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언론사의 디지털 분야를 담당하는 기자들을 만나면 공통적으로 하는 이야기가 있다. 바로 인터넷 서비스를 얼마나 이용했는지 보여주는 척도인 트래픽이 예전 같지 않다는 것이다.
과거에는 빅 뉴스와 플랫폼 업체들의 정책 변경이 언론사 트래픽에 미치는 영향이 컸다. 세상을 뒤흔들 정도의 깜짝 놀랄 만한 뉴스가 터지거나 포털과 사회관계형서비스(SNS) 같은 플랫폼 업체들의 게시물 노출 정책(알고리즘) 및 서비스가 바뀌면 트래픽이 영향을 받게 된다.
그런데 최근 언론사뿐만 아니라 콘텐츠를 만드는 업체들의 트래픽 변동을 보면 빅 뉴스와 플랫폼 업체들의 알고리즘 변경만으로는 설명이 되지 않는다. 그래서 일각에서는 추세가 아니냐는 말들을 한다. 텍스트, 즉 글자 콘텐츠의 소비는 줄고 상대적으로 영상 소비가 늘고 있기 때문이다. 한마디로 패러다임이 바뀌고 있다는 소리다.
패러다임 변화를 거론할 만큼 영상 콘텐츠 소비는 나이를 가리지 않고 전방위적으로 확산되고 있다. 예전에는 디지털 기기에 익숙한 젊은 층이 주로 영상을 봤지만 지금은 50대 이상의 영상 소비가 급속도로 늘고 있다. 메조미디어가 최근 발표한 ‘디지털 동영상 이용 행태 조사’ 자료에 따르면 50대의 모바일 영상 이용률은 39.1%였다. 50대는 포털 대신 유튜브로 검색하는 비율도 24.9%로, 10대(33.7%) 다음으로 영상 검색을 많이 한다.
영상 중에서도 분량이 짧은 영상을 주목해야 한다. 매리 미커의 ‘인터넷 트렌드 2018’ 보고서가 앞으로 주시해야 할 트렌드로 짚은 것이 ‘간단한 영상(short-form video)’이다. 매리 미커의 인터넷 트렌드는 전세계에서 인터넷 종사자들이 매년 찾아보는 영향력 있는 IT 보고서다.
매리 미커는 최근 짧은 영상의 소비가 급증하고 있으며, 향후 관련 분야의 투자가 TV를 능가할 것으로 분석했다. 여기에는 중국의 영향이 절대적이다. 매리 미커는 중국의 바이트댄스가 만든 짧은 영상을 주고 받는 메신저인 틱톡, 중국의 유튜브로 통하는 콰이쇼우 등이 짧은 영상 확대에 큰 기여를 했다고 본다. 5분 이하의 영상을 주로 올리는 콰이쇼우는 하루 이용자가 1억400만 명이며 콰이쇼우와 틱톡의 이용자당 하루 평균 영상 시청 시간은 50분이다.
영상 확대는 서비스 변화를 가져온다. 텍스트 위주로 검색을 제공하던 네이버나 구글 같은 포털은 텍스트를 벗어나 영상까지 검색 범위를 넓혀야 한다. 궁극적으로 제목에 검색하려는 단어가 들어있지 않아도 해당 영상을 찾을 수 있어야 한다. 이를 위해서는 검색 기능이 영상의 내용 분석까지 할 수 있어야 한다.
언론사들의 고유 영역이었던 뉴스 전달도 달라질 수 있다. 개인들이 만들어 올리는 영상들이 빠르게 확산되며 언론사에서 정제된 언어로 다듬어 전하는 기사의 영역을 잠식하고 있다.
이 같은 변화의 중심에는 텍스트보다 이미지에 익숙한 신인류인 Z세대가 있다. Z세대는 디지털 기술을 배워서 익히는 밀레니얼 세대와 달리 아예 디지털 기술 속에서 태어난 세대다. 매리 미커는 2년 전 ‘인터넷 트렌드 2016’ 보고서에서 향후 인터넷 문화를 주도할 Z세대의 특징으로 ‘이미지를 통해 소통하며 영상 콘텐츠를 직접 생산하는 점’을 들었다.
신인류의 등장과 급격한 영상 소비 문화의 확산은 텍스트를 벼랑 끝으로 몰아가고 있다. 이 속에서 어떤 콘텐츠를 만드느냐가 텍스트에 기반한 업체들의 생사를 좌우할 것이다.
그래도 아직 희망이 있는 것은 영상에 접목할 수 있는 텍스트의 마지막 쓰임새다. 다행인지 모르겠지만 글로벌 광고업체인 MEC 노스아메리카 조사에 따르면 페이스북 이용자 가운데 85%가 소리 없이 영상을 본다. 지하철이나 사무실 등 공공 장소에서 영상을 볼 때 음량을 키울 수 없기 때문이다. 이는 곧 영상에 텍스트를 삽입하는 것이 중요하다는 뜻이다. 결국 텍스트를 기반으로 한 콘텐츠는 영상과의 융합에서 생존의 해법을 찾아야 할 듯 싶다.
최연진 디지털콘텐츠국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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