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재부, 내년 추가 조세지출 7건
예외조항 근거로 사전평가 생략
“국세감면율 법정한도 넘어설라” 우려
정부가 내년에 새롭게 추가되는 조세지출 3조7,000억원에 대해 법에 정해져 있는 예비 타당성 조사를 모두 생략한 것으로 드러났다. 정부가 특정 계층에게 거둬야 할 세금을 감면해주는 방식의 지원 제도인 조세지출은 ‘숨은 보조금’으로도 불린다. 정부의 조세지출 규모도 해마다 늘어 내년엔 총 47조4,000억원에 달할 전망이다.
19일 국회 기획재정위원회에 따르면 기획재정부는 신규 조세지출제도 7건(기존 제도 증액 포함)을 2019년 세법 개정안에 담았다. △저소득가구에 현금을 주는 근로ㆍ자녀장려금 확대(3조1,300억원) △노후 경유차(10년) 폐차 후 승용차 구매 시 개별소비세 70% 감면(409억원) △중기 근로자가 육아휴직 후 복귀 시 해당 직원의 1년치 인건비 10% 법인세에서 감면(600억원) 등이다.
이들 제도들은 현행 조세특례제한법상 예비타당성평가(예타) 대상이다. 세금을 300억원 이상 깎아주거나 기존 제도의 세금감면 규모를 300억원 이상 확대하는 경우 그 전에 비용(감면)과 그에 따른 경제적 효과를 따져보라는 게 예타의 취지다. 그러나 기재부는 7건 중 단 1건도 예타를 실시하지 않았다. 예타 예외 조항인 ‘경제ㆍ사회적 상황에 대응할 필요가 있는 경우’를 근거로 들어, 사전 평가를 모두 피해간 셈이다. 기재부 관계자는 “통상 예타에 4,5개월이 걸리는데, 지난 6월 소득분배 등 경제지표가 악화해 긴급하게 정책 대응을 하다 보니 불가피하게 예타를 생략하게 됐다”고 말했다.
그러나 기재위 전문위원실은 최근 ‘예비심사보고서’를 통해 “예외적으로 적용될 사유를 들어 예타를 모두 생략한 것은 부적절하다”고 지적했다. 김용원 참여연대 간사도 “예타를 면제 받은 재정지출 사업은 국가재정법상 국회에 예산안을 낼 때 면제 사유를 첨부해야 하는데, 조세지출 예타는 그런 절차조차 없다”며 “예타가 없으면 국회가 제대로 된 심의를 할 수 없다”고 말했다. 문예영 배화여대 교수도 “신규 조세지출에 예타 절차를 둔 것은 감면 규모가 큰 제도가 도입되면 향후 이를 폐지하기 어렵기 때문인데, 단순히 긴급하다고 절차를 다 생략하면 예타 도입의 의미가 없어지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더구나 과거에 도입된 조세지출에 대한 ‘구조조정’도 이뤄지지 않고 있다. 실제로 올해 말 일몰(제도폐지)이 도래하는 6조5,000억원 규모의 조세지출 중 99.7%가 그대로 연장됐다. 이에 따라 내년 조세지출 규모(47조4,000억원)는 2014년(34조3,400억원)보다 무려 38%나 늘어날 것으로 예상된다.
조세지출이 크게 불어나며 내년 국세감면율(국세감면액과 국세총수입을 합한 금액에서 국세감면액이 차지하는 비중)이 법정한도를 넘어설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국가재정법은 국세감면율 한도를 ‘직전 3년간 평균 국세감면율+0.5%포인트 이하’로 정하고, 정부가 이 같은 법정한도를 넘지 말 것을 규정하고 있다. 정부가 과도하게 세금을 깎지 못하도록 하는 가이드라인이다. 정부는 8월 말 세법 개정안을 국회에 제출하며 국세감면율이 2016년 13.4%, 2017년 13.0%, 2018년 13.5%(예상)으로, 내년 법정한도는 13.8%(직전 3년 평균 13.3%+0.5%포인트)가 될 것으로 관측했다. 내년 국세감면율은 13.7%로, 법정한도 미만이라는 주장이다.
하지만 이는 올해 세금이 당초 예측보다 21조8,000억원(국회예산정책처 추계) 더 걷힐 것으로 예상되는 점을 고려하지 않은 수치다. 초과세수를 반영하면 올해 국세감면율은 12.6%가 되고, 내년 국세감면율 법정한도도 13.5%까지 낮아진다. 내년 국세감면율(13.7%)은 법정한도를 0.2%포인트(7,000억원) 초과한다는 얘기다.
세종=박준석 기자 pjs@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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