉으로 정식 승인했다. 이는 히말라야에 있는 유일한 한글 이름 봉우리다
두 대원은 여세를 몰아 2009년 9월 수직 빙벽으로 악명높은 히운출리 북벽에 신루트인 '직지루트'를 개척하러 등반에 나섰다가 실종됐다. 두 대원은 높이보다 등반 과정을 중시해 어렵고 험난한 코스를 개척하는 알피니즘을 추구했다. 이런 두 대원의 도전 정신을 기리기 위해 충북지역 산악인들은 히운출리 베이스캠프에 추모비를 세우고 매년 추모 등반을 하고 있다.
청주=한덕동 기자 ddhan@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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