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아파트값이 조정 국면에 진입하면서 집값을 둘러싼 집주인들의 신경전이 나타나고 있다.
21일 부동산업계에 따르면 최근 서울 서대문구 지역 부동산 온라인 커뮤니티에서는 아파트 급매물을 놓고 한바탕 논쟁이 벌어졌다.
북가좌동 D 아파트를 소유한 집주인 A씨가 시세보다 8000만원 가량 낮춘 급매물을 내놓자 "왜 그리 싸게 파는 것이냐", "부동산업자 같은데 그딴 식으로 영업하지마라"는 등 불만을 토로하는 댓글들이 이어졌다.
A씨는 당혹감을 감추지 못했다. 사정상 집을 빨리 팔아야 해 중개업소와 온라인 카페에 매물을 내놓았지만, 계약이 되지 않아 불가피하게 가격을 조정한 것인데 이를 못마땅히 여긴 인근 집주인들의 막말 댓글이 이어지면서 마음의 상처까지 입었다.
A씨는 "매매가가 제 사정에 의해 급매 가격이다 보니 다른 소유주분들에게는 언짢은 매물이 된 것 같다"며 "인근 아파트에도 급급매물이 나와있고, 개개인의 사정으로 팔아야 하는 사람도 있는 것"이라며 안타까움을 토로했다.
해당 아파트 일대는 직주근접성과 개발호재 등이 큰 인기를 얻어 수요가 몰리면서 올해 집값이 크게 올랐다. 전용면적 84㎡의 경우 연초만 해도 7억~8억원대에 거래되던 것이 8월 9억5000만원에 최고가 거래된 뒤 이후 호가는 10억원대까지 치솟았다.
하지만 고강도 세금·대출 규제인 9·13 부동산 대책 영향으로 서울 강남권을 비롯해 마포구, 용산구 등 올해 급등 지역 위주로 조정국면에 들어가면서 서대문구 일대도 집값이 떨어지기 시작했다.
한국감정원 '주간아파트 가격동향'에 따르면 서대문구 아파트값변동률은 지난주 -0.01%를 기록해 하락 전환했다. 서대문구 아파트값 변동률이 마이너스(-)를 나타낸 것은 2014년 10월 넷째주(-0.01%) 이후 4년여만이다.
오르기만 하던 집값이 떨어지자 일부 집주인들이 집값 하락을 막기 위해 급매물에 불만을 표하면서 온라인 커뮤니티 상에서 갈등이 벌어진 것이다.
주변의 또다른 D 아파트에서도 앞서 직전 최고가 대비 1억~2억원 값을 낮춘 급매물이 중개업소에 매물로 나오자 인근 집주인들이 이를 감추려 일부러 '허위매물 신고'를 한 것으로 알려졌다.
인근 공인중개업소 관계자는 "시세보다 저렴한 급매물을 올렸더니 바로 허위매물 신고가 들어오더라"며 "하지만 실제 갖고 있던 매물이었기 때문에 그대로 거래를 진행했다"고 전했다.
강남권에서도 이와 비슷한 분위기가 나타나고 있다. 최근 집값 하락폭이 크게 나타난 송파구 잠실동 인근 중개업소에서는 중개업소 창문에 급매물, 초급매물 광고물이 나붙고, 이것들이 언론을 통해 확산되자 집주인들이 언짢아하는 상황이다.
잠실동 B 중개업소 관계자는 "세금, 대출 문제 등으로 집을 급히 팔아야 하는 사람들은 급매물을 붙여서라도 빨리 매수자를 연결해달라는 입장"이라며 "하지만 다른 소유주들 입장에서는 급매물 광고가 아파트 가치를 낮추는 것으로 해석되는 만큼 기분이 나쁠 수 밖에 없다"고 말했다.
다만 정부가 집주인과 중개업자들의 집값 담합이나 이를 위해 공인중개사 업무를 방해하는 행위 등에 대해 처벌하기로 한 만큼, 예전과 같이 급매물을 내리려는 강압적인 움직임 등은 없어졌다는게 중개업자들의 전언이다.
국회 국토교통위원회에서는 지난달 국토부와 협의에 따라 9·13 대책의 후속 조치로 공인중개사법 개정안이 발의됐다. 공인중개사와 집주인의 '집값 담합'을 근절하기 위한 것으로 인터넷 카페 등에서 집을 얼마 이하로 내놓지 못하게 하는 등 집값을 담합하려는 집주인이나 공인중개사에게 3년 이하의 징역 또는 3000만원 이하의 벌금에 처하도록 하는 내용이 담겼다.
뉴스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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