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말연초 금융권에 ‘인사 태풍’이 몰아칠 것으로 보인다. 시중은행장을 포함해 금융지주사에서 임기 만료가 되는 최고경영자(CEO)와 임원이 100명도 넘기 때문이다. 그간의 실적이 인사의 주요 변수가 될 전망이다.
19일 금융권에 따르면 올해 말부터 주요 은행의 수장들이 줄줄이 임기 만료를 맞는다. 다음달 31일 이대훈 NH농협은행장을 시작으로 내년 3월에는 위성호 신한은행장과 함영주 KEB하나은행장의 임기가 끝난다. 지방은행에서도 임용택 전북은행장과 송종욱 광주은행장의 임기 만료가 내년 3월이다.
이 행장은 연임이 유력하다. 이 행장의 임기는 1년으로 통상 2년 임기인 다른 은행에 비해 상대적으로 짧다. 이 때문에 1년+1년 임기가 될 때가 많다. 농협은행이 올해 1~3분기 전년동기 대비 81% 늘어난 누적 순이익 9,339억원으로, 2012년 출범 이후 사상 최대 실적을 달성했다는 점도 무난한 연임 전망의 배경이 되고 있다.
위 행장도 임기 중 최대 실적을 달성하는 등 호실적을 앞세워 연임 가능성에 무게가 실리고 있지만 검찰과거사위원회의 수사 권고 결과에 따라 상황이 바뀔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연임에 도전하는 함 행장도 2015년 옛 외환은행과 하나은행 통합 이후 초대 통합은행장을 맡으며 순항을 이끌었다는 평가를 받고 있지만 채용비리 혐의로 재판을 받고 있는 중이다. 다만 금융권 관계자는 “판결이 확정되기까진 수개월 길면 수년이 소요되는데다 실적도 좋아 두 행장 모두 연임에 큰 무리가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금융지주 계열사 CEO와 임원들의 임기도 올해 말부터 내년 초 마무리되면서 큰 폭의 ‘물갈이’가 불가피할 전망이다. KB금융은 양종희 KB손해보험 사장, 윤경은ㆍ전병조 KB증권 사장, 박지우 KB캐피탈 사장 등 그룹 주요 계열사 사장 14명 중 9명이 올해 임기가 끝난다. KB국민은행의 경우 허인 행장과 서남종 리스크관리그룹 전무를 제외하고 임원 20명 중 18명의 임기가 올해까지다. KB금융이 지난해 2분기 이후 최근까지 신한금융을 제치고 당기순이익 기준 금융지주 1위를 수성하고 있다는 점을 감안할 때 윤종규 KB금융지주 회장이 안정보다는 변화에 나설 수 있다는 관측도 나온다.
신한금융은 자회사 13개사 중 제주은행과 신한리츠운용을 제외한 11개사 CEO 임기가 내년 3월 끝난다. 연말에는 부사장 3명 등 임원급 인사도 예고돼 있다. 하나금융 역시 금융투자ㆍ캐피탈ㆍ카드ㆍ자산신탁 등 CEO 임기가 내년 3월 마무리 되고 지주와 은행 임원 30명도 올해 연말 임기가 끝난다. 농협금융은 지난주부터 은행장을 포함해 다음달 말 임기가 끝나는 생명ㆍ손해보험, 캐피탈의 차기 CEO 연임 여부를 논의하는 임원후보추천위원회(임추위)를 진행 중이다. 지난해 12월 취임한 오병관 농협손보 대표의 경우 연임되거나 다른 계열사로 이동할 가능성이 점쳐진다. 우리은행은 임원 24명 중 13명이 다음 달 임기가 끝난다. 계열사 중에서는 우리종금 사장 임기가 내년 3월 마무리된다.
허경주 기자 fairyhkj@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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