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속 조디 포스터처럼… 넬이 꿈꿨던 20년

이전기사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기사가 저장 되었습니다.

기사저장이 취소 되었습니다.

영화 속 조디 포스터처럼… 넬이 꿈꿨던 20년

입력
2018.11.22 04:40
0 0

결성 20년 맞은 밴드 ‘넬’

록밴드 넬의 이정훈(베이스, 왼쪽부터), 김종완(보컬), 정재원(드럼), 이재경(기타). 서울 송파구의 한 동네에 사는 친구들이 모여 1999년 결성한 밴드는 아직도 동네에서 음악을 만든다. 넬은 가락동 인근에 2년 전 스페이스 보헤미안이란 회사 사무실을 차렸다. 스페이스 보헤미안 제공

록밴드 넬의 보컬인 김종완은 지난 4월 술에 빠져 살았다. 공연 초반에 음향 사고가 나 10일 동안 이어질 공연을 중도에 멈춘, 큰 사고 뒤였다. 스피커 고장으로 인한 기술적 문제였지만, 음악인으로서의 죄책감은 그를 짓눌렀다. “중∙고등학교 때부터 멤버들과 만나 밴드 하면서 가장 괴로웠던 시기였죠.” 지난 19일 서울 마포구 상암동 한 카페에서 한국일보와 만난 김종완은 “정말 관객들에 미안했고 화가 나 어쩔 줄 몰랐다”며 고개를 흔들었다.

4월 공연 중단의 트라우마

공연 장비의 기술적 문제를 수습한 뒤 넬은 날을 다시 잡아 취소했던 공연을 이었다. 역경을 딛고 나온 음악은 각별했다. 넬은 이 공연에서 연주한 버전을 녹음실에서 새로 연주해 앨범으로 엮기로 뜻을 모았다.

공연 주제였던 ‘홈’에 맞춰 편곡한 넬의 노래들엔 온기가 가득하다. 날이 섰던 ‘치유’는 어쿠스틱 편성으로 뭉뚝해졌고, 전자음악을 지운 ‘희망고문’은 단출한 피아노 연주로 애틋해졌다. 김종완은 “2년 전 낸 7집이 소리가 반짝반짝했다면 이번엔 정반대의 느낌을 주고 싶었다”고 했다. 그렇게 최근 세상에 나온 넬의 새 앨범 ‘행복했으면 좋겠어’의 타이틀곡이자 신곡 ‘헤어지기로 해’엔 명징한 기타 연주에 아련함이 자욱하게 실렸다. 김종완은 “공연뿐 아니라 일어나지 말았어야 하는 일들이 올해 유독 많았다”며 “내가 어떻게 할 수 없었던 일에 대한 한탄이 내 주위 그리고 우리 음악을 듣는 팬들이 ‘행복했으면 좋겠어’란 바람으로 이어져 앨범을 만들게 됐다”고 말했다.

곳곳에 우거진 나무와 꽃들. 무대는 숲이 됐다. 록밴드 넬이 지난 4월 '홈'이란 주제로 진행한 공연 모습이다. 스페이스 보헤미안 제공

서태지가 스카우트… 인디 밴드의 성공 신화

넬은 국내 모던록 음악계를 대표하는 밴드다. 서태지가 2002년 세운 록 레이블 ‘인디괴수대백과’에 스카우트돼 두 장의 앨범을 내면서 세상에 이름을 알렸다. 거친 기타 사운드로 록 음악 마니아들의 사랑을 받기도 했지만 ‘기억을 걷는 시간’과 ‘스테이’ 같은 록 발라드가 인기를 끌면서 대중 밴드로 거듭났다. 넬은 장기하와 얼굴들에 앞서 인디 밴드의 성공 신화를 보여준 팀이다.

넬은 올해 밴드 결성 20년을 맞았다. 1980년생 동갑내기인 김종완, 이재경, 이정훈(베이스), 정재원(드럼)이 1999년 팀을 꾸려 단 한 번도 멤버 교체 없이 활동을 이어왔다. 정재원은 “워낙 같이 술도 자주 마시고 서로 말도 많이 해 별일 없이 활동을 이어온 것 같다”며 웃었다.

방탄소년단 RM과의 협업과 모험

‘넬’은 조디 포스터 주연의 동명 영화(1994)에서 따온 이름이다. 자신만의 독특한 언어로 세상과 더 깊게 소통하고 있던 주인공을 닮고 싶어 밴드 이름으로 썼다고 한다. 넬은 최근 아이돌그룹 방탄소년단 리더인 RM과 힙합 작곡팀인 그루비룸과의 이색 협업도 했다. 빠르게 변하는 음악의 흐름에 발맞춰 자신들의 음악에 새 언어를 찾기 위한 과정이었다.

넬과 RM이 함께 만든 ‘지나가’는 RM이 비상업적 목적으로 만드는 실험적 앨범인 믹스테이프 ‘모노’에 실렸다. 김종완은 “데모(미완성)곡을 받았을 때 엄청난 책임감을 지닌 RM이 자신을 포함해 우리 모두에게 하는 노래로 들렸다”며 “우리에게도 자극이 됐던 작업”이라고 의미를 뒀다.

넬은 앨범을 한 번 내면 2주 뒤엔 멤버들이 다시 악기를 잡고 새 앨범 구상에 들어간다고 한다. 창작열이 뜨거운 넬은 내년 2월을 목표로 8집 작업에 한창이다. 내달 22일부터 24일까지 서울 잠실학생체육관에서의 공연도 준비 중이다. 이재경은 “충격적인 공연이 될 것”이라며 “앞으로도 넬만이 할 수 있는 음악을 계속 고민할 것”이라고 말했다.

양승준 기자 comeon@hankookilbo.com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기사가 저장 되었습니다.

기사저장이 취소 되었습니다.

세상을 보는 균형, 한국일보Copyright ⓒ Hankookilbo 신문 구독신청

라이브 이슈

댓글0

0 / 250

중복 선택 불가 안내

이미 공감 표현을 선택하신
기사입니다. 변경을 원하시면 취소
후 다시 선택해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