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팬과의 시간’서 진솔한 대화
“이번 시즌 정현 선수의 활약은 제게 새로운 도전에 대한 용기가 됐습니다.”
한국 테니스 간판 정현(22ㆍ한국체대)이 ‘팬과의 시간’ 행사를 가진 20일 서울 논현동 빌라드베일리에선 올해 직장생활 18년 만에 퇴사 용기를 얻어 새로운 도전에 나섰다는 40대 여성 김지은씨 사연에 눈길이 쏠렸다. 김씨는 정현에게 “한 수 위로 평가된 선수들과 경기를 즐겨가며 더 높은 곳으로 향하는 모습을 보면서 나도 새로운 꿈을 꿀 수 있었다”며 고마운 마음을 전했고, 정현은 “나는 그런 큰 결정(퇴사)을 해 본적은 없지만, 이미 선택한 길을 잘 달려가셨으면 좋겠다”며 덕담을 건넸다.
정현은 “큰 경기를 마치고 텅 빈 숙소에 들어서면 외로움이 몰려올 때가 있다”라면서 “그럴 땐 여자친구 같은 존재가 필요하다고 생각도 하지만 금방 잊고 또 경기에 매진한다”며 진솔한 답으로 팬들과 교감했다. “정현과 닮았다는 친구들 얘기에 잠 못 이뤘다”는 12세 테니스 꿈나무에게 그는 희망이었으며, “정현 때문에 테니스에 푹 빠져 휴학까지 해가며 레슨을 받고 있다”는 대학생에겐 해방구 같은 존재였다. 정현은 “꾸준히 응원해준 팬들의 성원이 있었기에 올해 최고 성적을 거둘 수 있었다”며 팬들에게 고마운 마음을 전했다.
정현에게도 팬들에게도 올 한 해는 특별했다. 지난 1월 호주오픈에서 한국 테니스 사상 처음으로 메이저 대회 4강 신화를 이룬 정현은 지난 4월엔 세계랭킹 19위를 기록하며 본인은 물론 한국 프로테니스 선수 가운데 역대 최고 랭킹에 오르기도 했다. 다만 시즌 내내 부상으로 예정했던 대회 일정을 모두 소화하지 못한 점은 아쉽다. 그는 지난달 중순 발바닥 부상으로 일찌감치 시즌을 마감한 뒤 국내에서 치료와 재활에 전념하고 있다.
정현은 이번 시즌 자신의 활약에 대해 “(100점 만점 기준)70~80점 정도 주고 싶다”고 했다. 작년 이맘때 보다 높은 위치에서 시즌을 마무리해 만족스럽지만, 부상으로 몸 관리를 못 해 많은 대회에 출전하지 못했기에 100점을 줄 순 없다는 게 그의 설명이다. 이번 시즌 가장 기억에 남는 대회는 “당연히 호주오픈 대회”라고 답했다. 정현은” ‘톱10’ 선수를 이긴 순간들과, 비록 기권했지만 로저 페더러와 함께 4강에서 맞대결을 펼쳤을 때가 기억에 남는다”고 했다.
전날 영국 런던에서 열린 ATP 투어 파이널스 단식 결승에서 자신이 호주오픈 때 꺾었던 세계랭킹 5위 알렉산더 즈베레프(21ㆍ독일)가 세계랭킹 1위 노박 조코비치(31ㆍ세르비아)를 꺾은 걸 두곤 “또래 선수들이 잘하는 걸 보며 그런 선수들과 어깨를 나란히 하고 싶다고 생각하지만, 조급하게 생각하고 싶진 않다”고 했다. 내년 시즌 준비에 본격적으로 돌입하는 그는 “다음 시즌은 부상 없이 마감하는 게 목표”라며 ”올해보다 높은 위치에서 마무리하고 싶다”고 말했다.
김형준 기자 mediaboy@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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