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주로 대표되는 고도주 시장이 침체를 겪고 있는 가운데 프리미엄 증류식 소주 시장이 ‘나홀로 성장’을 거듭하고 있다. 오랜 숙성 과정을 거친 일부 제품은 품귀 현상까지 빚으며 프리미엄 소주 시장에 대한 관심을 끌어올리고 있다.
20일 하이트진로와 외식업계에 따르면 지난달 25일 출시한 ‘일품진로 18년산’은 도매상을 통해 모두 출고됐으며 유일한 구매 채널인 식당과 주점에서도 대부분 소진됐다. 하이트진로 관계자는 “6,000병 한정 생산으로 이미 전량이 출고된 상태”라며 “일부 매장에서 추가 요청이 있지만 올해는 더 이상 출고 예정이 없어 공급하지 못하고 있다”고 말했다.
증류 원액을 목통에서 18년간 숙성한 고급 소주인 일품진로 18년산은 출고가 6만5,000원(375㎖)으로 조니워커 18년산 출고가 7만원(600㎖)과 비슷한 수준이고 연산이 없는 ‘일품진로 1924’의 출고가 9,400원보다는 7배 비싸다. 주로 고급 한식당이나 일식당, 호텔 식당 등에서 판매되는데 20만원 안팎의 높은 가격에도 수요에 비해 공급이 턱 없이 부족해 출시 한 달도 안 돼 ‘없어서 못 파는’ 술이 됐다. 일부 극소량이 온라인에서 2~3배의 가격에 유통되고 있으나 이마저도 물량이 달려 마니아들을 애타게 하고 있다.
국세청과 업계에 따르면 프리미엄 소주 시장은 약 100억원 규모로 전체 소주 시장(2조원)의 0.5%에 불과한 수준이지만 판매량은 매년 증가 추세다. 2007년 처음 출시된 하이트진로의 일품진로는 지난 10년간 판매량이 10배 가량 늘었고, 프리미엄 소주 시장을 이끌어온 ‘화요’의 매출은 2015년 100억원에서 지난해 144억원으로 2년 만에 44% 증가했다. 업계 관계자는 “전체 소주 시장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아주 작긴 하지만 증류식 소주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고 있어 앞으로 프리미엄 증류식 소주 시장은 성장 가능성이 크다”며 “그러나 10년 이상 숙성한 원액을 충분히 보유하고 있는 업체가 많지 않아 당분간 수요에 비해 공급이 부족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고경석 기자 kave@hankookilbo.com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