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존 시집들엔 타인 작품들 섞여
이은모씨 24일 ‘김삿갓 시선(詩選)’ 출판기념회
“김삿갓 선생에게 부끄럽지 않은 온전한 정본 시집을 완성해 뿌듯합니다.”
2005년부터 편찬에 들어가 13년 만인 올해 난고 김삿갓(김병연ㆍ김립 1807~1863년)의 정본시집을 출간한 향토사학자 이은모(80)씨는 감격 어린 소감을 전했다.
이씨는 24일 경기 양주시에 있는 경기섬유종합지원센터에서 ‘김삿갓 시선(詩選)’ 출판기념회를 연다. ‘시선’은 철저한 고증과 자료 조사를 통해 70년 간 잘못 알려진 김삿갓의 시 19수를 솎아낸 김삿갓의 첫 정본 시집이다.
이씨에 따르면 국내 30종 가까운 김삿갓 시집이 간행됐지만 온전한 작품집은 없는 실정이다. 대다수가 고증 없이 1939년에 발행한 이응수(문학연구가) 선생의 ‘김립 시집’을 따라 엮은 탓에 김삿갓의 것이 아닌 시가 버젓이 시집에 실려왔다.
이씨는 “자료 조사 과정에서 김삿갓의 시로 알려진 ‘풍속박’과 ‘구루’ 역시 김삿갓이 아닌 각각 걸인 처묵과 양호의 작품으로 확인됐다”며 “김삿갓이 워낙 유명하니 시 소장자들이 난고 시인의 것이라 이야기를 해 잘못 실렸을 것”이라고 추론했다.
그가 시집을 완성하기까지 여정은 쉽지 않았다. 김삿갓 사후 76년 뒤인 1939년에 첫 등장한 이 선생의 ‘김립 시집’과 여러 종의 김삿갓 시집을 찾아 일일이 비교ㆍ대조하고 조사하는 데만 13년이 걸렸다. 그렇게 김삿갓 시를 정본화 하는데 성공했다.
이 시집은 기존 김삿갓 시집의 형식을 따르지 않고 김삿갓 시를 새롭게 정리해 모두 9장으로 엮었다. 매 시편마다 한자의 훈과 음을 달아 누구든 쉽게 김삿갓의 시를 접할 수 있게 했다.
이씨는 반평생 김삿갓 연구에 몰두했다. 김삿갓 관련 유적을 찾기 위해 영월, 평창, 강진, 화순 등 전국을 누비며 열정을 쏟았다. 그 결과 김삿갓의 무덤, 종명지, 외할머니 묘소 등 귀중한 자료를 찾아냈다.
그는 “김삿갓 시를 더 많은 사람들이 보고 느꼈으면 하는 마음에서 시집을 완성했다”며 “세계 3대 시인인 김삿갓의 시집 출판기념회를 그의 고향인 양주에서 열게 돼 기쁘다”고 밝혔다.
이종구 기자 minjung@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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