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도부 “사법 판단 보고” 고심… 청와대는 “당이 판단할 문제” 선긋기
이재명 경기지사가 19일 부인 김혜경씨가 ‘혜경궁 김씨’라는 경찰 수사 결과를 직접 반박하며 정면돌파에 나섰지만, 친정인 더불어민주당 내 기류는 우호적이지 않아 보인다. 지난 대선 경선에서 이 지사를 지원했던 비주류 진영에서도 “당 차원의 발 빠른 대응”을 요구하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문재인 대통령 열성 지지자 그룹인 ‘문파’가 이 지사의 출당을 연일 압박하고 있는 것도 부담이다.
민주당 지도부는 이날 최고위원회의에서 이번 사태를 논의했으나 최종 판단을 유보했다. 홍익표 민주당 수석대변인은 최고위 후 기자들과 만나 “검찰 기소 여부나 사법부 판단 등을 지켜보고 필요하다면 다시 논의키로 했다”고 밝혔다. 홍 수석대변인은 특히 “다른 의견을 내놓은 지도부는 없었다”며 혜경궁 김씨 사태가 당내 갈등의 불씨가 되지 않도록 경계했다.
이해찬 대표 등 지도부가 장고에 들어간 데는 이번 사태가 어떤 식으로 결론 나든 여권 분열과 지지층 이탈이라는 거센 후폭풍에 시달릴 가능성이 크다는 판단이 작용한 것으로 보인다. 경찰 수사 결과가 사실로 굳어질 경우 여권 내 유력 차기 주자 가운데 미투 파문에 휘말린 안희정 전 충남지사에 이어 이 지사를 잃게 될 수도 있다. 반대 경우에도 경찰 수사의 정치적 배후에 대한 의혹이 당 전체를 휘감을 수 있다.
신중한 지도부와 달리 여권 바닥 여론은 이 지사에 냉담하다. 비주류 진영에서부터 이 지사 책임론이 비등하고 있다. 대선 경선 당시 이재명 캠프 총괄선대본부장을 맡았던 이종걸 의원은 “당의 적극 대응을 검토해야 할 것 같다”며 당 차원의 직권조사를 요구하고 나섰다. 이 의원은 “무죄추정 원칙으로 재판결과가 나온 후 조치를 취하는 방법으로는 정쟁만 장기화, 격화된다”며 이같이 말했다. 그러면서 “선거후보는 캠프에 무한 책임을 진다”며 “이 지사가 먼저 당에다 조사단 구성을 비롯해서 방식 일체를 위임하고, 적극 협조 의사를 천명한다면 더욱 바람직하다”고 강조했다.
친문으로 분류되는 표창원 의원은 “유력 정치인 부부가 익명의 SNS 계정을 이용해 패륜적ㆍ모욕적 여론조작 공격을 지속적으로 자행한 것이 사실이라면 공인으로서 자격이 없다”며 전날 트위터를 통해 “의혹이 사실이라면 이 지사가 사퇴해야 한다”고 한 주장을 이어갔다.
한편 청와대는 이번 사태와 관련해 “당에서 관련 내용을 판단하고 논의할 문제이지 청와대가 관여할 성격은 아니다”고 선을 그었다. 김의겸 청와대 대변인은 이날 브리핑에서 “당연히 (청와대의 입장이) 없다”며 “청와대와 직접 관련된 문제라면 통상적인 얘기를 할 수 있겠지만 이 건은 우리가 수사결과를 지켜볼 필요도 없는 것”이라고 밝혔다.
이동현 기자 nani@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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