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일 오전 서울 여의도 관공선 선착장을 떠난 배가 안양천이 합류되는 지점에 이르자 악취가 서서히 풍겨왔다. 청둥오리와 흰뺨검둥오리 등 겨울철새 수십 마리가 떼를 지어 날고 있었지만 수질은 좋지 않아 보였다. 가톨릭관동대 토목공학과 오준오 교수 연구팀이 안양천 합류 지점에서 시료를 채취하기 시작했다. 설치된 지 30년 만에 처음으로 다음달 시행되는 신곡수중보의 개방을 앞두고, 전후를 비교하기 위해 다양한 수질 지표를 측정하고 강바닥에 쌓인 흙인 ‘저질토’의 성분을 알아보는 게 목적이다.
물속 사정은 생각보다 심각했다. 강바닥 흙을 떠보니 어두운 청록색의 진흙이 쓰레기와 섞여 나왔다. 방화대교 부근 서남물재생센터 인근도 비슷했다. 이곳 하수처리시설에서 방류된 물이 수질에 미치는 영향을 알아보기 위해 시료를 채취했는데, 재생센터를 지나기 전과 후에 물의 냄새와 진흙의 색깔에 큰 차이가 있었다. 오 교수는 “신곡수중보가 물의 흐름을 가로막고 있어, 안양천 합류지점과 재생센터 부근에서 한강으로 방류되는 오염수가 희석되지 못한다”고 설명했다.
환경운동연합, 정의당 서울시당 등 16개 정당과 시민사회단체로 구성된 ‘신곡수중보 시민모니터링단’은 이날 원효대교부터 신곡수중보 하류인 장항습지까지 총 6곳에서 한강물과 강바닥 흙을 채취해 분석에 들어갔다. 검사 결과가 나올 때까지는 1개월 가량 걸린다. 하지만 상류에 있는 원효대교에서는 고운 모래를 볼 수 있었던 반면 하류로 내려올수록 수질과 저질토가 오염된 것을 눈으로 확인할 수 있었다.
신곡수중보는 1988년 농업용수를 공급하고 유람선이 다닐 수 있도록 김포대교 하류에 설치됐으나, 물의 흐름을 막아 한강 생태계를 단절시킨다는 비판을 받으면서 철거와 존치를 두고 갈등을 빚어왔다. 민간전문가들로 구성된 ‘신곡수중보 정책위원회’가 지난 10월 박원순 서울시장에게 신곡보 개방 모니터링 이후 철거 여부를 결정하자는 권고안을 전달하자 서울시는 내년 3월까지 시범적으로 개방해보고 철거여부를 결정하기로 했다. 서울시 관계자는 “개방 전 한강 수위하락이 세빛둥둥섬 등 수상 시설물에 미치는 영향에 대해 파악하기 위해 조사업체를 조만간 선정할 것”이라며 “이 조사 결과가 나오는 대로 연내 신곡보를 개방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고은경 기자 scoopkoh@hankookilbo.com
김현종 기자 choikk999@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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