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직 인사 객관적 기준 없고,
환경미화원→쓰레기투기단속원→청소차운전원
주관적인 평가에다 실기시험도 없이 운전원 선발
서구청 “공무원 진급도 주관적이기 때문에 문제없는 인사”
대구 서구 환경미화원 A씨는 지난 6월 인사 때 혹시나 기대했다 역시나 실망했다. 쓰레기투기단속원으로 선발되지 못했기 때문이다. 환경미화원보다 업무가 편한 단속원이 되면 4~5년 후에는 큰 문제가 없는 한 운전원으로 보직이 변경된다. A씨는 “감독원 역할을 맡고 있는 환경미화원 2명이 주관적 평가를 거쳐 공무원들이 인사를 주무르고 있다”며 “인사 이동에 객관적 기준이 없어 대부분 줄서기에 급급하다”고 말했다.
환경미화원 복지기금 5억원이 증발(13일자 12면 보도)되고 품질 낮은 피복류(15일자 14면)를 지급한 의혹을 사고 있는 대구 서구가 타 지자체에서는 찾아볼 수 없는 비상식적인 환경미화원 인사 및 근무 시스템으로 도마 위에 오르고 있다.
대구지역 기초자치단체에 따르면 대부분 지자체가 쓰레기투기단속원을 선발할 때 환경미화원 중 순환근무토록 하고 있으나 서구는 주관적 선발 시스템을 운용하고 있다. 또 타 지자체는 환경미화원의 근무성적이나 실기시험을 통해 운전원을 뽑고 있으나 서구만 쓰레기투기단속원 중 운전원을 선발하면서도 객관적 기준이나 원칙이 없어 불만의 목소리가 끊이지 않고 있다.
서구에는 환경미화원 99명, 쓰레기투기단속원 4명, 운전직 25명 등 128명이 근무하고 있다. 같은 무기계약직이지만 환경미화원은 청소업무를 전담하는 반면 단속원은 하루 2건씩 불법 쓰레기 투기를 적발하면 된다. 운전원은 청소차량만 운전하기 때문에 다른 보직보다 선호도가 높다.
하지만 서구는 단속원과 운전원 선발 시 기회균등 차원에서 순환근무토록 하는 것도 아니고 실기시험이나 근무성적을 평가하는 방식 대신 환경미화원인 감독원 2명과 공무원의 주관적 판단에 의존하고 있다.
환경미화원 복무규칙에 따르면 미화원들은 1년에 1회 순환보직을 하도록 되어 있으나 한 곳에 5년 이상 배치되기도 하고 1년 내 2번 이상 바뀌기도 한다. 또 공무원 눈 밖에 난 미화원들은 여름에는 음식물처리반, 가을에는 가로수 청소 등 힘든 일을 도맡고 있다.
이에대해 서구 환경청소과 관계자는 “현행 인사 방식을 가동하면 환경미화원이 더 열심히 일을 할 수 있다”며 “전혀 문제없다”는 입장이어서 환경미화원들의 반발을 사고 있다.
부작용도 속출하고 있다. 일부 환경미화원에 따르면 단속원이 하루 2건의 쓰레기 불법투기만 적발하면 되다 보니 여러 건을 단속한 후 날짜를 조작해 근무일을 휴일처럼 지내기도 한다. 특히 지난 6월에는 환경미화원 복지기금 증발 사건이 발생한 후 감사로 일하던 한 환경미화원이 쓰레기투기단속원을 거치지도 않고 바로 운전직으로 보직이 변경돼 구설수에 오르기도 했다.
서구의 한 환경미화원은 “현재 서구에서는 열심히 일하는 환경미화원들이 뒷전으로 밀리고 있는데도 인사제도를 개선하겠다는 움직임이 없다”며 “감독원 없이 환경미화원이 10명 단위로 조를 나눠 일하는 남구의 근무 시스템이 훨씬 좋은 것 같다”고 말했다.
하지만 서구 관계자는 “쓰레기투기단속원 업무는 고도의 수행능력이 필요하기 때문에 몸으로 때우는 가로수 청소 보다 힘들다”며 현장과 동떨어진 얘기로 외면을 받고 있다.
서구 주민 김형윤(40) 씨는 “환경미화원이 문제를 제기해도 행정기관이 개선의 의지 없이 기존 시스템을 옹호하고 있는 것을 보니 답답하다”며 “서구는 환경미화원의 복지환경 개선에 너무 둔감하다”고 말했다.
김민규기자 whitekmg@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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