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국법관대표회의가 19일 각급 법원 대표 법관 105명이 참석한 정기회의에서 사실상 사법농단 연루 판사들에 대한 국회 탄핵 촉구를 결의했다. 법관대표회의는 이날 채택한 ‘재판독립 침해 등 행위에 대한 우리의 의견’을 통해 “법원행정처 관계자가 특정 재판에 관하여 정부 관계자와 재판 진행 방향을 논의하고 자문을 해 주거나, 일선 재판부에 연락하여 특정한 내용과 방향의 판결을 요구한 것 등은 징계 절차 외에 탄핵소추 절차까지 함께 검토되어야 할 중대한 헌법위반 행위라는 데 인식을 같이한다”고 밝혔다.
법관 대표들이 대구지법 안동지원 판사들의 요구를 수용해 치열한 논의 끝에 내놓은 사실상의 ‘탄핵 촉구’ 입장은 사법농단 사태를 바라보는 일선 법관들의 엄중한 인식과 깊은 자성의 목소리가 반영된 것이다. 법관들은 국회 권한인 탄핵을 직접 언급하지 않으면서 사법농단 판사들의 행위가 헌법 위반에 해당한다는 점을 분명히 하는 방식을 통해 탄핵의 불가피성을 역설했다. 또한 이는 사법농단 사태와 관련 판사들에 대한 대법원의 미온적 대처가 사법부에 대한 국민 신뢰를 크게 훼손했으며, 이런 상황에서는 과거와의 완전한 단절을 통해 사법부가 환골탈태해야 한다는 의미를 내포하고 있다. 김명수 대법원장 등 사법부 수뇌부가 어떤 판단과 결정을 내릴지 주목되는 이유다.
사법부 불신은 사법농단 사태가 직접 도화선이지만 검찰 수사 과정에서 영장 줄기각 등으로 법원이 사사건건 수사를 방해하는 모양새가 되면서 더 심화했다. 검찰이 이날 박병대 전 법원행정처장 소환에 이어 양승태 전 대법원장 조사도 예고한 상황에서 특별재판부 구성, 법관 탄핵 목소리가 높아진 것도 따지고 보면 사법부의 자업자득이다.
그러나 탄핵안이 실제 발의되고 처리 절차를 밟게 될지는 미지수다. 시민단체가 탄핵 대상 법관들 명단과 관련자료를 국회에 제출하고 정의당과 일부 민주당 의원들이 동조하고 있지만 자유한국당이 반대 입장이고 민주당도 야당이 반대하는 현실에 기대고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국회 차원의 사법농단 연루 판사 탄핵 여부와 상관없이 일선 법관 대표들의 이날 결의가 무너진 사법부 신뢰를 다시 세우려는 의미 있는 첫걸음인 것만은 분명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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