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해 벗으려 환아돕기 임상효과 증명했죠”
이혜경 사노피 아벤티스 팀장
“기업의 사회공헌 활동을 단순히 마케팅의 일환으로만 여기는 시각이 여전히 강합니다. 그래서 사회공헌 프로그램의 효과를 과학적으로 증명해 보이기로 했어요.”
다국적제약기업 사노피-아벤티스 코리아가 아름다운가게와 함께 운영하는 사회공헌 활동인 ‘초록산타’가 내년이면 15돌을 맞는다. 2014년부터 초록산타 프로그램을 이끌어온 이혜경(42) 사노피-아벤티스 코리아 CSR팀장은 초록산타의 임상심리학적 효과를 처음 확인했다. 한 사회공헌 프로그램을 10년 넘게 지속하며 그 효과까지 과학적으로 추적하는 건 국내에선 드문 시도다.
초록산타는 만성질환이나 희귀난치성질환을 앓고 있는 아동과 청소년에게 문화예술 교육 기회를 제공한다. 2004년부터 올해까지 총 350여명이 참가했다. 이 팀장은 올해 초록산타에 참가한 환아 중 16명을 대상으로 임상심리 전문가들과 함께 표준화한 정서평가 도구를 활용해 프로그램 전후의 변화를 분석했다.
그 결과 아이들의 자발성 척도는 평균 3.40으로 프로그램 참가 전(2.89)보다 크게 향상됐다. 반면 부모와 친구를 대할 때의 스트레스 정도는 각각 0.43, 0.26으로 프로그램 전(0.63, 0.52)보다 낮아졌다. 불안하거나 우울한 감정, 규칙 위반, 공격적인 행동 같은 행동평가척도도 평균 51.88로 프로그램 전(57.81)보다 눈에 띄게 줄었다. 이 팀장은 “초록산타 환아들의 건강 상태와 직결된 임상심리적 변화를 객관적으로 측정해본 건 처음”이라고 말했다.
사노피 CSR팀은 환아와 가족들에게 임상적으로 의미 있는 영향을 줄 수 있도록 이번 분석 결과를 초록산타 프로그램에 반영할 계획이다. “사회공헌 활동을 진행하면서 일회성 홍보에 그치지 않고 실제로 어떤 사회적 효과를 창출하고 있는지를 보여주는 것 역시 기업의 책임”이라고 이 팀장은 설명했다.
이 팀장은 사노피에 합류하기 전 비정부기구(NGO) 세이브더칠드런과 유엔세계식량계획(WFP)에서 일했다. 다양한 형태의 협업이 필요한 NGO 경험을 그는 기업의 CSR에도 적용하고 있다. 사노피의 CSR 조직은 ‘오픈 플랫폼’이다. 여러 분야 전문가들이 파트너로서 부담 없이 합류하고 빠질 수 있도록 열려 있다. 전 직원이 돌아가며 의무적으로 참여하는 기존 봉사활동 방식만으론 한계가 있기 때문이다. 또 사노피의 CSR은 영업이나 마케팅 부문과 완전히 분리돼 있다. “상업적 업무 부서에서 CSR에 영향력을 행사할 수 없어야 진정성 있는 사회공헌이 가능하다”고 이 팀장은 강조했다.
임소형 기자 precare@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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