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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메아리] 박원순, 이재명 죽이기?

입력
2018.11.21 18:08
수정
2018.11.21 18:09
30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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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원순 노동집회 참석도 이해 못하는 친문

이재명 수사에 어른거리는 수상한 그림자

다른 목소리 허락 않는 독선 아닌지 우려

[저작권 한국일보] 20일 오후 국회 도서관에서 열린 '2018 국회 철도정책 세미나'에 참석하는 이재명 경기지사에게 기자들이 질문을 쏟아내고 있다.오대근기자 /2018-11-20(한국일보)
[저작권 한국일보] 20일 오후 국회 도서관에서 열린 '2018 국회 철도정책 세미나'에 참석하는 이재명 경기지사에게 기자들이 질문을 쏟아내고 있다.오대근기자 /2018-11-20(한국일보)

여당인 더불어민주당이 두 명의 다른 목소리를 내는 정치인으로 소란스럽다. 둘 다 유력한 차기 대권 주자라는 점에서 복잡한 정치적 역학관계를 무시할 수 없다. 때문에 해법도 간단치 않다. 야당에서는 차기 주자들의 자기정치 행보가 시작됐다며 ‘레임덕의 전조’라는 야유와 조롱을 보내고 있다. 야당 바람대로 될지는 두고 볼 일이지만 국정운영 지지도의 추세적 하락 속에 집권 중반기로 접어드는 문재인 정부의 고민이 아닐 수 없다.

민주당 소란의 첫 번째 장본인은 박원순 서울시장. 그는 최근 한국노총 집회에 참석했다가 여당의 친문 진영으로부터 ‘자기정치’라는 비판을 받았다. 문재인 정부가 최저임금 산입 범위 확대, 탄력근로제 적용 단위기간 확대 등으로 노동계와 대립하는 사이 박 시장이 민주당의 지지 기반을 선점하려는 목적으로 노동계에 러브콜을 보냈다는 게 친문의 의심이다.

메르스 방역, 그린벨트 해제 등의 정책 집행에서 잇따라 엇박자를 냈던 박 시장이고 보면 스스로 감당해야 할 업보가 아닐 수 없다. 하지만 자기정치가 마냥 나무랄 일인지는 모르겠다. 국가 지도자를 다투는 정치인치고 자기 확신이나 소신도 없이 정당의 노선이나 지도부만 좇아 성공했던 경우가 없는 동서고금의 정치 현실에 비춰 보면 오히려 자기정치의 결여가 문제가 아닐까 싶다. 자유한국당에서 “자기정치 하다가 낭패 본 경기지사를 잘 돌아보라”고 야유를 늘어놓지만 청와대의 일방적 국정운영 앞에서 기도 펴지 못하다 결국 국정농단 세력에 무너진 자신들의 과거를 먼저 돌아봐야 하지 않을까.

그런 점에서 같은 친문인 홍영표 민주당 원내대표의 반응이 돋보인다. 홍 원내대표는 "정부를 비판하는 집회에도 가서 들을 건 듣고 필요하다면 이해시키고 하는 것"이라며 박 시장을 ‘쿨하게’ 두둔했다. 적어도 홍 원내대표는 “박 시장의 다른 목소리가 친문 진영의 후계 구도에 방해가 되기 때문에 견제해야 한다”는 식의 분열적 당파주의는 입에 올리지 않았다.

당내 분란의 또 다른 진원지인 이재명 경기지사의 경우는 파장의 크기부터 다르다. 이 지사는 이른바 ‘혜경궁 김씨’ 사건으로 정치 인생 최대의 위기를 맞고 있다. 경찰이 경기지사 경선 당시 문재인 대통령을 집중적으로 비방한 글을 게시한 문제의 트위터 계정 주인으로 이 지사의 부인을 지목했기 때문이다. 이 지사는 “경찰이 수사가 아닌 정치를 하고 있다”고 반발하고 있지만 박 시장처럼 역시 감당해야 할 업보다. 지난해 대선 후보 경선 당시 문 대통령에게 쏟아 냈던 독한 말과 글을 스스로 잊지 않고 있을 터다. 부인 김씨의 혐의를 반박하기 위해 진행했던 트위터 설문조사에서 경찰 주장에 공감한다는 의견이 압도적이라는 사실 또한 그가 겸허히 받아들여야 할 민심이다.

논란의 진실은 검찰 수사와 재판을 통해 밝혀질 것이다. 하지만 수사 진행 과정이나 결과가 미칠 파장 등을 감안하면 뒷맛이 영 개운치 않다. 경찰이 7개월 수사 끝에 내놓았다는 근거가 온통 정황증거라는 점에서 지난해 대선 당시 경쟁 후보를 맹공하던 친문 세력의 홍위병식 공격이 영향을 미친 게 아닌가라는 의심을 지울 수 없다. 경기지사 경선 때 이 지사를 후원했던 국회의원들에게는 문자폭탄이 쇄도하고 있다고 한다. 안희정 전 충남지사에 이어 이재명 지사까지 치명상을 입을 개연성이 높아지면서 차기 대선 구도를 염두에 둔 친문 세력의 ‘빅 픽처’가 배후라는 음모론마저 번지고 있다.

박 시장이 정책 엇박자로 국정 운영에 혼란을 초래했거나 이 지사가 실정법을 어겼다면 비판과 처벌을 받아 마땅하다. 하지만 당사자들의 반발처럼 구원(舊怨)이나 차기 구도와 연결된 정치 플레이라면 곤란하다. 안 그래도 문재인 정부가 열성 지지자들만 보고 달려간다는 원성이 비등한데, 진영 내부 다른 편의 목소리와 존재조차 허락하지 않는다면 독선과 아집의 이미지만 강화될 것이다. 촛불혁명이 부여한 개혁 과제는 집권 3년 차에도 여전하다. 소모적 정치 공방으로 내부 분열을 자초할 때가 아니다.

김정곤 논설위원 jkkima@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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